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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와 관련, 강원도 교육청이 성적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여행상품권까지 들고 나왔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전교조 강원지부는 "도교육청이 일제고사 성적이 우수한 6학년 교사들을 선발하여 팔라우 해외여행을 시켜주겠다고 했다"고 지난 25일 보도자료를 냈습니다(아래 전문). 남태평양의 섬인 팔라우는 사이판과 괌 아래쪽에 있는 천혜의 관광지로, 특히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곳입니다. 
 

해외여행 상품권 하면 1990년대 대학생들의 경연장이었던 <퀴즈! 아카데미>가 생각납니다. 요즘도 각종 방송프로그램에서 앞다퉈 여러 상품권을 내걸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들을 골라내 도움을 주겠다는 명목으로, 온갖 부작용에도 강행하는 일제고사에도 해외여행 상품권이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교과부가 '일제고사로 교육과정 파행을 유도하는 교육청은 엄중조처하겠다'는 공문까지 내린 시점에 알려진 사실입니다. 강원도 교육청은 교과부의 공문마저 축소 왜곡하여 내려보낸 혐의도 있습니다.

 

도교육청도 사실상 인정

 

이 같은 소식은 동해 지역의 한 학교장을 통해 나왔다고 하는데 여러 학교에서 확인되었습니다. 강원일보(9월 26일자)에 의하면 도교육청이 "내년부터 초등학교 교사 가운데 학생 및 학력 관리 등 교직 생활에 충실한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선진지 견학을 계획 중이지만, 예산이 반영될지는 아직 모른다. 예산반영은 아직 모르고, 6학년만이 아니라 다른 학년도 해당된다"고 했다니 사실상 인정한 셈입니다. 그 동안 교육청마다 일정한 기준을 정해 방학 때 선진지 견학이라는 명목으로 교사해외연수를 시행해왔지만 대부분 연장자순이거나 특별한 수상 경력을 우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제 명실공히 일제고사가 첫 번째 순위가 되려나 봅니다.

 

사실 일제고사 점수가 높은 학급의 교사들에게 해외여행 우선순위를 주었다는 주장은 지난 겨울방학부터 나왔습니다. 배희철(전교조 강원지부 정책실장) 교사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서 너무 젊은 교사들이 여행을 가서 일제고사 성적순이 아니냐는 소문이 있었다고 합니다. 도교육청의 반응을 보면 그런 지역을 모범사례로 삼아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상황이 궁하니 다른 학년까지 포함시킨다니 11월에 있을 4,5학년 도교육청 시험 우수교사까지 해외여행을 보내주려나 봅니다. 지나친 감세정책으로 지역교육청 예산이 줄어 무료급식까지 줄어든다고 아우성인데 말입니다.

 

일제고사로 드러난 교육계 앵벌이 구조

 

강원도 교육청은 작년부터 일제고사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습니다. 동해교육청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도교육청 시험을 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4~5학년 교사 4명을 해직시켰습니다. 최근 해직교사들이 부당해고를 철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일제고사가 얼마나 교육법과 교육과정을 무시하고 있는지, 그리고 도교육청 행정과 학교 행정이 후진적인지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올 10월 일제고사를 앞두고, 여름방학 보충학습에다 최근에는 밤 11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하는 초등학교까지 생겨났습니다. 일제고사 대비 학력향상교육을 날마다 보고하라는 일일보고 공문도 등장했습니다. 충북에서 주간보고를 하게 한다는 소식에 강원도의 한 선생님은 "그러니 충북이 꼴찌지, 우리 강원도는 날마다 해" 하십니다.

 

급기야 학교장은 점수 높은 아이들에게 돈을 주고, 지역교육청은 교사에게 문화상품권을 주고, 도교육청은 해외여행을 보내주겠다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어린 학생들 고생시켜 어른들 호강하는 게 앵벌이구조와 무엇이 다릅니까? 일제고사로 생기는 파행사례는 이제 교과부가 아니라 경찰과 검찰로 넘어가야 할 범죄 아닙니까?

