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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몇 장 안 되는 사진을 통해 단편적인 모습만을 알 수 있었던 조선악극단의 영상자료가 발굴되었다(기사 '영상으로 부활한 전설의 무대, 조선악극단' 참조). 가수 이난영과 이화자의 모습이 담긴 나머지 영상이 더 있을 것이라는 추정으로 일본 현지조사가 계획되었다.

2009년 8월. 일본 도쿄 도호(東寶)영화사 본사. 나머지 조선악극단 영상이 수록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영화 <思ひつき夫人>의 필름 원본을 확인하기 위한 교섭이 진행되었다. 도호영화사 측에서는 기술적인 면이나 비용을 고려할 때 필름 확인이 쉽지 않다고 난색을 표했고, 몇 시간을 기다린 끝에 대신 시나리오 원본 열람으로 일단 타협이 이루어졌다.

조선악극단 영상을 발굴하기 위한 가요114(www.gayo114.com) 대표 김광우씨 일행의 노력이, 아쉽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는 순간이었다. 시나리오 원본을 한 장씩 넘겨 가던 일행의 눈에 이난영과 남인수의 이름이 들어왔다. 그들 둘이 부른 <아리랑>과 이화자의 노래 <꼴망태 목동>의 가사도 보였다.

<思ひつき夫人> 시나리오 원본에 보이는 가수 이난영과 남인수의 이름.
▲ 시나리오 1 <思ひつき夫人> 시나리오 원본에 보이는 가수 이난영과 남인수의 이름.
ⓒ 이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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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발굴 영상에는 <돈타령>을 부르는 김정구, <새날이 밝아 오네>를 부르는 고복수 등 여러 가수의 모습만이 남아 있으나, 시나리오 내용을 통해 조선악극단 공연 장면 영상의 전모가 드러나게 되었다.

첫 곡은 <아리랑>. 여러 가수들이 후렴을 합창하고 이난영과 남인수가 각각 한 절씩을 독창한다. 조선악극단을 대표하는 남녀 톱스타인 만큼 조선의 대표적인 민요 <아리랑>을 부르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

<思ひつき夫人> 시나리오 원본에 보이는 이화자의 노래 <꼴망태 목동> 가사.
▲ 시나리오 2 <思ひつき夫人> 시나리오 원본에 보이는 이화자의 노래 <꼴망태 목동> 가사.
ⓒ 이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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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곡은 <꼴망태 목동>. 시나리오에는 가수 이름이 표기되어 있지 않지만, 당시 신문 기사로 미루어 보면 이화자가 틀림없다. '신민요의 여왕'이라 불리며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이화자였기에 독창 기회가 주어졌을 것이다.

세 번째 곡과 네 번째 곡은 기존 발굴 영상을 통해 볼 수 있는 '만요의 일인자' 김정구와 조선악극단 최고참 고복수의 노래다. 합창과 독창의 조화, 남녀 가수의 적절한 안배를 고려해 다채로운 무대를 구성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영상이 아닌 문헌 자료를 통해서이기는 하지만, 현지 조사 결과 <思ひつき夫人>에 수록된 조선악극단 영상 내용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즉답을 주지 않는 도호영화사에서 일단 물러나 일본 체류 기간 내내 교섭을 진행했다.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야 들을 수 있었던 도호영화사 측의 최종 답신은 나머지 조선악극단 영상이 소장 필름에 수록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영화를 만든 제작사 자료실에도 없다면, <思ひつき夫人>의 필름 원본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 안에 담긴 조선악극단의 전체 영상은 과연 세상에 남아 있기는 한 것일까? 아직은 아무도 그 답을 알 수 없다. 영상자료원 같은 전문기관에서 근래 해외 조사를 통해 많은 자료를 발굴해 낸 예를 보면, 낙담은 아직 이르다.

미완의 발굴로 캐낸 절반의 조선악극단 영상은 오는 11월 2일에 처음으로 일반에게 공개된다.


태그:#조선악극단, #시나리오, #이난영, #남인수, #이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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