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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문화유산을 파괴한다는 많은 반대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4대강 살리기 사업(4대강 사업)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7월 24일, 지역주민과 시민단체·환경단체의 거센 반발에 정부는 하회보 건설을 사실상 철회했지만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에는 끝내 동의하지 않았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하회보 철회가 희망의 신호였지만, 너무도 희미한 신호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오마이뉴스>는 <운하백지화국민행동>에서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실시한 '4대강 답사'에 동참했다. 4대강 정비 사업구간으로 지정된 남한강 일대와 낙동강 일대를 직접 돌아보며 4대강 사업이 불러올 재앙을 목격했다. 4대강 현장의 살아있는 이야기는 '1회: 남한강, 2회: 낙동강 상류, 3회: 낙동강 하류' 순으로 연재된다. <편집자말>

 

① [구담보] 야생동물, 그냥 방치할 셈인가

 

구담보는 낙동강에 건설 계획된 총 9개의 보 중 가장 상류에 지어지는 보이다. 최초 계획에는 안동 하회마을의 하회보가 보 릴레이의 '첫 주자'였다. 하지만 문화유산 훼손이란 논란 끝에 7월 24일 건설이 취소되며 자연스레 구담보가 '첫 주자' 자리를 넘겨받게 되었다.

 

건설계획에 의하면 강바닥을 3m 가까이 파내게 되고 양쪽 강변으로는 호안과 제방이 건설된다. 호안과 제방이 건설될 곳을 바라봤다. 시원하고 푸른 광경이 두 눈 가득히 들어온다. 길이 6km 이상으로 넓게 펼쳐진 구담습지이다. 이 습지에는 수많은 야생동물들과 천연기념물들이 서식하고 있는데, 특히나 멸종 위기종 1급인 수달이 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생태지평연구소 박진섭 부소장에 의하면 "4대강 사업 계획에는 사업에 따른 환경영향으로부터 수달 및 야생동물을 보호할 대책이 전혀 없다"고 한다. 박 부소장은 "사업 계획에 수달을 언급하긴 하지만 그냥 잘 옮기면 된다고 말하는 수준"이라며 정부의 대책 없음을 비판했다.

 

실제로 국토해양부가 작성한 '낙동강(상류) 하천기본계획 사전환경성검토서'에는 수달 보호대책이 다음과 같이 언급되어있다.

 

하도준설 시 친환경적인 공법을 적용하여 수달의 서식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주기적인 먹이주기 행사 등을 실시하여 개체수 감소 및 육수생태계 훼손을 저감하도록 할 계획임.

 

이 말이 전부다. 더 이상 구체적인 얘기는 없다. 박 부소장의 "그냥 잘 옮기면 된다고 말하는 수준"이란 평이 딱 떠오르는 대목이다. 곧 닥쳐올 재앙을 아는지 모르는지, 구담습지는 고요하기만 했다.

 

② [상주보] 주민들도 잘 모르는 4대강 사업

 

경천대, 이곳은 낙동강 1300리 물길 중 경관이 가장 빼어난 곳으로 유명하다. 송림이 우거진 기암절벽과 금빛 모래사장 사이로 맑은 강이 흘러나간다. 물속의 물고기가 보일 정도로 깨끗했다.

 

하지만 이곳 역시 4대강 사업의 공사구역이다. 상주보와 1.5km 떨어진 이곳은 5m의 준설(강바닥을 파내 깊게 함)이 이루어지며 금빛 모래사장을 다 밀어내고 제방이 건설될 예정이다. 경천대관광지의 한 식당주인은 "정말 경천대에서도 공사가 이루어지냐? 경천대 비경은 이곳의 생명력이다. 이미 깨끗한 물인데 수질개선을 위한 공사라니…"라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경천대의 비경을 뒤로하며 배나무가 한가득한 한 마을에 도착해 상주보 건설예정지를 둘러봤다. 11m의 높이에 570m의 길이의 보, 5m의 준설. 마을에서 벌어질 이 큰 공사를 마을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놀랍게도, 마을주민들은 상주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상주시 도남동 권홍욱 이장은 "시장 간담회 때 지나가는 얘기로 얼핏 들었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어디에 들어오는지는 모른다. 지자체로부터 들은 얘기도 없다"고 말했다.

 

바로 이 마을에 상주보가 들어올 것이라고 말하자 권 이장은 "여긴 상수원보호구역이고 몇 년간 홍수침수도 없었다. 보가 왜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공사계획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다른 주민들도 "여기에 보가 들어오는 게 정말 맞냐"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주민들은 전혀 몰랐지만, 공사는 이미 진행 중이다. 마을 강변에는 공사준비를 알리는 빨간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③ [낙단보] 보 옆의 취수장, 대책 없는 속도전

 

충남 보령시 낙동리에 들어설 낙단보 부지, 눈에 확 들어온 건 부지 바로 옆의 취수장이었다. 낙단보와 취수장의 거리는 불과 300m 정도. 6m의 준설이 계획된 이곳에선 보와 취수장의 공존이 불가능해 보였다.

