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k, Park, Where ever you may be  팍, 팍 네가 어디 있든지 간에
You eat dogs in your home country  너희 나라에서는 개고기를 먹지
But it could be worse  하지만 그것보다 더 심한 건
You could be a scouse  의회당에서 쥐고기를 먹는
Eating rats in your council house  스카우즈(리버풀)가 될 수도 있었다는 거야"   

한때 한국인을 비하하고 있다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박지성의 응원가는 사실 오랜 라이벌 팀인 리버풀을 향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팬들의 풍자적 노래이다. 이토록 맨유와 리버풀, 두 구단 사이의 적대적 관계는 두 팀의 오랜 전통만큼이나 긴 역사를 갖고 있으며, 현시대의 축구계에서 가장 유명한 라이벌 관계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공교롭게도 잉글랜드 리그의 전통을 대표하고 있는 이 두 팀은 지난 여름, 팀의 핵심선수들을 떠나보내고 경기력이 눈에 띌 정도로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같이 선수들은 구단의 재정적 상황이나 축구 생활의 목표 등의 이유로 인하여 소속해 있던 팀을 떠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가기 마련이다. 오히려 20년이 넘는 유소년팀과 프로팀 생활을 하는 동안 단 한번도 팀을 옮기지 않고 자신의 친정팀을 지키는 것이 이례적인 경우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이러한 이유로 단 한 번도 팀을 떠나지 않고 자신이 속하고 있는 팀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고 있는 두 명의 부주장, 리버풀의 제이미 캐러거와 맨유의 라이언 긱스는 우리에게 재미있는 비교 거리를 제공해 준다. 어느새 전성기를 지나버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매 경기 붉은 유니폼을 입고 필드위에 오르는, 팀을 위해 자신의 젊음과 인생을 바친 두 부주장은 이번 시즌 너무나도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캐러거, 이대로 주저 앉을 것인가?  

 리버풀 누리집(liverpoolfc.tv)의 제이미 캐러거 프로필

리버풀 누리집(liverpoolfc.tv)의 제이미 캐러거 프로필 ⓒ 리버풀 FC


20세기의 축구팀을 통틀어 '수비'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팀은 단연 리버풀이었다. 그만큼 수비를 완성하기 위하여 감독뿐만 아니라 구단 차원에서의 노력이 수십년에 걸쳐 계속 되어왔으며, 현재까지도 '리버풀=수비' 라는 공식이 축구 팬들의 머리 속에 뿌리깊게 내려있다. 수비가 공격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리버풀을 이끌어 왔으며 현재까지도 그 근본이 이어져 오고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리버풀은 공격수의 보강을 통해 보다 공격적인 팀으로 조금씩 변해갔으며, 지난 시즌을 마친 리버풀은 리그에서 가장 돋보이는 득점수와 득실차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공격 위주의 스타일 변화 이면에는 조금씩 허술해져만 가는 수비력이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물론 올 시즌 중앙 수비를 담당하던 히피아와 수비 가담 능력이 뛰어난 알론소가 팀을 떠난 것은 사실이지만, 부주장으로서 수비를 이끌어야 할 캐러거가 자신을 향하는 비난의 화살을 피할 길은 없어보인다.  

지난 시즌부터 캐러거는 유난히 측면에서 날아오는 크로스에 대해 무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프리킥 상황에서 공에 무리하게 돌진하여 마크하고 있던 상대 공격수가 자유로운 헤딩을 하도록 허용한 경우가 빈번했으며, 심지어 볼을 처리하려던 과정에서 자책골을 만들어내기도 하였다.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추어 온 스크르텔과의 조화스럽지 못한 협력 플레이는 리버풀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곤 했다.  

최근 경기 기록을 살펴보면, 올 해 리버풀이 리그에서 허용한 10골 중 9골은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실점이었으며, 나머지 1골과 지난 챔피언스리그 피오렌티나 원정 경기에서 허용한 2골을 포함한 3골은 역습 상황에서 상대 선수를 제대로 마크하지 못하고 쉬운 슈팅 기회를 제공해 준 것이 실점의 원인이 되었다. 한 명의 수비수로서 캐러거의 역할을 제쳐 두고도, 수비 라인을 조절하고 동료들을 지도해야 하는 부주장 캐러거의 리더십이 빛을 발하지 못한 순간들이었다.    

