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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 꽃 매화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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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세상이다."

삭풍의 심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피워냈다. 그 향이 진동하고 있어 손짓하고 있다. 벌은 참지 못하고 찾아와서 신바람을 일으키며 날갯짓을 하고 있다.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매화가 만들어내는 세상은 그렇게 화려할 수가 없다. 바라보는 내 마음마저도 날아오를 것 같다.

꽃의 힘 때문일까? 강에서 올라오는 바람에는 봄기운이 배어 있다. 완연하게 느낄 수 있는 부드러움이 그렇게 감미로울 수가 없다. 푸른 기운이 배어 있는 청매화는 싱그러움이 넘쳐나고 붉은 열정이 배어 있는 홍매화에서는 포근함이 넘친다. 어우러져 고운 꽃 세상을 창출해내고 있었다.

꽃이 피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집에 있을 수가 없었다. 그동안 추위가 너무 심해 아직 피지 않았을 것이라는 집사람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었다. 꽃들이 손짓하고 있는 것 같아서 참을 수가 없었다. 이유를 늘어놓는 아내와 함께 꽃구경을 나섰다. 섬진강에 가면 꽃들이 활짝 웃을 것만 같았다.

삶
▲ 즐기는 삶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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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을 지나 구례로 접어들어도 훈풍은 감지가 되지 않았다. 이때쯤이면 분명히 산동의 산수유들이 노랗게 피어 있어야 마땅하였다. 그런데 차창을 통해서 살펴보아도 찾을 수가 없다. 집사람은 추위 때문에 꽃이 고개를 내밀지 못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희망을 버릴 수는 없었다. 매화는 분명히 피어 있을 것이란 생각을 접을 수가 없었다.

知之者不如好之者(지지자부여호지자)
好之者不如樂之者(호지자부여낙지자)

- <논어> 옹야편

세상
▲ 환한 세상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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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보다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보다 못하다는 말이다. 살아가는데 아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알지 못하게 되면 어리석은 행동을 하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것을 좋아해야 하고 나아가서 즐길 수 있어야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

꽃이 피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지자다. 그것을 찾아 나서는 것은 좋아하는 것을 뜻하고 매화가 만들어놓은 꽃 세상을 만끽하는 것은 즐기는 삶이다. 산수유가 피어 있지 않다고 하여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섬진강으로 향하는 마음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구례를 지나 하동으로 들어섰다.

마음의
▲ 빛 마음의
ⓒ 정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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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골로 들어가는 도로 옆 단풍나무에는 봄기운이 흠뻑 배어 있었다. 빨간 기운이 그대로 손에 잡히는 것 같다. 금방이라도 새싹이 터져 나올 것만 같다. 봄은 무르익어 있었다. 겨울이 마지막 실랑이를 하고 있었지만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가오는 봄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매화 세상은 그렇게 찬란할 수가 없었다. 환한 눈부심으로 인해 가슴 깊은 곳까지 빛이 전해지고 있었다. 겨울의 묵은 때가 한꺼번에 씻기고 있었다. 얼마나 개운한지 둥둥 떠오르는 느낌이다. 세진을 한꺼번에 털어버리게 되니, 파란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 같다. 꽃 향에 취하였다. 즐기는 삶음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조화
▲ 강물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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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의 평화로운 모습과 어우러진 매화의 아름다움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뚝하였다. 피지 않았을 것이라고 불만하던 집사람의 얼굴도 환하게 바뀌었다. 남도의 아름다운 풍광에 푹 젖어 삶을 관조할 수 있어 좋았다. 꽃 향에 빠져 경이로운 세상을 실감할 수 있으니, 더 바랄 것이 없었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2008. 3. 2일 전남 광양 섬진강 변에서



태그:#매화, #조화, #섬진강, #즐기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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