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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의 일이 거의 끝났다. 개판 얹는 일만 하면 마무리 되었다. 상량식을 일부러 서까래까지 얹고 나서 가운데 마루도리부분만 비워서 남겨두었다. 토요일이라야 친지 등을 초대하는 것이 가능했다.

"마룻대는 건물의 중심이며 가장 중요한 부분이므로 재목도 가장 좋은 것을 사용한다. 또 마룻대를 올릴 때는 떡·술·돼지머리·북어·백지 등을 마련하여 주인·목수·토역꾼 등이 새로 짓는 건물에 재난이 없도록 지신(地神)과 택신(宅神)에게 제사지내고, 상량문을 써서 올려놓은 다음 모두 모여 축연을 베푼다.

상량문은 머리에 '용(龍)'자, 밑에는 '귀(龜)'자를 쓰고, 가운데 모년 모월 모일 입주상량(立柱上樑)이라 쓴 다음 밑에 2줄로 '응천상지오광(應天上之五光) 비지상지오복(備地上之五福)' 등 축원의 글귀를 쓴다.

마룻대는 목수가 올리는데 대개 광목으로 끈을 하고 양쪽에서 잡아 올린다. 이때 건물주는 돈을 놓기도 하며, 마룻대에는 백지로 북어와 떡을 묶어 놓는데, 이것은 나중에 목수들이 떼어 먹는다. 상량날에는 대개 공사를 쉬고 이웃에 술과 떡을 대접한다."

위와 같은 내용이 백과사전에 올라있는 상량식에 관한 내용이다.

돼지머리. 팥떡. 막걸리. 절과 돈봉투. 흐뭇한 대목과 목수들. 집주인과 친지들.
▲ 상량식의 풍경 돼지머리. 팥떡. 막걸리. 절과 돈봉투. 흐뭇한 대목과 목수들. 집주인과 친지들.
ⓒ 임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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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에겐 매우 중요한(?) 상량식

치목을 시작할 즈음에 목수가 미리 이야기 했다.

“백만원으로 하게요.”
“네…에?”
“상량식때...말하기도 뭐하고 세구 어쩌구 하느니….”
“그래…요”

젊은 목수라 그런가. 아님 내가 좀 만만하게 보인건가. 이 생각 저 생각하면서 결국 그냥 100만원 더 들여서 공사하는 셈 하자고 마음먹었다.

상량식 때가 되니 더 머리가 아파왔다. 돈은 딸리는데 약속한 것은 있고 하지 더 그랬다. 게다가 내가 가봤던 상량식은 사람이 엄청 많았다. 그런데 그것은 나의 사회적 지위와 경륜을 무시한 생각이었다. 친구들은 바빠서 정신없을 때이고 부모님과 작은아버님 내외, 마을 세 이장님들 내외, 마을분 3분, 도농교류센터 간사님 등이 었다. 동네에서 적어도 스무명 정도는 생각하고 있었는데 낭패였다.

진행을 빼던 조목수가 상량 때는 목청을 높이기 시작했다. 올려 말어. 아직 너무 가벼워 하며 추임새를 넣어 돈과 봉투가 그득하게 꼽혔다. 대략 약속한 금액은 맞춘 셈이 되었다.

한옥이 해와 만나 그리는 그림. 붓은 서까래고 캔버스는 도리와 인방. 흑백의 대각선이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선다. 아래쪽에 가새를 박아 놓으면 뼈대는 끝이라는 뜻.
 한옥이 해와 만나 그리는 그림. 붓은 서까래고 캔버스는 도리와 인방. 흑백의 대각선이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선다. 아래쪽에 가새를 박아 놓으면 뼈대는 끝이라는 뜻.
ⓒ 임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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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어머님은 그 돈이 목수한테 가는 줄 알았으면 안 넣었을 거라는 말을 하셨지만 옆에서 아버지께서 상량식을 몰라서 그런다며 나무라셨다. 듣는 내 마음 한편으로는 좀 아까운 마음도 드는게 사실이었다. 이걸 생각하고 계약을 한 것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젊다고 만만하게 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집을 잘 마무리해 준 수고와 남은 공정도 무사하게 정교하게 해 달라는 기원을 담는 행사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내 자신의 마음을 달랬다.

순진하게 알았던 상량식

나중에 듣자 하니 일반 조적조나 철근콘크리트 건물의 경우에도 상량식을 하기는 하나 형식에 불과하고 주변사람들은 부르지 않는다고 했다. 주인이 돈 십여만원으로 일하는 사람들 여흥을 돋우는 정도로 한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들어온 뒤로 두세채의 집이 지어졌어도 많은 사람들이 모인 상량식은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나처럼 동네 방송을 한 상량식도 처음이었다.

조목수. 나중에 약속금액에 못 미친다는 소리를 했다. 내가 계산하기로는 넘으면 넘었지 결코 모자라지는 않는 액수라 와락 반박했다. 내 태도에 슬며시 말꼬리를 내렸지만 나는 괜히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뭘 더 바라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저 좋게 좋게 하려는 건축주에게 너무 뜯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후에도 추가 공정때 작업들을 하면서 기분이 상할 뻔 한 때도 많았다. 내 자신 뿐아니라 주변인들의 부추김과 다른이들의 해석을 들으면 더 했다. 특히나 아내와 아이를 보러 집에 오신 장모님이 그랬다. 그냥 거의 무시하는 전법(?)으로 일갈했지만, 집을 짓는 이들에게 특히나 직영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건축주들은 마음 다스리기가 제일로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 생각된다.

어쨌거나 상량식은 목구조의 완성이다. 이때의 한옥이 가장 아름답다. 내 생각이기도 하지만 목수 또한 가장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태그:#한옥, #집짓기, #상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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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데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데로 살기 위해 산골마을에 정착중입니다.이제 슬슬 삶의 즐거움을 느끼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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