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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우리 앞을 빠르게 지나쳐 또 역시 빠르게 내달리는 신자유주의를 멈추어 세울 수 있을까. 알게 모르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미 신자유주의 세상이라고 암암리에 동의하고 그것을 전제로 생존전략을 짜고 있지 않을까. 모든 것을 죄다 '상품'으로 만들고 심지어는 사람마저 '거래 품목'으로 만들어 버리는 세상에서 사람으로서 목소리를 내려는 의지를 조용히 깎아내고 있지는 않을까. 더 이상 묻지 말라, 해도 터지는 물음을 꾸역꾸역 다시 토한다.

 

모든 것은 상품이다 또는 모든 것은 상품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이들이 바로 신자유주의자들이 아닐까 싶다. 돈 없는 자는 사람이기를 포기하든지 너 자신을 상품으로 만들어서라도 돈을 손에 쥐라고 강요하는 게 신자유주의가 아닐까 싶다. 사람마다 마음껏 꿈을 펼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달콤한 말을 퍼뜨리면서도 '가진 자'만이 견딜 수 있는 기준과 도구를 강요하는 게 바로 신자유주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한번 뛰어들면 국가마저도 어쩌지 못할 만큼 한번 잡은 것을 결코 놓아주지 않는, 끝을 알 없는 구렁이 바로 신자유주의가 아닐까 싶다.

 

문득 한 마디 말을 빌려 묻고 싶다. '신자유주의, 누구냐 넌?'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태어나고 자라 지금 어디로 나아가는가?

 

"하비(David Harvey)는 이 책 전반에 걸쳐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을 가진 특정 교리의 기원, 등장 배경, 그리고 그 함의를 탐구한다. 또한 신자유주의는 담론 양식에서 어떻게 헤게모니를 가지게 되었는가, 그리고 신자유주의화는 실제 과정에서 어떠한 목적에서 그렇게 강력하게 추동되고 있는가 등의 의문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 책은 신자유주의가 현재 어떤 문제들로 시련을 겪고 있으며, 그 자체에 내재된 모순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고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해서까지 답하고자 한다."(<신자유주의: 간략한 역사>, 옮긴이의 말, 5)

 

<신자유주의: 간략한 역사>(데이비드 하비 지음/한울 펴냄, 2007)를 번역한 최병두는 데이비드 하비가 이 책에서 신자유주의의 본질과 특징에 관하여 주장하는 내용을 네 가지 정도로 제시했다.

 

첫째, 신자유주의가 자유라는 보편 가치를 주장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본주의 경제와 관련된 경우에만 해당한다는 것이다. 둘째, 신자유주의화는 상위 계급이 자신들의 권력을 회복하거나 형성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신자유주의화는 지리적으로 불균등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국가별로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다. 넷째, 신자유주의화의 업적은 생산성 증대를 통한 자본 축적(노동 재생산에 의한 축적)이 아니라 불균등한 배분에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세 번째와 네 번째는 좀 더 설명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것은, 국가 체제에 상관없이 전 세계에서 신자유주의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는 것과 한편으론 신자유주의를 대하는 국가별 사연과 목적이 달라 상황이 매우 복잡하다는 것을 말한다. 네 번째 것은, 하비는 '탈취에 의한 축적(accumulation by dispossession)'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제한 없는 자유와 제한 없는 경쟁을 사랑하여(!) 결국에는 소수의 '산 자'와 다수의 '죽은 자' 구도를 만들어내는 대책 없는 신자유주의 본질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지은이가 5장('중국식' 신자유주의) 한 장을 중국에 할애하면서 체제마저 뛰어넘어 활약(?)하는 신자유주의 확장 현상을 분석하는 것을 보노라면 누구든 잠시 할 말을 잃을지도 모른다.

 

하비가 말하는 신자유주의 얘기를 듣다보면 신자유주의가 마치 블랙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을 다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다.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끝모를 구렁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비가 말하는 신자유주의 얘기를 듣다보면 신자유주의는 살아남을 힘이 있는 자만 누릴 수 있는 자유를 말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말하자면, 하비가 전하는 신자유주의란 녀석은 한번 우리 안에 들어오면 어떤 상황에서도 무조건 앞으로만 내달리는 위험한 열차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앞을 누군가 가로막으려 한다면 그 열차가 무슨 짓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듣게 된다.