 

생태지평연구소 명호 연구원은 "정부는 오탁수방지시설을 설치하면 취수장 운영에 문제가 없다고 말하지만 준설로 인한 흙탕물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식수원의 오염을 예상했다. 그는 이어서 "이런 경우 취수장을 옮겨야 하지만 전국에서 공사를 하다 보니 마땅히 옮길 곳도 없다"며 대책 없이 강행되는 4대강 사업을 비판했다.

 

한편 낙동강 답사길 곳곳에서는 시추 및 치수 작업 현장이 수시로 눈에 띄었다. 하천종횡단측량 중이던 한 측량업체 관계자는 "현재 여러 업체가 동시에 측량을 진행 중이다. 16km의 구간을 10일 안에 끝내란 주문을 받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 부지런히 뛰어야겠다"며 계면쩍게 웃었다.

 

낙단보 예정지 현장은 4대강 사업의 무대책과 강행 속도전의 증거였다.

 

④ [구미보, 칠곡보] 대규모 준설, 4대강은 죽어난다

 

구미시를 관통하는 낙동강에는 구미보와 칠곡보가 들어설 예정이다. 높이 11m, 길이 650m의 구미보 건설을 위해서는 강바닥을 7m나 긁어내야 한다. 칠곡보는 3.6m 준설로 얼핏 생각해 구미보보다는 양호해 보인다.

 

하지만 준설은 단순히 한 특정지점의 일정구역에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었다. 명호 연구원은 "강폭을 넓히면서까지 전체 강폭을, 강바닥을 3~7m까지 파낸 깊이로, 낙동강 전체를 따라 끊임없이 이어진다"며 4대강 사업의 준설 규모가 엄청나다고 말했다.

 

구미보 예정지 하류일대에 널따랗게 펼쳐진 해평습지, 그곳에선 다양한 새들이 하늘을 유유히 떠다니고 있었다. 정부에서 설치한 '철새 보호' 알림판도 눈에 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이 진행되면 이 습지 또한 사라지게 된다. 준설로 인해 뭉텅 잘려나가는 것이다.

 

지금까지 준설이 없었던 건 아니다. 박진섭 부소장은 "낙동강에서 홍수 예방 등의 목적으로 1년에 1,500만 m³의 준설을 해왔다. 하지만 4대강 사업에선 낙동강에서만 4.4억 m³를 준설한다. 1,500만 m³과 4.4억 m³은 실로 엄청난 차이"라며 "준설의 이유 및 필요성, 타당성이 부재하다"고 성토했다.

 

칠곡보 인근의 골재채취장에선 인간의 탐욕이 할퀴고 간 참상을 볼 수 있었다. 버려진 자갈들이 한가득 굴러다니고 땅은 여기저기 거칠게 꺼져있었다. 황폐하다. 생명의 기운은 찾아볼 수 없었다. 명호 연구원은 "이것이 바로 4대강 사업의 앞날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석양이 짙게 깔린 골재채취장은 한층 을씨년스러웠다. 답사단은 '4대강의 앞날'을 바라보며 말을 잃었다. 낙동강 상류 답사의 끝은 그렇게 어둠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퇴강리] 4대강 사업의 앞날, '슈퍼 제방'이 점령한다

 

답사단이 찾은 상주시 사벌면 퇴강리에는 낙동강의 시발지임을 알리는 웅대한 표지석이 서있었다. 하지만 이곳이 진짜 낙동강 시발지인지에 대해선 명확한 답이 없는 상태이다. 문경과 안동, 상주시는 각기 자기지역을 낙동강의 시발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논란의 장소. 그럼에도 이곳에는 확실한 '정답'이 하나 있었다. 바로 강변을 따라 건설된 거대한 '슈퍼 제방'이었다. 생태지평연구소 명호 원구원은 "4대강에 계획된 호안 및 제방은 모두 이런 식으로 건설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호 연구원은 이어서 "기존의 제방은 일반적으로 높이 대 밑변 비율이 2:1이었는데 4대강 계획의 제방은 3:1이 됐다"며 제방의 거대화에 우려를 표했다. 제방마루의 도로 너비도 약 7m 로 기존 제방의 두 배였다.

 

명호 연구원은 "홍수위가 각 하천마다 다른데도 지역에 맞게 건설하는 게 아니라 일괄적으로 제방의 폭과 너비를 정했다"고 지적하며 "이런 거대 제방이 강변을 따라 끝없이 이어지게 된다. 상상해봐라"며 깊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태그:#4대강 살리기, #MB운하, #대운하, #남한강, #생태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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