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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려운 지금, 정리해고에 대한 사용자의 으름장과 노동자들의 해고 소식을 심심찮게 접한다. 정부의 구조조정 예고 등을 보면, 해고는 언론인과 교사에 이어 다른 직종으로 번질 태세다.

근로자들은 해고의 싸늘한 칼날이 자신을 비켜가길 바라고 있다. 잔뜩 몸을 웅크리고 긴장 속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피해가면 좋겠지만 자신이 해고당하지 않을 것이란 장담은 못한다. ‘역지사지’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사회와 직장 일각에서는 해고자를 싸늘한 시선으로 대하기도 한다. 이런 시선을 접하는 해고자들 마음은 어떨까? 우리들은 해고노동자를 어떤 시선으로 봐야 할까?

이런 마음으로 2007년 10월, 해고 이후 2년여 동안 복직투쟁 중인 천중근 여천NCC 전 노조위원장을 만났다. 천 위원장과 인간적인 관점에서 해고자를 바라보는 시선과 해고 원인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17일, 민주노총 여수시지부 사무실에서 만난 천중근 위원장.
 17일, 민주노총 여수시지부 사무실에서 만난 천중근 위원장.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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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로 마음고생이 너무 심했다! 그러나…”

- 해고 당시 마음은 어땠는가?
“처음에는 부아가 났다. 너무 분했다. 꼭지가 돌았다. 해고로 마음고생이 너무 심했다. 그러나 지금은 넉넉해졌다. 해고 후 바로 복직될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 왔다. 이게 다 노동자들 힘이 없어서다.”

- 해고 이후 어떻게 지냈는가?
“현재 회사와 부당해고 소송 중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해 7월, 복직 판결을 내렸다. 지금은 2심 계류 중에 있다. 또 민주노총 화학섬유노조 전남지부장 일을 하고 있다.”

- 무슨 이유로 해고당했는가?
“2006년 12월, 여천NCC 노조위원장에 당선됐다. 그리고 2007년 10월에 해고당했다. 해고 사유는 2001년 위원장으로 있을 때 파업에 대한 책임이었다. 당선된 노조위원장을 6년 전 사유로 해고한 건 상식 밖이다. 당시 회사는 파업 정리시점에 형사고소 및 징계 최소화를 합의한 바 있다. 그런데 사측은 합의를 저버렸다.”
노조 선거에 개입한 사측 문건
 노조 선거에 개입한 사측 문건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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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마음이 중요

- 회사에서 천 위원장을 눈엣가시로 여겼는가?
“그렇다. 사측은 나를 떨어뜨리기 위해 2006년 노동조합 선거에 개입하는 부도덕한 행태를 보였다. 이는 노조 선거개입을 위한 사측의 ‘P-프로젝트’ 공작 자료가 증명한다.”

- ‘P-프로젝트’는 어떤 자료였는가?
“회사의 ‘P-프로젝트’ 극비문서에는 나의 ▲위원장 출마 저지 ▲위원장 낙선을 위한 세부 계획 ▲당선 이후 패인 분석 등이 정리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조합원들은 나를 당선시켰다. 사측의 선거개입은 ‘노동조합법 81조 노조에 대한 지배개입’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며, 해고 또한 ‘노조활동으로 인한 불이익 취급’으로 부당 노동행위다.”

- 해고 이후 느끼는 변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그동안 몸담았던 회사 조직과 괴리감 크다. 직장 동료들 시선도 예전 같지 않다. 몸 부대끼며 지내왔던 동료들이 타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동료들 기억에서 잊혀지는 게 힘들다. 화학섬유노조 전남지부장을 맡고 있는 내 경우는 그래도 낫다. 비정규직 등은 더 심할 것이다. 해고자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마음이 중요하다.”

 ‘P-프로젝트’ 문서.
 ‘P-프로젝트’ 문서.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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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 좌절하지 않으려는 마음 자세 필요

- 해고자를 바라보는 사회 시선은 어떠했는가?
“제도권에 몸담았을 때와 떠난 후 비제도권에 있을 때 차이는 엄청나다. 그야말로 손발이 묶이는 것이다. 그래서 고뇌가 따른다. 자본과 싸움이라는 목적의식이 없었다면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내 경우, 언론 보도로 인해 사회에서 싸움의 명분을 알고 있다. 그래서 올곧게 대해준다. 그게 고마웠다.”

- 오랜 복직 투쟁 기간 동안 좌절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자본에 굴복하지 않고, 좌절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았다. 자기성찰도 필요했다. 이 보다 더 중요한 건 주변을 돌아보는 노력과 낮은 자리에서 함께하려는 마음이었다.”

- 하고 싶은 말은?
“지금은 노동자나 민중들이 사는 게 힘들다. 삶이 정권과 맞물려 있어서다.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은 더 힘들다. 일용직 등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그들이 더 나은 삶과 정당한 대우를 받도록 도와야 한다. 또 개인적으로 2월 말 또는 3월 초에 있을 고법 판결이 정당하게 내려지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거뉴스와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부당해고, #복직 투쟁,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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