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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회 안주삼아 기울이는 술잔에 가을밤이 지새는 줄도 몰랐습니다.
 전어회 안주삼아 기울이는 술잔에 가을밤이 지새는 줄도 몰랐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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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바다의 어종은 누가 뭐래도 전어입니다. 전어의 참맛을 찾아 여수 소호동 바닷가에 갔습니다. 제철음식 그것도 진짜배기 가을전어 맛을 보려고 말입니다. 제철 생선을 산지에서 직접 맛본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 때문입니다. 가을전어를 쫓아서 찾아간 곳은 여수 홍합의 본고장이기도 한 항도마을입니다.

어선은 가막만 밤바다의 어둠을 가릅니다. 뭍에서 멀어질수록 소호바다는 멋을 더해갑니다. 때 아닌 초가을 늦더위로 연일 푹푹 찌는 날씨에 찾아간 밤바다는 이제껏 막혔던 숨통을 시원하게 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바다에서 바라본 여수의 야경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어선을 타고 달려간 드넓은 가막만에는 홍합(진주담치)의 하얀 부표가 수없이 떠있습니다. 밤풍경에 취해 넋을 잃고 있는 동안 어선은 어느새 전어그물이 있는 곳에 당도했습니다.

어선은 가막만 밤바다의 어둠을 가릅니다. 뭍에서 멀어질수록 소호바다는 멋을 더해갑니다.
 어선은 가막만 밤바다의 어둠을 가릅니다. 뭍에서 멀어질수록 소호바다는 멋을 더해갑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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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전어 잡는 쏠쏠한 재미에 푹 빠지다

어부 너 댓 명이 뱃전에 기대어 그물을 잡아당깁니다.

"전어가 올라온다!"
"야~ 여기도, 저기도..."
"상당히 굵다."

그물을 잡아당기자 전어가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눈부신 은빛으로 찾아듭니다. 어설픈 어부는 그물코에서 전어를 떼 내느라 바쁩니다. 전어를 그물에서 재빨리 떼어 내지 못하고 시간을 지체하자 선장의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손에서 전어가 익어 부러, 만지면 떨어져야지."
"오늘 놉들이 영 시원찮네."

"전어가 올라온다!" 그물을 잡아당기자 전어가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눈부신 은빛으로 찾아듭니다.
 "전어가 올라온다!" 그물을 잡아당기자 전어가 하나둘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눈부신 은빛으로 찾아듭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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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는 잡자마자 피를 빼고 손질해야 그 맛이 최곱니다.
 전어는 잡자마자 피를 빼고 손질해야 그 맛이 최곱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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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칠흑 같은 가막만의 밤바다, 어부가 그물을 잡아당길 때면 은빛 전어가 어둠속에서 파닥입니다. 전어 잡는 쏠쏠한 재미에 다들 푹 빠져들고 있습니다.

"전어가 온다, 또 온다."
"어! 삼치다. 삼치는 전어보다 더 성질이 더러워 금방 죽어 부러"
"오늘 썰어먹으라고 전어가 많이 올라오네."
"어서 전어 손질해."

가을밤 선상에서 맛본 전어는 그 맛의 차원이 다르다

선상에서 전어를 손질하는 아낙네의 손놀림도 예사 솜씨가 아닙니다.
 선상에서 전어를 손질하는 아낙네의 손놀림도 예사 솜씨가 아닙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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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은 그물을 따라가며 어선의 키로 방향을 잡습니다. 고기가 많이 잡히면 이렇게 한 마리씩 떼어내지 못하고 그물을 걷어 항구로 옮겨 간답니다. 선장은 그 정도는 돼야 돈벌이가 된다며 오늘은 안주거리를 잡기 위해 나섰다고 했습니다. 이래갖고 돈벌이가 되겠냐며 돈벌이를 하려면 먼 바다로 나가야 한답니다.

어선의 선장은 조태원(54)씨입니다. 조 선장은 전어의 참맛을 보여주겠다고 말합니다. 일반 횟집과는 감히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맛의 차원이 다르답니다. 전어의 참맛을 볼 기쁨에 다들 들떠있습니다. 그런 우리들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 걸까요. 밤바람마저 시원스레 불어옵니다.

"일반 횟집과는 그 맛의 차원이 전혀 다릅니다."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은빛 전어는 눈이 부십니다.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은빛 전어는 눈이 부십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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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를 잡아 올리자마자 선상에서 손질을 합니다.
 전어를 잡아 올리자마자 선상에서 손질을 합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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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수산 김영종 대표는 가막만 전어는 기름지고 맛있다고 합니다.
 바다수산 김영종 대표는 가막만 전어는 기름지고 맛있다고 합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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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는 전어를 잡아 올리자마자 선상에서 손질을 합니다. 올여름에는 비가 많이 와서 먹이생물이 풍부해 초가을인데도 전어가 토실하게 살이 많이 올랐습니다. 이동열(42)씨가 전어자랑에 열을 올립니다. 선상에서 전어를 손질하는 아낙네의 손놀림도 예사 솜씨가 아닙니다.

"가막만 전어는 기름지고 맛있어요, 고기 씨알도 큽니다."
"얼마나 싱싱하요 이~, 기가 막히죠."

"식은 밥에 전어쌈 한번 해보씨요"

소주 안주거리로 준비한 싱싱한 전어회입니다. 무지 많으니 함께 드시죠.
 소주 안주거리로 준비한 싱싱한 전어회입니다. 무지 많으니 함께 드시죠.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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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은 밥에 전어쌈 한번 해보씨요."
 "식은 밥에 전어쌈 한번 해보씨요."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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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 잡이에 바쁜 선장은 그물을 당기랴, 배를 운항하랴, 여의치 않자 키를 밧줄로 맵니다. 배는 혼자서 뭍을 향해 잘도 갑니다.

"가만 둬도 그냥 찾아가 부요."
"바람도 쐬고, 쐬주도 한잔 하고, 이런 맛에 삽니다."

선장의 넉살과 여유로움에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바람도 쐬고, 쐬주도 한잔 하고, 이런 맛에 삽니다. 안주거리를 잡아 소주 한 잔 하는 맛에 산다는 조 선장은 진짜 전어가 좋다며 환하게 웃습니다.

전어 맛 한번 볼까요. 고소한맛에 차진 맛, 그 뿐만이 아닙니다. 살이 쫀득쫀득합니다.

"식은 밥에 전어쌈 한번 해보씨요."

가을밤 가막만의 선상에서 맛본 가을전어의 참맛은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 말로 형언할 수 없었던 그 기막힌 전어의 참맛이 머릿속을 오래도록 떠나질 않습니다. 모두들 전어회 안주삼아 기울이는 술잔에 가을밤이 지새는 줄도 몰랐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가을전어, #여수, #가막만,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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