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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주름살에는 삶의 역경이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노년, 나의 주름살에는 어떤 삶의 흔적이 담겨있을까?
▲ 제주의 할망들 그들의 주름살에는 삶의 역경이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노년, 나의 주름살에는 어떤 삶의 흔적이 담겨있을까?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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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해 제주의 가을, 한 주에 한 번씩 노인들을 위한 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분들에게 작은 식탁을 마련하고, 여흥의 시간과 대화의 시간을 가지게 함으로써 적적함을 달래주는 시간들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노인들의 얼굴을 담아 일부는 현상을 해서 선물로 주기도 했다.  몇 해가 지난 지금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이 쉽지 않다. 가까스로 사진을 통해서 기억해 낼 뿐이다. 지난 사진들을 보다가 노인들의 얼굴에 눈이 갔다. 그런데 한결같이 쓸쓸하고 외롭다. 슬픈 얼굴이다. 아마도 오늘의 현실이 쓸쓸하고 외롭고 슬프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뭍의 여성들보다 훨씬 억척스러운 삶을 살아야만 했던 제주의 할망들, 주름살에는 개인사뿐만 아니라 제주인의 역사가 고스란히 들어있는 듯했다. 아니면, 뼈빠지게 일하고 또 일해도 여전히 그 자리를 살아가는 어떤 아픔 같은 것이 들어있다고 느꼈다.

얼굴, 노년의 얼굴은 신이 만드는 얼굴이 아니라 자신이 만드는 얼굴이다. 그 마음 속에 응어리진 것들이 얼굴에 드러나는 나이, 그것이 노년이 아닌가 싶다. 노년, 나의 얼굴에는 어떤 삶의 흔적들이 새겨질까?

남들이 보고 불편하지 않은 삶의 흔적들이 새겨지기를 바란다. 그 소망은 그저 바란다고 되는 것이 아닐터이니 나의 삶을 더 깊게 성찰해야 할 것이다. 하루하루 자신을 성찰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이렇게 무례한 세상은 아니지 않았을까 싶은 날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김민수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노년,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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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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