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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러기의 비상이다!"

  대지를 도약하며 하늘로 비상하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날개를 펴고 하늘을 향하고 있는 기상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그 것도 한 마리가 아니라 수십 아니 수백 수천의 새들이 동시에 날갯짓을 하고 있으니, 그 감동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창공으로 박차 오르고 있는 모습은 가슴에 고스란히 박히고 있었다.

 

 

  금강호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새들은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였다. 호수 위에 무리지어 앉아 있다. 그 수가 얼마나 많은지 가늠조차 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물론 개체들마다 독립적인 생명체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가슴에 전해지는 느낌은 하나하나가 아니라 전체이다. 각 개체가 무리를 이루면서 거대한 새로운 생명체로 재탄생된 것처럼 보인다.

 

  지난 한 달 동안 금강호에 철새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새가 사라진 원인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들이 있었다. 주변 환경이 오염이 되어 다른 곳으로 떠났다는 의견에서부터 시작하여 먹잇감이 부족하다는 의견, 혹한으로 호수가 얼어서 살 수가 없었다는 의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각들로 교차하고 있었다. 분명한 사실은 한동안 새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다시 찾아온 철새들이 반갑다. 왜 이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돌아왔으니 된 일이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서 새들과 공존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살다보면 항상 조건이 좋을 수만은 없다. 기분 좋은 일이 일어날 때도 있지만 최악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악조건이 된다고 하여 삶을 포기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날마다 좋기만 하면 인생의 재미는 반분되고 말 것이다. 시시각각 달라지기 때문에 살만한 세상이 되는 것이다. 기러기들의 비상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도 바로 이런 순간의 즐거움 때문일 것이다. 좋은 상황에서만 삶은 이루어질 수 없다. 헤쳐 나가야 하는 고개가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더욱 더 힘을 내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어려운 국면을 정면 돌파할 때 느끼는 즐거움이 바로 인생의 맛이다. 밋밋한 일상에 단조로움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순간순간의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이 기쁨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험한 길을 걸어갈 때 삶의 기쁨을 느낄 수 있고 삶의 보람을 찾을 수 있다. 하루하루의 삶의 과정이 바로 생활의 참 맛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기러기의 여정을 본다. 시베리아 혹한을 피해서 남쪽으로의 여행은 시작된다. 멀고도 험한 여정이지만 그 것을 고통으로 생각하지 않고 즐기고 있다. 만약 그것을 하나의 과정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가시밭길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삶의 여정에서 급할 것도 없고 마음 조릴 이유도 없다. 순간순간의 과정이 모두 소중한 보물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극한 상황에서도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이란 생각이 바로 지혜이다. 가는 길이 아무리 험하다 하더라도 그것은 나를 힘들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이길 수 있는 힘을 주기 위함이란 생각으로 살아간다면 순간순간이 기쁨이 될 수 있다. 닥치는 어려움이 아무리 혹독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그 것을 극복해낼 수 있는 지혜를 찾아낼 수 있다.

 

  살아가면서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들은 영원히 남기 마련이다. 그 순간에는 극한의 고통이지만 가슴에는 따뜻하게 채워주는 그리움으로 자리를 잡는다. 각인되어진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움은 살아 숨 쉴 수 있는 근거가 되고 바탕이 된다. 그리움으로 정착된 것은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하나가 되어 살아갈 수 있는 힘의 근원이 된다.

 

 

  하늘로 비상하는 기러기의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도 바로 이런 까닭이다. 가슴에 그리움으로 뿌리를 내릴 것이다.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은 자유를 품는 것이다. 앞을 가로막는 모든 장애물을 모두 다 걷어내고서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있는 것이다. 아! 얼마나 아름다운 삶인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벅차오르는 감격을 주체하기가 어려웠다.<春城>

덧붙이는 글 | 데일리언


태그:#기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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