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질문이 나올까, 기대되는 기자회견 전 모습 23일 신라호텔에서 열렸던 기자회견의 모습, 반데사르 맨유 골키퍼, 퍼거슨 감독, 데이비드 길 맨유 사장, 귀네슈 FC서울 감독, 김치곤 선수등이 참석했다.

▲ 어떤 질문이 나올까, 기대되는 기자회견 전 모습 23일 신라호텔에서 열렸던 기자회견의 모습, 반데사르 맨유 골키퍼, 퍼거슨 감독, 데이비드 길 맨유 사장, 귀네슈 FC서울 감독, 김치곤 선수등이 참석했다. ⓒ 조재환


23일 찜통더위 때문에 고생을 했다. 서울을 방문한 맨유 기자회견 전 공개훈련에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그러나 지켜보는 팬과 선수들은 너무 더웠다. 맨유 선수들 일부는 더위에 지친 모습이었다.

오랫동안 맨유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려고 했다. 하지만 너무나 더운 날씨. 난 견딜 수가 없어 미리 신라호텔로 출발했다. 맨유 선수들의 공식 숙소이자, 기자회견장인 신라호텔. 일찍가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기자회견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가장 처음에 질문했다

각 감독들과 선수들, 또 팀 사장들의 인사말이 끝난 후 문답시간이 다가왔다. 재빨리 난 손을 들었다. 사회를 보던 이혜승 아나운서는 먼저 날 지목했다. 심장이 두근 거렸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퍼거슨 감독에게 질문을 던졌다.

"최근 이청용 선수의 볼튼행이 유력합니다. 이청용에 대해 아시는지요? 그리고 프리미어리그에서 그를 만나면 어떻게 상대하실 것입니까?"

이 때까지만 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후의 문제는 커졌다. 통역 후로 퍼거슨 감독이 잠시 머뭇거렸기 때문. 난 내 질문에 문제가 생긴 줄 알았다. 심지어 뒤에서는 "이청용 아니고 기성용 아니야?"라는 소리가 들렸다. 확실치 않지만 기자들 주위에서도 기성용에 대한 언급이 살짝 들렸다.

퍼거슨 감독은 이런 대답을 했다. "기술이 좋고 스킬이 넘쳐나는 선수다(Skillful player)" 또 재미있는 것은 "그를 맨유 입장에서는 현재 영입할 생각이 없다"는 답을 했다.

거의 동문서답이었다. 내 자신이 이청용 대신 기성용으로 물어본 것 같았다. 하지만 난 분명히 이청용에 대한 언급을 했다. 이해가 안갔지만 다음 질문을 위해 그냥 넘어갔다.

사실 난, 다른 언론사 기자와 다른 처지다. 노트북과 DSLR가방을 동시에 들고다니면서 취재하는 특이한 경우다. 다른 언론사는 취재기자와 사진기자를 분리해 취재에 용이하지만 나같은 경우는 다르다. 동시에 사진촬영과 노트북으로 기자회견 말을 옮겨 적어야 한다.

그만큼 기자회견장에서 말한 내용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당시 기자회견의 예상 밖 상황을 쉽게 느끼지 못한다. 그 때만 해도 내가 잘못을 저지른 거 같아 부끄러웠다. 하지만 그 모습을 감추기 위해 난 노트북 자판에 집중했다. 그러나 마음 속에는 부끄러운 생각들이 가득했다.

인터넷 검색하니, "내가 새로운 사실을 이끌어냈네!"

잘 부탁합니다. 23일 기자회견에 악수를 나눈 퍼거슨 감독과 귀네슈 감독

▲ 잘 부탁합니다. 23일 기자회견에 악수를 나눈 퍼거슨 감독과 귀네슈 감독 ⓒ 조재환


그러나 이게 웬일? 잘못은 내가 한게 아니었다. 통역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한국 기자와 영국 기자의 대담 내용을 엿들었다. 그 중 이청용 관련 질문이 가장 이상했다(Stupid)는 이야기가 들렸다.

그러나 그 이상한 이야기는 내가 아니라 통역의 문제였다. 다른 인터넷 언론 기사를 검색해본 결과 통역이 이청용을 기성용으로 전달한 것이다. 그 때 왜 난 통역이 기성용에 대한 언급을 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을까?

주요 인터넷 언론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퍼거슨 감독, 이청용을 기성용으로 착각하다. 그는 기성용을 2년전에 봤을 떄 능력있는 선수로 평가했다. 그러나 기성용을 맨유입장에서는 영입할 생각이 없다고 퍼거슨 감독이 말했다. 거의 통역 때문에 동문서답을 했다"

또 다른 언론에서는 퍼거슨 감독이 실수 속에 중요한 사실을 시인했다는 반응이다. 2년 전 까지만 해도 기성용의 맨유 이적설이 흘러나왔다. 세간에서는 이 사실이 단순한 소문일 것으로 봤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의 이같은 동문서답이 소문을 사실이었다는 점을 입증했다.

내 질문이 이상해 퍼거슨 감독으로부터 한국 기자에 대한 안좋은 인식을 심어줄까하는 걱정도 컸다. 그러나 난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이 입증됐다. 여성 통역의 부족한 축구상식이 오역을 불러일으킨 셈.

그래도 중요한 사실, 예상외로 난 특종을 만들어냈다. 기성용의 맨유 이적설은 국내에 떠도는 소문이 아니었다는 사실, 퍼거슨 감독은 2007년 당시 기성용 영입에 관심이 있었다는 것을 입증시켰다.

이번 질문은 내가 한국어로 했다. 긴장이 너무 됐던 탓일까? 하지만 또 한번 내가 퍼거슨 감독을 만난다면 자신있게 영어로 질문할 것이다. 통역자의 오역을 방지하기 위해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SBS U포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청용 맨유 기성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