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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전에서는 입목본수도율(1㏊ 내의 나무밀도)의 완화를 골자로 하는 도시계획 조례의 개정을 놓고 시민사회단체와 대전시-의회가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대전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최근 의원 발의를 통해 나무가 들어선 밀도가 30% 이하인 산림에 한해 개발이 가능하도록 한 도시계획 조례를 '50% 이하(녹지지역 40% 미만)'로 대폭 완화하는 도시계획조례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개정조례안은 오는 11일 본회의 처리만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시민사회단체는 "충분한 논의 없이 임복본수도 기준을 완화할 경우 난개발은 물론 도시 황폐화가 우려된다"며 보다 충실한 논의와 검토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대전시와 대전시의회는 "6개 광역시 중 지난해 말까지 대전과 같이 유일하게 임목본수도 30%대를 유지해온 인천도 조례안을 50%대로 완화했다"며 "더 이상 우리 시만 뒤쳐질 수 없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때마침 대전과 인천에서  같은 녹지개발 조건 완화여부를 놓고 논의를 벌인 것입니다. 두 지역이 각각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쳤는지 살펴보기위해 의회 회의록을 들춰보았습니다.

 

회의록에 나타난 두 기관의 의안 처리과정은 사뭇 달랐습니다. 직접 확인해 보시죠. 

 

[지자체] 인천 "녹지 더 늘려야 할 때" - 대전 "솔직히 완화작업 추진"

 

먼저 지난해 10월 인천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출석한 인천시청 담당국장의 발언내용을 짧게 인용해 보겠습니다.

 

"우리 시는 부족한 녹지로 인한 도시의 이미지를 벗고 푸른도시로의 변화를 위하여 (지난 2002년부터) 300만 그루 나무심기, 1000㎡ 녹지 늘리기 등 도시녹화를 위하여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기준이 완화될 시 산림지역 산자락에 대한 잠식이 혹시라도 좀더 가속화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부족한 녹지를 감안해서 입목본수도 기준을 현재의 규정과 같이 아직까지는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지난 1월 대전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에 출석한 대전시청 담당국장의 발언 내용입니다.

 

"지금 현재 입목본수 규제가 저희들이 인천과 같이 30%로 되어 있기 때문에 상당히 강화된 규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30%에서 50%로 일방적으로 완화할 것인지 아니면 40%로 할 것인지에 대해 지금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들이 정리가 되면 다음 도시계획조례 개정 때 개정 작업을 추진하도록 하겠습니다."

 

인천시 담당국장은 의원들을 상대로 현재 기준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반면 대전시 담당국장은 오히려 인천을 예로 들며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시의회] 인천 "좀 더 검토해야" - 대전 "나무심기운동으로 충분"

 

다음은 인천시의회 해당 상임위 찬반토론 과정에서 한 시의원의 반대 의견입니다.

 

"부족한 녹지율을 높이기 위해서 300만 그루 나무심기라든가 혹은 1000㎡ 녹지 늘리기 사업을 하고 있는데 입목본수도를 줄인다는 것은 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서 허파역할을 하는 강화, 옹진 쪽에 대한 특히나 영종, 용유 같은 경우에는 지금 재개발이 한참 진행되고 있는데 완화시킨다면 허파역할을 줄이는 부작용을 가져오기 때문에 좀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감스럽게도 대전시의 해당 상임위에서는 간단한 우려표명은 있었지만 반대의견은 전혀 개진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찬성의견이 있었습니다.

 

"우리 대전시는 박성효 시장께서 3000만 그루 나무심기를 지금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입목본수도를 한 40∼50%로 올려줘도(완화해 줘도), 그런 토지들이 형질 변경이 된다 해도 도시의 허파 구실은 3000만 그루 나무심기가 충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천시 한 시의원이 나무심기를 하고 있는 때에 산림훼손은 안 된다는 의견을 개진한 반면 대전시의 한 의원은 오히려 나무심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산림훼손을 해도 된다는 정반대의 논지를 펴고 있습니다.

 

[검토자료] 인천, 분포현황-처리건수-지자체별 의견조회 등... 대전은?

 

물론 지난 해말 인천광역시도 임목본수도를 완화하는 개정조례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하지만 인천광역시는 임목본수도를 완화하는 대신 지역별 차등적용과 임목도 판정때 수목의 굵기를 강화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또 수많은 검토자료가 인용됩니다.

 

다시 인천시의회 회의록을 들춰보겠습니다.

 

"발의하신 입목도 완화에 국한하여 찬반 논의를 하기보다는 우리 시 전체 입목도 분포현황을 감안하여 본 조례 개정이 가져올 영향을 분석하고 내륙지역과 강화, 옹진, 영종, 용유지역 등 도서지역의 지역별 특성을 고려해 타당성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이 밖에도 회의록에는 기초자치단체에서 처리한 최근 3년간 임목본수도 관련 허가처리건수 및 불허가 처리 건수, 경제자유구역청 및 기초자치단체별 의견 조회 결과 등 수 많은 자료가 인용됩니다.

 

심지어 인천광역시의회내에서 입목도 완화의 건이 2004년과 2005년 상정됐다가 부결된 이유와 각각의 발의의원 수에 대해서까지 검토합니다. 

 

반면 대전시의회에 제출된 자료는 타 광역시 입목본수도 기준현황 자료가 전부입니다. 또 하나 입목본수도 완화시 추가개발이 가능한 곳을 도면을 보고 지레짐작 해 놓은 게 전부입니다.  게다가 공주시·연기군·천안시·금산·논산시 등 대전시와 인접해 있는 인근지역의 입목본수도는 같은 광역자치단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자료수집은 물론 검토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구청의 의견은 청취조차 하지 않았고 일부 구청의 관련조례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묵살됐습니다.

 

그렇다고 인천시와 인천시의회가 모범이 되는 활동을 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대전시와 대전시의회보다는 의정활동의 질과 내용이 두텁게 와닿는 게 사실입니다. 

 

[처리 속도] 인천 "공포 2달 간 유예해달라"-대전 "빨리 처리해달라"

 

인천광역시 의원들은 이날 상임위에서 2시간 가까운 격론 끝에 조례개정 방향을 정한 후 조례처리를 위해 인천시 담당국장에게 빠른 검토를 요청합니다. 이에 대한 담당국장의 답변을 이렇습니다.

 

"비도시지역하고 도시지역하고 차이도 있고 전문기관과 충분한 토의도 해 봐야 하고 주민공람도 해야 돼서…. 올해가 지금 10월이니까 한두 달 정도는 검토해야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때까지 본 조례안의 공포를 유예해 주셨으면 합니다"

 

담당 공무원이 보다 정확한 안을 만들기 위해 이미 상임위원회에서 가결된 안에 대해 두 달동안 조례 공포를 유예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반면, 대전시 담당국장은 시의회에서 "여러 가지 절차를 밟아서 다음 번 회기에 상정하게 되면 지연되는 일이 있기 때문에 (빠른 처리를 위해) 이번에 이렇게 (의원발의) 절차를 밟게 됐다"고 말합니다.

 

대전시민사회단체는 대전시의회 상임위원회에서 관련조례안을 20분만에 졸속으로 처리했다며 대전시와 시의회에 11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의 처리를 중단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전시와 대전시의회의 답변은 이렇습니다.

 

"심도 깊게, 충분히 검토했다. 강행처리 하겠다."


태그:#나무밀도 조례, #대전시의회, #인천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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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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