 

교과부는 시도교육청 평가에 일제고사 점수를 반영하고, 도교육감은 일제고사로 교육장을 평가하고, 교육장은 학교장을 평가하고, 학교장은 교사를 평가하는 거미줄 구조 속에서 이런 파행사례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일제고사 폐지 외에 대안 없어

 

요즘처럼 일제고사로 학교를 죄면 교사들도 학생들을 닦달할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아이들에게 시험이란 몇 번 보다 보면 요령이 생기고, 조금 더 지나면 문제만 봐도 답을 찾아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계속 연습시험 보고 반복하여 듣다 보면 당연히 점수가 올라갈 것입니다. 그러면 학력이 올랐다고 대서특필될 것이고, 이 모든 것을 진두지휘한 교육감은 내년 도교육감 선거에서 유리한 상황이 될 것입니다. 이 정책을 추진한 교과부와 이명박 정부는 이를 정권의 치적으로 홍보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이 시대가 원하는 학력일까요? 학생들은 이 학력으로 미래사회를 잘살아갈 수 있을까요? 오히려 아이들과 교사들은 정상수업을 희생해서 시험점수가 올랐으니 겨울방학에는 3월 일제고사(교과학습진단평가) 준비하느라 보충수업을 할지 모른다고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은 하얀 건 종이요, 까만 건 문제라고 절망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시험점수 올리라고 직접 압박해야 하는 교사들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절망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시험점수 하나로 전국을 줄 세워버린 교과부와 시험점수를 학력으로 오인하는 어른들의 책임입니다. 하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과 미래의 대한민국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교과부는 강원도 교육청을 엄중 징계하고 하루 빨리 비인간적이고 아동학대도구로 전락한 일제고사를 폐지하여 교육과정 정상화에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해외여행 상품까지 : 극단으로 치닫는 일제고사 파행

1. 2009년 10월 13일 - 14일 실시되는 일제고사(초6, 중3, 고1)로 대한민국 교육행정관료들은 2009년 내내 처절한 몸부림을 하고 있다. 그로 인한 교육 파행 사례는 언론에 계속해서 보도되고 있다. 모 교장에 따르면, "강원도교육청(교육감 한장수)은 일제고사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는 6학년 교사들을 선발하여 팔라우 해외여행"을 시켜주겠다는 새로운 파행 사례 하나를 추가했다.

 

2. 학교장은 학생에게 상금을 주고, 지역 교육청은 교사들에게 문화상품권을 주고, 지역 1등 학교에 상금 오백을 주겠다고 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평가부담을 완화하기 위하여 "학업성위도 평가 관련 시도교육청의 지도 감독 강화 요청" 공문을 18일 시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강원도교육청(교육감 한장수)은 해외여행을 시켜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3. 일제고사 파행에 대해 전교조 강원지부는 이미 6차례에 걸쳐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심지어 교육과학기술부 공문을 '정책브리핑'을 통해 원문 그대로 공개하기까지 했다. 파악된 다수의 시도교육청은 위 공문의 내용을 그대로 이첩하였지만, 강원도 교육청 공문 '중등교육과-17905(2009.09.22)'에 따르면, 강원도교육청은 이를 축소 조작하여 이첩하였다.

 

최근 일부 학교에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비하여, 평가 미시행 교과 시간을 평가 대상 교과로 대체하는 등 무리하게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민원이 있어 알려드리오니, 정상적인 교육과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끝.

 

4. 강원도교육청은 예체능 교과를 시험 교과로 대체하는 파행을 중점적으로 지적하였지만, 문제풀이 수업, 초중등 야간자율학습, 내신 성적 반영, 중간고사 대체, 학교 단위 일제고사, 공휴일 등교 등을 명확하게 지적하는 공문으로 일선 학교에 이첩하여야 한다.

 

5. 교육과학기술부는 공문 이첩의 적절성에 대해 지도ㆍ감독해야 한다. 그리고 교육청이 교사를 대상으로 한 일제고사 파행 사례(일제고사 지도 성적을 성과급 또는 근무성적에 반영, 학교 평가에 반영하는 것, 일제고사 성적을 올리기 위해 금품 또는 상품권을 지급하거나 해외여행을 시켜주는 것)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 끝.

 

2009년 9월 25일 전교조 강원지부

덧붙이는 글 | 일제고사로 생기는 각종 파행현상은 더 이상 교육의 이름으로 미화될 수 없을 지경입니다. 일제고사로 생긴 문제는 폐지 외에 대안이 없습니다.


태그:#일제고사, #교육과정파행, #경쟁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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