긱스, 누가 그를 노장이라 부르는가?  

 맨유 누리집(manutd.com)의 라이언 긱스 프로필

맨유 누리집(manutd.com)의 라이언 긱스 프로필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


아마 대부분의 축구 팬들은 긱스라는 이름을 들을 때 마다 99년 FA컵에서 아스날을 상대로 골을 기록하던 그의 '매직 드리블'을 떠올릴 것이다. 물론 현재의 긱스에게서 그러한 스피드와 파워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최근 몇 년간 드리블 돌파의 횟수가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그의 나이와 체력 수준을 고려한다면 교체 없이 90분 경기를 소화하는 것조차도 무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제약은 그로 하여금 경기 스타일을 바꾸어 나가게 만들었으며, 현재의 그는 중앙과 윙을 넘나드는 멀티플레이어로 진화하였다.   

올 여름 맨유는 폭발적인 돌파력을 자랑하는 두 선수를 떠나보냈으며, 자연스레 많은 축구팬들은 그들의 공백을 누가 메꾸게 될 것인가에 대해 궁금해 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최근 출장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박지성은 국내뿐만 아니라 현지 팬들의 안타까움과 의아함 마저도 자아내고 있으며, 발렌시아와 나니의 저조한 성적은 막강했던 맨유의 측면 스쿼드를 결코 대신할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오히려 많은 나이로 인해 큰 기대를 받지 못했던 긱스는 현재 맨유의 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일등공신이 되었다.  

맨체스터 더비 경기에서 낙차가 큰 크로스와 수비 사이를 파고드는 낮은 패스로 3개의 도움을 기록한 긱스는 스토크시티와의 경기에서 역시 후반 10분에 교체투입되어 2개의 골을 이끌어 내어 팀의 2대0 승리에 공헌하였다. 심지어 바로 다음 경기였던 홈에서 열린 볼프스부르크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선 1골 1도움을 뽑아내며 팀에게는 역전승의 기쁨을 안겨줌과 동시에 자신의 커리어에 150번째 골을 추가하였다. 리그와 유럽대회 3경기에 연달아 출전하며 1개의 골과 6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한 것이다.   

한 경기, 한 경기 믿기지 않는 기록을 세우며 감독과 동료 선수들의 연이은 찬사를 이끌어 내고 있는 맨유의 부주장 라이언 긱스. 그의 시간은 정말 거꾸로 가는 것일까, 아니면 우리는 아무도 모르게 새로 태어난 새로운 긱스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일까.   

앞으로 그들의 운명은?   

리버풀의 경우 중앙 수비수인 다니엘 아게르가 부상 후유증으로 부터 벗어나 복귀를 준비하고 있으며, 올 여름에 새로 영입한 키르기아코스도 차차 팀의 수비진에 적응해 갈 것이다. 이렇게 호흡을 맞추고 체력을 배분할 선수진이 구성된다면, 부주장 캐러거는 다시 수비 진형을 가다듬고 새로운 조합을 구성할 여유를 갖게 될 것이다.   

맨유 역시 박지성의 복귀를 기다리고 잇으며 세르비아 출신의 유망주인 아뎀 라이치가 1월 임대 기간을 마치고 돌아올 예정이므로 윙플레이어 자원의 다양성을 확보해 줄 것이다. 나니, 발렌시아와 함께 이들의 존재는 긱스에게 무리한 출장을 요구하는 대신, 지금과 같이 전술상 적재적소에서 그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의미하기도 한다.  

리버풀과 맨유의 전통은 영국의 전통이자 유럽의 전통이며, 우승컵과 승자의 전통이다. 2010년의 트로피를 들어올리기 위한 두 팀의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으며, 시즌 초반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선두권에서 매 라운드, 순위를 다투고 있다. 캐러거와 긱스, 전혀 다른 포지션에서 너무나도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두 선수들. 앞으로 이들의 행보에 두 팀의 최종 순위가 달려 있다는 조심스러운 예측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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