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왔다. 전설적인 축구의 강팀이 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아시아 투어 중 하나인 코리아투어가 22일부터 대장정을 시작했다. 맨유 선수들은 22일 오후 8시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고, 인터뷰 없이 바로 숙소인 신라호텔로 향했다.

 

죄송합니다, 착오가 있었네요!

 

사실 난 23일 열릴 맨유 연습경기 티켓을 구입했다. 정식 경기는 너무 비싸 그나마 싼(15000원) 연습경기 티켓을 샀다. 긴장감은 덜해도 선수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연습경기 만으로 취재하기에는 부족했다. 선수들의 반응이 궁금한 기자회견에 참석하려고 했다. 그러나 인터넷에 그들의 일정을 찾기엔 힘들었다. 그래서 <오마이뉴스> 편집부 기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신라호텔 영빈관 에메랄드홀에서 22일 오후 2시에 열립니다. 감사합니다"

 

신라호텔에 걸린 '금호타이어컵 맨체스터 코리아투어' 신라호텔에 걸린 경기 간판, 이때쯤에만 해도 기자회견이 22일에 열리는줄 알았다

▲ 신라호텔에 걸린 '금호타이어컵 맨체스터 코리아투어' 신라호텔에 걸린 경기 간판, 이때쯤에만 해도 기자회견이 22일에 열리는줄 알았다 ⓒ 조재환

기자회견이 불과 며칠 안남은 상태에서 쪽지가 왔다. 기대가 컸다. 선수들의 얼굴도 실제로 볼 수 있고, 퍼거슨 감독도 볼 수 있고...여러가지로 다른 취재보다 설렘이 컸다. 이런 설렘을 가지고 도착한 신라호텔. 예상외로 호텔 주변은 썰렁했다. 왜 이렇게 썰렁할까? 불안한 마음에 무선인터넷으로 검색해본 결과 22일 오후 7시에 귀국에 23일에 기자회견을 연다는 기사가 나왔다. 순간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정말 이 때는 편집기자가 원망스러웠다. 왜 잘못된 시간을 알려줬을까하는 항의도 하고 싶었다.

 

"죄송합니다. 착오가 있었습니다. 어쩌죠?"

 

화를 내기에는 시간이 이미 지났고, 몸은 신라호텔로 도착한 상황이다. 어쩔 수 없었다. 집으로 그냥 돌아가야 할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이미 취재하러 나온 상황을 포기할 수 없었다. 직접 인천국제공항까지 찾아가 선수들의 얼굴을 보기로 했다.

 

예정시각보다 한시간 늦게 도착한 맨유

 

F에 맨유 선수들이 나오네? 어디로 나올지 2시간여동안을 찾은 결과, 카메라들은 입국대 F에 위치했다. 맨유 선수들이 이곳에 나온다는 의미다

▲ F에 맨유 선수들이 나오네? 어디로 나올지 2시간여동안을 찾은 결과, 카메라들은 입국대 F에 위치했다. 맨유 선수들이 이곳에 나온다는 의미다 ⓒ 조재환

도착 예정 시간 2시간 전에 도착한 나. 또 한번 불안감에 휩싸였다. "설마 여기서도 연기소식은 없겠지?" 이런 걱정을 수백번 반복했다. 그러나 하늘이 도왔다. 약간의 비디오카메라들이 F 입국대에 설치됐다. 맨유 선수들이 이곳에 온다는 의미다.

 

F 입국대로 도착한 시간은 5시 반 즈음. 맨유 선수들의 도착 예정 시간(7시)보다 한시간 반 전이다. 사람들은 정말 많았다. 취재진의 열기도 대단했다. 심지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선수들을 기다리는 열혈팬도 있었다.

