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5월의 첫날이자 노동절이기도 한 오늘, 인천 소래어시장을 찾았습니다. 요즈음 소래 어시장에는 꽃게가 한창입니다. 배 위에서 내리는 꽃게들이 싱싱하게 살아서 바구니를 뚫고 나오려고 온갖 힘을 쏟습니다.

 

얼굴이 구릿빛으로 탄 어부들은 정박한 배 위에서 잡아온 꽃게를 부지런한 손놀림으로 선별합니다. 지금이 꽃게가 가장 많이 잡히는 시기인지라, 꽃게를 가득 실은 배들이 포구에  정박하기 위해 줄을 지어 기다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배에서 내리는 꽃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잘 선별된 꽃게 상자가 경매를 위해 공판장으로 모아집니다. 상인들과 함께 모여있는 공판장에서는 우렁찬 경매인의 목소리에 맞춰 경매가 시작됩니다. 순식간에 거래가 끝납니다. 잠깐 시간이 흐른 뒤에 또다시 공판장에 도착한 주꾸미가 줄을 지어 경매를 기다립니다.

 

 

다른 배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배는 꽃게를 내리기가 수월한 위치에서 편하게 내리지만 늦게 도착한 배는 좀 불편하고 어려운 곳에 배를 정박하고 꽃게와 함께 걸린 다른 물고기들을 내립니다. 그렇지만 늘 해왔던 것처럼 일사분란하게 손발이 척척 잘 맞습니다.

 

꽃게를 내리는 사람과 리어카에 담아 실어 나르는 사람, 하는 일이 각각 정해져 있습니다. 리어카를 끌어 옮기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아하니 패션리더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멋쟁이십니다.

 

저는 할머니에게 다가가서 "패션 감각이 대단 하십니다. 너무 멋지십니다" 했더니 할머니의 말이 더욱 더 웃음을 자아내게 합니다. 얼마 전 <체험 삶의 현장>에 출연도 하셨다는 올해로 69세 된 김미정 할머니의 말을 들어봅니다.

 

 

"내가 이 어시장의 깡패 할매여! 나를 모르면 간첩이제 혹시 여그와서 나를 찾으려면 깡패

할매 찾으면 돼"

 

- 이곳에서 얼마나 생활 하셨는데요?

"30년 넘게 생활했제 우리 영감은 고기잡이배를 갖고 있는 선장인디 시방 고기 잡으러 나갔어. 40년째 이곳에서 어부생활을 하고 있제 여그서 뼈가 굵어 졌응게. 나는 서산이 고향이여 영감만나 여그까지 왔지. 영감은 고기 잡으러 나가고 나는 여그서 고기 잡아 돌아오면 공판장으로 이동도 하고 그라지."

 

- 잡아온 물고기로 생계를 유지 하시나요?

"그라믄 배운 것이 이것인디, 이걸로 자식들 교육도 시키고 시집 장가도 보내고 그라제 저그 핸드폰 들고 서있는 저애도 우리 손녀딸이여. 이곳에서는 대부분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이 일을 하고 있지. 새벽 2~3시 사이에 나와서 작업을 해야 하니께 멀리 살면 안 되지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근교에서 살지. 시방 저그 꽃게랑 물고기를 내리는 배 있지 저 배 한척에 20여명의 생계가 달렸다우. 이곳이 삶의 체험 현장이여."

 

 

 

 

물고기를 내리는 선장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언제 고기 잡으러 나가셨는데 지금 도착 하셨나요?

"3일전에 출항을 했는디 지금 돌아왔어유! 보통 한번 나가면 이틀도 걸리고 삼일도 걸리는디 생각지 않게 꽃게나 물고기가 많이 잡혀 만선일 경우에는 조금 더 일찍 돌아올 수도 있지요. 시방 내리는 물고기는 삼일 걸려 잡은 거예유!"

 

- 한 번 나가시면 꽃게나 물고기들을 얼마나 잡아 오시나요?

"대중 없어유. 많이 잡은 날도 있어 기분이 좋을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물고기가 많이 잡히질 않아 바다에서 돌아오는 것이 미안할 때도 있슈. 요즘 같으면 기분이 좋쥬. 꽃게가 많이 나오는 철이라서 꽃게가 많이 잡히니께유. 요즘만 같으면 살맛나유."

 

힘들어 보이지만 만선의 기쁨으로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합니다. 구릿빛 얼굴이 바닷물에 반사되어 빛이 납니다. 땀 흘려 얻은 수확에 감사하는 마음이 엿보입니다.

 

 

 

간간히 덤으로 잡혀온 고기들이 있습니다. 광어나 우럭, 놀래미, 서대, 간재미, 소라 등 힘이 좋아 펄떡펄떡 뛰어 바구니 밖으로 튀어 나오는 놈도 있습니다. 자연산 광어를 사려는 손님과 상인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어시장 안에서 파는 광어보다 가격이 좀 비싸지만 싱싱한 자연산이기 때문에 곧 바로 흥정이 끝납니다.

 

이곳 소래 어시장에는 이른 오전 시간이면 배들이 계속해서 줄지어 들어오기 때문에 싱싱한 물고기들을 살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러더군요. 삶이 고단하고 힘들 때면 비린내가 나는 바닷가 어시장을 찾아가 보라구요. 삶의 용기를 얻어 희망을 안고 돌아 온다구요. 소래 어시장은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삶이 그대로 돋보이는 곳입니다.

 

푸짐한 꽃게도 사고 삶의 활력소도 느낄 수 있는 소래 어시장, 이번 주말쯤 다녀오시면 어떨까요? 덤으로 올라오는 자연산 광어의 맛도 보시구요. 힘 좋은 광어가 팔팔 뜁니다.

 

고가차도 아래에 걸려있는 "여기는 낭만과 추억이 깃든 수도권 천혜의 소래 포구입니다"라는 표지판이 잘 어울리는 곳입니다.

 


태그:#소래어시장의 삶의 현장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세상을 오늘도 나는 꿈꾼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