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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에서
▲ 하늘을 나는 사람 남산에서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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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에 오르고 싶었다. 남산에 가본지 족히 10년은 넘은 것 같다. 전에는 길가에 주차를 하면 걸어서 금방이었던 것 같은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계단을 따라 한참을 걸어올라가니 남산타워가 보인다.

하늘에 조형물이 달려있다. 멀리서 어렴풋 보았을 땐 새를 본딴 조형물인가 했는게 가까이 가보니 사람 모양이다. 텅 빈 몸에는 가을 하늘과 흰구름이 가득하다.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는가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 하늘을 나는 사람 어떤 각도에서 바라보는가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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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고, 눈높이에 따라서도 다르게 보인다. 작가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작가의 의도가 아니라도 좋다. 나는 제목을 '하늘을 나는 사람'이라고 붙였고, 이런저런 의미를 부여했다.

어디론가 훌쩍 새처럼 날아가고 싶은 사람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자유로운 세상을 향해 날갯짓을 하며 날아가려면 제 안에 들어있는 욕심을 다 비워야 하는 것'을 표현한 것이라고.

빈 몸에 하얀 구름을 가득 채우고 있다.
▲ 하늘을 나는 사람 빈 몸에 하얀 구름을 가득 채우고 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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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있는 자리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그래서 누구에게는 나쁜 사람일수도 있고, 좋은 사람일수도 있는 것일까?

청문회 뒤 국감을 바라보면서 환멸을 느끼면서도, 그 누군가는 저들을 열렬하게 지지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허탈하기도 했다. 정치인들이야 정당의 목적에 따라 오로지 '정권획득'이 최고선으로 생각하니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꿀 수도 있겠지만, 종교인이나 학자들 심지어는 시인들까지도 그들의 하수가 되길 간청하는 듯한 현실 속에서 무력감을 느낀다.

'아니, 혹시 내가 그 정도의 자리 혹은 그 정도의 인지도 혹은 능력이 있었으면 그들보다 더 그랬을지도 몰라.'

손끝으로 구름을 살짝 만져본다.
▲ 하늘을 나는 사람 손끝으로 구름을 살짝 만져본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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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쪼그려 앉아 하늘을 나는 사람을 바라보니 손끝으로 구름을 살짝 만지는듯하다. 그럴 기술은 없겠지만 '하늘을 나는 사람'을 잡고 있는 줄이 없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상상해 본다.

하늘을 날고는 있지만 동시에 자신을 붙잡고 있는 줄때문에 더 멀리 날아가지 못하고 묶여있는 신세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니 그의 삶이나 내 삶이 그리 다르지 않은 듯하여 동병상련의 정이 든다.

현실은 아니지만 상상 속에서는 그에게 자유를 줄 수 있겠지.

포토샵으로 그를 매달고 있는 줄을 없앴다.
▲ 하늘을 나는 사람 포토샵으로 그를 매달고 있는 줄을 없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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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잡고 있는 줄은 모두 지워버렸다. 푸른 창공을 마음껏 날아다니는 새 한마리, 저렇게 훨훨 날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 아이도 아닌데 불혹의 나이를 지나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런 상상을 하는 것을 보니 가을을 타는가 보다.

날개도 없이 하늘을 나는 사람, 그 사람은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에서 비상하지 못하는 사람을 바라보며 '힘차게 날아올라!' 외치고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이 보고 싶으면 남산타워에 올라보라. 자유를 찾아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기 전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카페<김민수 목사님의 들꽃교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남산, #새,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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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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