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2008 리그 챔피언을 자축하는 구단 누리집(manutd.com) 첫 화면

2007-2008 리그 챔피언을 자축하는 구단 누리집(manutd.com) 첫 화면 ⓒ manutd.com


서른 다섯 살의 노장 라이언 긱스가 마침내 보비 찰튼과 마찬가지로 '758경기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진정한 맨유의 전설이 되었다. 80분에 리그 우승을 확정짓는 쐐기골을 터뜨리기도 한 긱스는 방문 팀 응원석 앞에 그대로 드러누웠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끌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는 우리 시각으로 11일 늦은 밤 The JJB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07-2008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라운드 위건 애슬레틱과의 방문 경기에서 2-0으로 이겼다. 이로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맞수 첼시를 승점 2점차(맨유 87점, 첼시 85점)로 따돌리고 리그 2연패의 위업을 이룩했다. 통산 17번째 우승.

우연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운명적인 긱스의 '11'

 라이언 긱스

라이언 긱스 ⓒ manutd.com


왼발의 전설 라이언 긱스는 67분, 박지성을 대신하여 그라운드를 밟았다. 한 팀에서 758번이나 공식 경기에 나선다는 것은 결코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많은 팬들이 박수를 보내주었다. 마침 그 기록을 가슴에 품고 있던 보비 찰튼도 그와 멀지 않은 관중석에 자리잡고 있었다.

웨일즈의 카디프 시티에서 태어난 서른다섯 살의 미드필더 라이언 긱스는 이 뜻깊은 기록과 프리미어리그 2연패를 자축하듯 쐐기골(80분)까지 차 넣었다. 웨인 루니의 수준 높은 찔러주기가 일품이었지만 그의 침착한 마무리 동작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11월에 태어난 그에게 오늘의 인연은 숫자 '11'로 맞닿았다. 그냥 지나쳐버리기에는 너무나 운명적인 숫자였다. 차범근이라는 불세출의 축구인 덕분에 한국인들에게 11이라는 등번호는 축구를 상징하는 것처럼 여겨진 적이 있었는데 긱스는 바로 그 번호를 달고 뛴다.

그리고 마침 이 날은 비가 내리는 일요일 오후, 5월의 11번째 날이었다. 경기장에 본격적으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할 무렵, 맨유의 골잡이 루니가 얻은 페널티킥(32분)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자신의 리그 득점왕(31골)을 자축하기라도 하듯 오른발로 깨끗하게 차 넣었다.

그리고 후반전이 되어 옆줄 밖에서 몸을 풀던 라이언 긱스에게 퍼거슨 감독의 주문이 들어왔고 부지런히 뛰던 박지성과 손뼉을 마주치며 경기장에 발을 내딛었다. 그로부터 13분 후 루니의 재치있는 찔러주기가 자로 잰 듯 굴러와 긱스의 왼발 앞에 놓였다. 눈부신 선방을 기록하던 안방 문지기 크리스 커클랜드도 긱스의 정교한 왼발 킥을 막지는 못했다. 그의 발 끝에서 공이 떠나는 지점 또한 골문으로부터 딱 11미터 지점이었다.

이쯤 되면 비를 맞으며 우승 뒤풀이를 펼친 그를 위해 방송에선 특별영상을 만들어 Guns N' Roses의 '노벰버 레인'을 배경음악으로 깔아줘야 하지 않을까?

박지성, '도움 두 개 올릴 수 있었는데...'

당당하게 맨유의 주전 선수로 활약하며 82번째 출장 기록을 또렷하게 남긴 박지성은 시작부터 67분까지 팀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라이언 긱스의 대기록을 위해 자리를 물려주기 전까지 박지성은 왼쪽 측면 미드필더와 가운데 골잡이 역할을 번갈아 해내며 특유의 폭넓은 움직임을 자랑했다.

박지성은 후반전에 더욱 인상깊은 몸놀림을 보여주었다. 54분에는 왼쪽 코너킥을 직접 처리하며 호날두에게 또 하나의 득점왕 선물을 보내주는 듯 보였다. 박지성의 오른발 끝을 떠나 휘어간 공은 골문 바로 앞에서 혼자 떠오른 호날두의 머리로 정확하게 날아갔지만 아쉽게도 머리를 지나 오른쪽 어깨에 맞고 골문 왼쪽으로 아슬아슬하게 빗나갔다.

5분 뒤에도 박지성은 위건의 벌칙 구역 안에서 감각적인 밀어주기를 통해 도움을 올리는 것처럼 보였다. 상대 수비수의 작은 실수를 놓치지 않고 박지성이 밀어준 공은 골잡이 테베스가 차 넣기 좋았지만 문지기 커클랜드의 순발력에 막히고 말아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마지막 경기까지 맨유와 우승 경쟁을 벌였던 첼시 FC는 같은 시각에 열린 볼턴 원더러스와의 안방 경기에서 셉첸코의 선취골을 지키지 못하고 종료 직전 테일러에게 동점골을 내주며 1-1로 비겼다.

이제 맨유와 첼시는 오는 22일 모스크바에서 다시 만나 유럽 클럽 축구 최고의 자리(챔피언스리그 결승)를 가리게 된다.

덧붙이는 글 ※ 2007-2008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라운드(11일) 경기 결과, 앞쪽이 홈팀

★ 위건 애슬레틱 0-2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득점 : 호날두(32분,PK), 라이언 긱스(80분,도움-루니)]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리그 2연패(통산 17번째 프리미어리그 우승)

◎ 위건 선수들
FW : 에밀 헤스키, 마르쿠스 벤트(70분↔시비에르스키)
MF : 쿠마스, 마이클 브라운(81분↔말론 킹), 팔라시오스, 발렌시아
DF : 휘게로아, 샤르너, 브램블, 보이스
Gk : 크리스 커클랜드

◎ 맨유 선수들
FW : 루니, 테베스
MF : 박지성(67분↔라이언 긱스), 스콜스(66분↔하그리브스), 캐릭, 호날두
DF : 에브라, 비디치, 퍼디낸드, 웨스 브라운
Gk : 판 데 사르

★ 첼시 1-1 볼턴 원더러스 [득점 : 솁첸코 / 테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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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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