 

"마지막으로 신자유주의에 내재한 근본적인 정치적 문제들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론 매력적이지만 소외를 낳는 '소유적(possessive)' 개인주의와 다른 한편으로 의미 있는 집단적 생활을 위한 소망 간에 모순이 발생한다. (…) 따라서 집단적 개입을 추구하는 사회운동에 봉착할 경우, 신자유주의적 국가는 때때로 억압적으로 개입하게끔 강제됨으로써 신자유주의가 고양하고자 하는 바로 그 자유를 부정하게 된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국가는 이러한 상황에서 한 가지 비밀 무기를 배열할 수 있다. 즉, 국제 경쟁과 세계화는 개별 국가들 내에서 신자유주의적 의제에 반대하는 운동을 규율하기 위해 사용될 수 있다. 만약 이것이 실패하면 국가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를 진압하기 위해 설득 및 선전, 또는 필요하다면 적나라한 폭력과 경찰력을 사용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폴라니가 두려워했던 점이다. 즉, 자유주의적 (확장하면 신자유주의적) 유토피아 프로젝트는 궁극적으로 권위주의에 의존함으로써 유지될 수 있다. 대중의 자유는 소수의 자유를 위해 제한될 것이다."(같은 책, 93-94)

 

신자유주의가 퍼뜨리는 '자유', 모두에게 해당하지 않는다?!

 

제한 없는 자유가 얼마나 제한 없는 폭력과 쉽게 맞닿을 수 있는지를 우리는 알아야 한다. 제한 없는 경쟁이 얼마나 쉽게 폭주하는 '일인'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우리는 알아야 한다. 무한한 자유라는 말이 듣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실제로는 모두가 그것을 누릴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엄연히 모든 것에 제한과 한도가 있어서-예컨대, 누구나 언젠가는 죽으며 자원이 한정된 것처럼-고삐 풀린 자유는 쥐도 새도 모르게 방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우리는 알아야 한다.

 

신자유주의는 말로는 자유를 내뱉어도 실제로는 권력과 폭력만을 이웃으로 삼을 수 있다. 무한경쟁은 어느 순간 '일인' 생존으로 끝맺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에 일단 한곳으로 돈과 힘이 모이고 나면 그때부터는 오로지 그 '일인'을 지키기 위한 각종 수단이 강구된다. 정부가 시민을 위해 있는 게 아니라 돈을 위해 있는 사회를 신자유주의 체제는 언제든 만들어낼 수 있다. 일단 어떤 분야가 '일인'에게 모이기만 하면 말이다. 그리고 무한 자유, 무한 경쟁은 바로 그런 사회로 갈 수 있는 고속도로를 열어준 문과 같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런 모습을 한 신자유주의를 보게 된다.

 

"나는 신자유주의적 권리 체제가 부정의하다는 철학적 주장으로 사람들을 설득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권리 체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이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사회적·생태적·정치적 결과가 어떠하든지 무한한 자본축적과 경제성장의 체제 아래 살아가는 것 외에 대안이 없음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중략)

그러나 이들만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권리는 아니다. 유엔헌장에 기술된 것과 같은 자유주의적 개념 내에서도 언론과 표현의 자유, 교육과 경제적 보장의 자유, 조합을 결성할 권리 등과 같은 파생적 권리들이 있다. 이러한 권리들을 강화하는 것은 신자유주의에 심각한 도전을 제기하는 것이다."(같은 책, 219-220)

 

데이비드 하비는 "신자유주의가 전도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고귀하고 쟁취해야 할 자유의 전망이 있다"는 말로 책을 마무리하였다. 그리고 한 마디 더 덧붙여 "신보수주의가 허용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가치 있고 구축되어야 할 거버넌스 체계가 있다"고 말했다. 옮긴이는 지은이가 제시한 주장이나 표현에서 좀 더 설명이 필요한 점이 있다고 했지만, 한편으론 그것이 독자들에게 주어진 과제일 수 있다고도 했다. 예컨대, '노동의 재생산을 통한 축적'과 '탈취에 의한 축적'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좀 더 충분히 설명해주어야 할 것 같다고 했지만, 그것이 독자들에게 주어진 과제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로 나라를 뒤엎어버린 예로 언급되곤 하는 대처(영국 전 수상)는 말할 것도 없이, 우리는 책 곳곳에서 신자유주의 탄생과 궤적 그리고 그에 동참하고 또 앞장서 이끌어간 이들이 남긴 발자취를 두루 보게 된다. 국가가 도대체 누구를, 무엇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지 알 수 없게 만드는 신자유주의 바람을 우리는 저녁 노을과 함께 부는 바람으로 여겨서는 안 되리라. 온 세상을 다 뒤덮어버린다고 그것이 곧 대세이다, 정당하다는 말과 같다고 할 수 없으리라. 속절없이 밀려오는 신자유주의 파도가 어디서 어떻게 몰려와 어디로 향해  가는지를 두루 살펴보게 된다면 말이다. 이 책이 그것을 고민하는 많은 이에게 얼마간 적절한 답을 주거나 적어도 그것을 논의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해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신자유주의: 간략한 역사>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 지음. 최병두 옮김. 한울, 2007.
(원서) A Brief History of Neoliberalism by David Harvey(2005)


신자유주의 (반양장) - 간략한 역사

데이비드 하비 지음, 최병두 옮김, 한울(한울아카데미)(2017)


태그:#신자유주의, #데이비드 하비, #DAVID HARV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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