 

맨유 열성팬 '긱스를 기자리며' 맨유 열성팬이 긱스 유니폼을 입고 선수들의 방한을 기다리고 있다

▲ 맨유 열성팬 '긱스를 기자리며' 맨유 열성팬이 긱스 유니폼을 입고 선수들의 방한을 기다리고 있다 ⓒ 조재환

너무 일찍 도착했다는 생각에 좀 더 늦게 오려고 했다. 그러나 좋은 자리를 빼앗길 수 있기 때문에 선채 자리를 지켰다. 한시간 반이 지난 7시. 선수들의 비행기가 지연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기다리고 있던 팬들과 취재진들은 지칠 노릇. 그러나 세계적 구단 '맨유'이기에 기다리는 사람들의 불만은 찾아볼 수 없었다.

 

'긱스! 에브라! 퍼거슨!' 선수들 도착하자 팬들 환호

 

"기자 여러분들 오늘은 인터뷰 없습니다. 바로 숙소행입니다!"

 

관계자는 취재 과열 방지를 위한 사전통지를 냈다. 이미 기자회견은 내일로 미뤄진 상황이라 중복인터뷰를 막기 위해서다. 그럴수록 기자들은 선수들의 표정과 팬들의 반응에 대한 스케치에 중점해야 했다.

 

드디어 6시간을 기다린 끝에 퍼거슨 감독 외 맨유 선수들이 도착했다. 선수들은 한층 여유를 보였다. 긱스와 루니는 긴장된 듯 굳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퍼디난드와 마이클 오언은 한국팬들에게 여유있는 모습이다. 퍼거슨 감독은 한국팬의 반응을 예상한 듯 '썩소'같은 미소로 팬들을 맞았다.

 

퍼거슨 감독은 팬관리에도 신경썼다. 예정에 없던 간이 팬사인회가 열린 셈. 취재기자들은 그 모습을 담기에 바빴다. 이 때문에 공항 주변은 거의 단거리 육상 경기가 됐다.

 

뛰어! 맨유 선수들을 보기 위한 사람들의 '공항 육상 경기'

▲ 뛰어! 맨유 선수들을 보기 위한 사람들의 '공항 육상 경기' ⓒ 조재환

 

자칫하면 충돌로 번질 상황이었다. 순식간에 공항 내는 아수라장이 됐다. 그러나 분위기 만큼은 좋았다. 한쪽에서는 맨유 선수들을 봤다고 흥분하는 사람도 있었고, 다른 한 쪽에는 사진이 잘 나왔다는 반응이 컸다.

 

맨유 선수들은 45인승 버스를 탔다. 고급 VIP 버스를 탈 것이라는 예상을 깼다. 그들도 우리처럼 평범하게 일반용 버스를 타고 숙소인 신라호텔로 향했다. 출발 전 팬들에게 인사를 하는 여유도 보였다. 이 모습을 담으려는 취재 열기도 높았다.

 

우리 좀 보세요! 사진기자 외 일반인들의 취재경쟁!

▲ 우리 좀 보세요! 사진기자 외 일반인들의 취재경쟁! ⓒ 조재환

페디난드 옆 긴다리는 누구의 다리? 페디난드 옆에 긴 다리. 좌석을 향해 쭉 뻗은 다리는 누구의 모습일까? 45인승 일반버스를 탄 맨유 선수들.

▲ 페디난드 옆 긴다리는 누구의 다리? 페디난드 옆에 긴 다리. 좌석을 향해 쭉 뻗은 다리는 누구의 모습일까? 45인승 일반버스를 탄 맨유 선수들. ⓒ 조재환

이렇게 맨유 선수들은 뜨거운 환호를 받고 신라호텔에 도착했다. 이들은 23일 오전 10시 상암에서 연습경기를 가진 후 오후 1시 반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이번에는 제대로 취재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TV에서 지켜본 세계적인 선수들, 이제 실제로 봤다. 이들은 23일에 어떤 모습으로 팬들을 만족시킬까? 24일 정식 경기와 달리 선수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을 것이다. 기대해 달라!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SBS U포터,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7.23 09:38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SBS U포터,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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