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수는 골로 말한다. 지난 파리생제르망과의 경기에서 올 시즌 첫 골을 기록했던 박주영의 목소리는 지는 5일 새벽(한국시간)에 펼쳐진 마르세유와의 원정 경기에서 다시 한번 울려퍼졌다. 이번 골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수비수인 에인세의 태클을 피해 마르세유의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늘 언론과의 인터뷰에 무관심하기로 소문난 박주영은 독일월드컵을 전후하여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금, 그는 그 모든 비판을 잠재워 가고 있다. 공격수 박주영은 골로 말한다. 그의 짧은 축구 역사를 되돌려보자.

축구 천재의 등장

청소년 대표팀에서 박주영의 활약은 차세대 스타의 등장을 예고했다. AFC아시아청소년 선수권대회에서 득점왕과 MVP를 거머쥔 그는 바로 다음 해에 열린 카타르 8개국 초청 대회의 4경기에서 9개의 골을 기록, 또 다시 대한민국 청소년 대표팀에게 우승컵을 안겨주었다.

그런 그의 뒤에는 '천재'라는 수식어가 달라붙었고, 천재의 행보는 계속되는 듯 하였다. 독일월드컵 예선이었던 2005년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대표팀에 데뷔한 그는 종료 직전 골을 기록하며 팀의 무승부를 이끌어 냈다. 대표팀 뿐만이 아니었다. 같은 해 FC서울을 통해 K리그에 등장한 박주영은 첫 시즌 19경기에서 12골을 기록하였고 압도적인 차이로 신인상과 득점왕 마저 거머쥐었다.

그를 찾아온 프로 2년차 슬럼프

2006년 1월, 박주영은 또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그리스와 핀란드를 상대로 연속골을 뽑아내었다. 새로 감독직을 맡은 아드보카트 감독은 박주영을 '타고난 골잡이'라 칭하며 그에게 신임을 주는 듯 하였으며, 핀란드전 왼쪽 상단 골대를 스치며 들어간 박주영의 프리킥 골은 필자가 봐왔던 최고의 프리킥중 하나였다. 이렇게 그에게 '2년차 슬럼프'란 존재하지 않는 듯 하였다.

하지만 수많은 축구팬들의 기대는 어긋나고 말았다. 대표팀에서 측면공격수로 출장하며 본인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하였고, 소속팀에서 리그와 컵을 통들어 33경기에 출장하여 10득점에 그치며 작년의 기록(32경기 18득정)에도 미치지 못하였다. 올림픽과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의 조촐한 성적은 그에게 더욱더 많은 짐을 지어주었다. 언론의 관심에서 오는 부담감과 여론의 질타, 리그에서의 집중 견제와 무리한 대표팀 주전경쟁, 그리고 계속 되는 부상과 휴식기간의 부재 등, 여러 악재가 겹쳐 그를 계속하여 벼랑으로 몰아갔던 것이다.

부진, 기회, 그리고 비상

그렇게 부진을 헤메고 있던 그에게 조그마한 희망의 불 빛이 켜지기 시작하였다. 2006년 12월 새로 부임된 FC서울의 귀네슈 감독은 투톱 포메이션에서 박주영에게 자유로운 플레이를 허락하였고, 본인 역시 인터뷰를 통해 본인의 경기 내용이 나아지고 있음을 느끼며 골가뭄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는가. 비록 국제 대회와 국내 경기를 통틀어 기록상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었을 때임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플레이를 유지해온 그에게 유럽 구단에서의 손짓이 전해졌다. 프랑스 리그1의 AS모나코행 이적이 확정된 것이다.

2008년 9월 1일 박주영의 이적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었고, 그로 부터 2주가 지나기도 이전에 로리앙을 상대로 선발 출장한 박주영은 데뷔전에도 1골과 1도움을 기록한다. 결국 박주영은 이적 첫 시즌 상반기 AS모나코 최고 선수로 선정되었으며 팀내 필드플레이어중 가장 많은 경기수에 출전하며 입지를 굳혔다. 그의 수준 높은 플레이와 팀내 입지를 본 국내 여론은 '박코치'라는 별명을 지어주기에 이른다.

박주영은 끊임 없이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한때 '훅 불면 날아갈 것 같다'는 본 프레레  감독의 평가를 받는 그였지만, 시즌이 지나며 유럽 출신 수비수들 사이에서도 몸싸움을 피하거나 밀리지 않게 되었으며, 특유의 스피드와 점프력을 발전시켜 수없이 많은 공중볼을 따내고 팀에서의 플레이를 창조해 나갔다.

대표팀에서 역시 공격의 선봉작 역할을 하며 본인의 역할을 늘려갔다. 지난 2008년 11월에 있던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선 후반 교체 투입된 이후에 추가골을 뽑아내며 19년간 이어진 무승 기록을 종식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박주영의 부활에 힘입어 대한민국은 2010년 월드컵 티켓을 가장 먼저 확보한 나라중 하나가 되었다.

모나코에서의 두번째 시즌

 AS모나코 누리집(asm-fc.com)에는 매일 같이 박주영에 관한 기사가 올라온다.

AS모나코 누리집(asm-fc.com)에는 매일 같이 박주영에 관한 기사가 올라온다. ⓒ AS모나코


2009년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AS모나코는 새로 라콤브 감독과 공격수 구드욘센을 영입한다. 이러한 새로운 스쿼드의 중심에 박주영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라콤브 감독은 부임과 동시에 박주영에게 무한한 신뢰를 주었으며, 박주영은 그러한 믿음에 보답하며 계속해서 골을 만들어가고 있다.

파리셍제르망전에 이어 마르세유전에서 두번째 골을 기록하며 강팀을 상대로 득점포를 쏘아올리고 있는 그는 '약팀에게만 강하다'는 이미지 마저 지워버렸다. 마치 지난날 자신을 향하던 비난 한마디 한마디에 무언의 반증을 보내는 것만 같다.

박주영의 활약에 힘입어 AS모나코는 현재 리그 4위에 머물며 리그 5위에게 까지 주어지는 유럽 컵 대항전 출전권을 노리고 있으며, 박주영 본인은 6.67점의 평균 평점으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높은 평균 평점(공격수중 최고)을 기록하고 있다. 마르세유와의 경기가 끝난 이후 프랑스의 한 언론은 박주영과 모리엔테스를 비교하는 발언을 하기도 하였다. 단순한 용병이 아닌, 리그의 앞서나가는 공격수 중 한 명으로서 박주영이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바보 박주영의 두 가지 목표

자신은 천재가 아니라며 자신의 별명이 부담스럽다는 그는 이전에 이러한 말을 했다.
"제가 무슨 '축구 천재'에요. '축구 천재'가 아니라 바보죠. 축구에 미친 바보. 다른 거 별로 못해보고 축구만 알고 산 바보에요."

자신을 '바보'라 부르는 그의 발 앞엔 두 가지 목표가 놓여있다. 첫째는 소속팀 AS모나코의 다음 시즌 유럽 컵 대항전 진출 자격이고 두번째 목표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본선에서의 성적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계속되는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지, 많은 팬들이 그를 지켜보고 있다.

박주영 AS모나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