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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루트21의 폭력적 정치극
▲ <리어>의 포스터 일부 극단 루트21의 폭력적 정치극
ⓒ 김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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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의 국민과 소통이 안 되는 정치적 고자들이 득세하는 시대 상황 탓일까? 올 2008년 하반기 들어 중견 극단을 중심으로 사회 비판적인 작품들이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있다.

지난 9월 산울림의 <방문자>를 시작으로 대학로의 <청산리에서 광화문까지>, 세실의 <정말, 부조리하군>을 지나 연우무대의 <칠수와 만수>로 이어진 '비틀기와 까대기'의 흐름은 극단 루트21이 국내에 초연하는 <리어>란 작품을 통해 그 도저한 물줄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리어>는 윌리엄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의 하나인 <리어왕(King Lear)>을 에드워드 본드(Edward Bond)가 비판적 관점에서 개작한 작품이다.

수원과학대 연기영상과 교수. 2003년 밀양연극제에서 <메데이아>란 작품으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 "<리어>는 정치적 명분이란 폭력의 정당화의 기초에 불과하다'란 주제를 담은 작품이다.
▲ 연출가 박재완 수원과학대 연기영상과 교수. 2003년 밀양연극제에서 <메데이아>란 작품으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 "<리어>는 정치적 명분이란 폭력의 정당화의 기초에 불과하다'란 주제를 담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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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에 태어난 본드는 영국의 대표적인 좌파성향의 극작가로 어린 시절 제2차 세계대전의 악몽을 피부와 호흡으로 체험했다. 그때 어린 마음을 강타한 공습과 폭격의 핏빛 기억은 그후 작품 속의 야만적이고 파괴적인 이미지로 반복되어 나타난다.

"폭력은 우리 사회의 형태를 만들고 있으며 우리 사회를 억압하고 있어서, 만약 우리가 그렇게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본드는 <리어>의 서문에서 단언한 바 있다.

극단 루트21의 대표이자 연출가 박재완 교수는 이번 <리어> 공연을 통해 갖가지 명분을 앞세워 저질러지는 정치적 폭력의 본질을 충격적인 무대로 선보인다. 박 연출가는 폭력이란 복수, 원한 감정, 권력욕에 의해 반복 확산되면서 현실구조로 정착해 들어온다고. 박 연출은 이번 무대에서 한국 연극에서 보기 드문 고어 스타일의 시체 해부 장면을 과감히 도입한다.

영화 <밀양>의 웅변학원 원장으로 알려졌지만 연극계에서 중견배우이며 현 동아방송 예술대학 방송연예과 교수다.
▲ <리어>의 리어역을 맡은 배우 조영진 영화 <밀양>의 웅변학원 원장으로 알려졌지만 연극계에서 중견배우이며 현 동아방송 예술대학 방송연예과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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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무대에 소용돌이치며 감겨 빠지는 바닥은 항문 기관을 상징하고, 그 위로 수직으로 올라가는 나선형 계단은 인간의 권력 지향이 무대화한 기호다. 하늘을 향한 수직적 상승과 지하 세계로 통하는 항문 구멍의 극단적인 조립 이외의 공백은 인간의 고결성이 사라져가고 있는 이 시대의 황량한 풍경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조명 디자인은 불꽃 효과를 되풀이 보여주어 극의 연속성을 고의로 파괴함으로써 극의 몰입과 폭력과의 거리두기를 통해 브레히트의 소외효과를 무대 위에 구현하고 있다.

"불꽃놀이를 보며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한다. 그러나 이때 사람들이 보지 못하거나 안 보려고 하는 것이 있다. 바로 타고남은 검은 재다. 그것은 내게 화려한 권력욕의 찌꺼기처럼 보인다. 그것이 폭력이다."

원작에 등장하는 70여 명의 인물을 25명으로 압축하여 세 시간 동안 진행되는 폭력 서사극 <리어>는 30, 31일 프리뷰 공연을 거쳐 11월 16일까지 공연된다.

덧붙이는 글 | 공연정보 : www.cafe.naver.com/learlear



태그:#리어, #극단 루트21, #박재완, #조영진, #정치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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