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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드득 떨어진 동백꽃이 붉게 물든 선운사 풍경
 후드득 떨어진 동백꽃이 붉게 물든 선운사 풍경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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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고창군 아산면 삼인리에 위치한 선운사는 근교에 있는 고향을 찾을 때마다 자주 찾는 곳이다. 이맘때쯤이면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붉게 피어 오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8~9월이면 슬픈 전설을 안고 있는 꽃무릇이 찾는 이들에게 행복감을 선사한다.

선운사는 수백 년 된 동백꽃이 군락을 이루고 피어 있어 이름이 난 절이다. 미당 서정주의 친필이 새겨진 시비 '선운사 동구(洞口)'가 동백꽃 피는 시기와 상관없이 언제나 그곳에서 동백꽃 대신 다정스레 반기기 때문에 더더욱 정감이 가는 곳이다.

동백꽃은 대부분 기온이 따뜻한 남쪽에서 피기 마련이지만 선운사 동백은 비교적 북쪽에 자리 잡고 있음에도 선홍빛의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피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그렇기에 동백꽃이 필 무렵 그곳을 찾을 때는 기쁨도 두 배가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아스라한 우리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시가 생각난다.

미당 서정주의 '선운사 동구' 시비가 선운사 입구에서 반긴다.
 미당 서정주의 '선운사 동구' 시비가 선운사 입구에서 반긴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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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입구에 새겨진 미당 서정주의 '선운사 동구'는 이렇다.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디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디다.

선홍빛의 동백꽃이 온갖힘을 다해 버티다 바람결에 낙화하고 있다.
 선홍빛의 동백꽃이 온갖힘을 다해 버티다 바람결에 낙화하고 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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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시기를 반영이라도 하듯 수 많은 연등에 가족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꼬리표가 달린 채 바람에 나부낀다.
 어려운 시기를 반영이라도 하듯 수 많은 연등에 가족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꼬리표가 달린 채 바람에 나부낀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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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에 비친 연등의 모습에서 초파일이 다가옴을 실감한다.
 물빛에 비친 연등의 모습에서 초파일이 다가옴을 실감한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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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은 대웅전 뒤 산자락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동백꽃을 보호하려고 쳐놓은 철조망 때문에 동백꽃의 멋진 자태를 마음껏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선운사 동백꽃이 필 무렵이면 이곳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동박새가 동백꽃을 따먹으며 끊임없이 지저귀는 노랫소리를 듣고, 붉게 피었다가 꽃잎 형상 그대로 후두득 떨어지는 꽃잎을 보려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아무렴 그렇게 된 데는 입구에 있는 시비가 말해주듯이 미당의 시가 한몫했다.

작년 꽃무릇을 구경하고 오랜만에 이곳을 찾아왔는데 시비를 우측에 두고 도보를 할 수 있도록 곱게 단장한 보도로 선운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렇다하더라도 오늘(5일) 이곳에 도착하니 서정주의 '선운사 동구'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다.

가수 송창식이 부르는 '선운사'다. 요즘처럼 슬픔이 많은 시기에는 가슴속 깊숙이 다가오는 노랫말이 귓전을 맴돌며 마음 한가득 다가온다.

송창식 - 선운사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 불어 설운 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드득 지는 꽃 말이에요

나를 두고 가시려는 임아
선운사 동백꽃 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 맘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예요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에요


나를 두고 가시려는 임아
선운사 동백꽃 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 맘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예요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에요


조용히 앉아 불공을 드리고 있는 보살의 모습도 보인다.
 조용히 앉아 불공을 드리고 있는 보살의 모습도 보인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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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외로이 앉아 사색에 잠겨 있는 노년의 모습에서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홀로 외로이 앉아 사색에 잠겨 있는 노년의 모습에서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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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경내는 부처님 오신 날을 준비하느라 벌써부터 부산하다. 참선을 하며 도량을 쌓을 수 있는 장소에서는 좌선을 하고 묵묵히 앉아 뭔가를 염원하며 불공을 드리고 있는 보살의 모습도 보인다.

경내 마당에는 오색찬란한 연등이 바람에 나부끼고,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스님이 표정 없이 먼발치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선운사를 찾은 비구니가 동백꽃을 가지런히 모아 두 손에 한가득 쥐고 미소를 짓는다.

선운사 곁으로 흘러내리는 도솔천에서는 잔잔한 물길 사이로 비추는 나무들의 한가로운 모습이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흐르는 물인데도 물속이 맑지가 않다. 바위나 자갈 등이 시커멓게 변해 있다. 가뭄 탓에 고인물이 썩었나 의심하며 지나가는데 친절하게도 안내 표지판이 눈길을 끈다.

떡갈나무를 비롯한 도토리나무 상수리나무 등에서 나오는 타닌 성분으로 인해 변한 것처럼 보인단다. 선운사 경내를 한 바퀴 돌고 입구에 다다르자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노신사가 팍팍한 세상사의 모든 잡념을 털어보기 위함인지 홀로 외로이 벤치에 앉아 사색에 잠겨 있다.

선운사 입구에 가녀린 여인네의 모습을 닮은 현호색이 활짝피어 반긴다.
 선운사 입구에 가녀린 여인네의 모습을 닮은 현호색이 활짝피어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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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의 편안함을 소원하는 연등이 바람결에 흔들거린다.
 가족의 편안함을 소원하는 연등이 바람결에 흔들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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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 한편에는 가녀린 여인네의 모습처럼 한들거리는 현호색이 피어있다. 고요한 산사에서 울리는 풍경소리와 세상의 모든 상념들을 잊기 위해 사색의 시간을 갖고자 하는 사람과 뭔가를 간절하게 소원하는 사람의 뒷모습이 고즈넉한 선운사의 하루 풍경이다.


태그:#선운사동백, #불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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