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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탄압, 부자 중심의 세제 개혁, 4대강 죽이기, 미디어 악법, 시국선언 교사 징계 등 이명박 정부 2년의 모습은 몹시 일그러져 있습니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학술단체협의회(학단협), 전국교수노동조합(교수노조) 등이 이명박 정부 출범 3년째를 맞아, 기획 백서를 발간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 백서를 기반으로 해 노동, 시민권, 사회·복지, 환경과 건강, 언론, 교육·학문 등 각 주제별로 이명박 정부 행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연재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이명박 정부의 출범 제일성은 '비즈니스 프랜들리'였다. 한나라당은 집권 이전의 국민·참여정부를 좌파 정권으로 규정하고 이를 '잃어버린 10년'으로 자주 묘사하였던 바, 집권과 동시에 정부는 그 상실의 대상이 결국 대기업과 부유층이었다고 명료하게 공표한 셈이다. 따라서 지난 2년간의 정부 정책은 운명적으로 계층간의 이익을 양극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태생적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경제를 제대로 살려보겠다는 정부의 정책적 디딤돌은 기업과 자산자본가 친화적 정책이 사회전반적인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를 가져오리라는 터무니없는 낙관주의에 기초한 규제완화와 감세였다. 이는 이미 2008년에 발발한 세계경제 위기로 인해 그 실효성이 부정된 신자유주의 핵심 공리였으나 정부의 정책적 방향은 실용주의와는 무관하게 이 공리를 이념적으로 계승하였다. 

 

대기업을 위한 규제완화는 무엇보다 공정거래법 개정 시도, 금융지주회사법, 자본시장통합법 등으로 압축된다. 우선 공정거래법 개정은 1997년 경제위기의 주범이었던 재벌의 문어발식 경영과 총수일가의 지배구조를 제한해왔던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실질적으로 폐지하고, 지주회사에 대한 규제를 완화시킴으로써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것을 지향한다. 정부는 법 개정의 명분으로 경제활성화를 내세웠지만, 순환출자가 기업투자로 이어지지 않으며, 이는 과거에도 보았듯 지배주주의 지배력 강화에만 기여할 것이 자명하다.

 

특히 지주회사의 부채비율을 200% 이내로 제한하고, 지주회사가 비계열사 주식을 5% 초과해서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도 폐지함으로써 재벌기업의 경제력의 집중이 심화될 소지가 더 커졌다.

 

고소득자·자산자본가 위한 파격적인 '감세조치'

 

대기업 프랜들리 정책의 다른 한 축은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의 경계를 허무는 금융지주회사법이다. 이로써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증권 및 보험사 등 비은행지주회사가 제조업체를 자회사로 거느릴 수 있게 되었다.

 

결국 금산분리의 경계가 허물어져 재벌에 의한 은행의 사금고화와 경제력 집중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 자본시장통합법은 증권, 자산운용, 선물, 신탁업 등으로 나뉘었던 자본시장을 하나로 통합하고, 금융업종간 구분과 각종 금융규제를 풀어서 금융투자회사가 은행과 보험업을 제외한 자본시장 내 모든 업종을 겸업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법은 자본시장의 신자유주의적 특성을 보다 공격적인 방식으로 특화한 것으로 정부의 법안으로 인해 금융시장의 안정성(투자자 보호장치의 부실)을 훼손할 위험이 증가하였다.

 

한편, 고소득층과 자산자본가들을 위한 감세조치는 파격적으로 이루어졌다. 2008년 세제개편안에 의하면 종합소득세와 상속세 등 대부분의 부유층이 내는 세금과 대기업이 주로 부담하는 법인세를 중심으로 2012년까지 5년간 26조4천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세금감면을 핵심으로 하고 있었다.

 

세제개편안은 특히 소득세 2%p, 양도세 3%p, 법인세 최대 5%p, 상속세 최대 17%p 인하를 담고 있는데, 실질적인 혜택은 연소득 1억 원 이상(불과 3.6%에 달하는 고소득자들이 전체 소득세 감세 혜택의 58.5% 차지함, 정부는 연봉 약 1억2천만 원 이하를 중산서민층이라고 규정함으로써 국민정서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인식을 보여줌), 상속재산 30억 원 이상의 부유층(0.7%의 최상위층 국민)과 0.126%의 대기업(2003년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법인세율을 1-2% 낮춰도 투자하겠다는 기업은 12.2%에 불과함)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종합선물세트에 불과하였다.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로 고통을 받고 있는 진짜 서민과 중소기업, 자영업자를 위한 정책적 대안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정책이었다. 2009년 세제개편안은 2008년 추진된 부자감세 결손분 90조 원(국회예산정책처 '2008년 이후 세제개편의 세수효과' 보고서)에 대한 아무런 재고 없이 임시방편적인 대안을 내놓았다. 이와 같은 두 차례에 걸친 세제개편안은 감세정책이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가 날 것이라는 전형적인 신보수주의정책을 답습한 것으로 경기진작효과보다는 재정만 축내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경제살리기에 '복지부처'까지 동원하는 MB정부

 

 

강부자(강남 부동산 부자) 내각이 허명이 아니듯 이명박 정부는 28만 명의 강부자(2008년 국토해양부 자료에 의하면 6억 원 초과 주택보유자는 총 28만6343 가구)를 위해 종부세 과세기준을 6억 원 초과에서 9억 원 초과로 상향조정하고, 종부세율도 0.5%~1%로 대폭 낮추었다.

 

이와 같은 비즈니스 프랜들리 정책에 반해 용산참사는 반서민정책의 극단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영세한 원주민의 낙후된 주거환경개선'보다는 건설업체의 이익과 부동산 투자자들의 이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재개발-뉴타운 개발사업이 결국 용산참사를 불러왔으며, 세입자들의 저항에 대한 정부의 폭력적 진압은 정부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와 관심마저 없음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직전인 2008년 2월 인수위원회에서 '능동적 복지'라는 국정과제를 제시하였으나, 전반적으로 중산층과 서민들에 대한 사회정책은 비즈니스 프랜들리 정책의 대척점에 서있다.

 

무엇보다 복지비용지출이 이전 노무현 정부에 비해서 줄어들고 있다. 2009년 3월을 기준으로 할 때 2008년의 67조6500여 원에 비해 73조 7000여 원으로 9%가량 증가하였으나(동일시기에 정부 전체지출규모는 6.5%증가), 복지비용 증가분에서 국민연금, 노령연금 등 자연증가분(4조5000여억 원)을 제외하고 나면 실제 증가액은 1조786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한 것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도 신규 복지사업 증가분의 대부분은 경제위기에 따른 긴급지원사업에 불과하였다.

 

특히 빈곤층을 지원하는 예산과 최저생계비의 실절적인 감소가 두드러졌다. 일례로 2009년 4월 국회의 추가경정예산안 심의과정에서 보건복지부가 제출한 1조4401억원 추경안 중 1200억여 원 삭감됨에 따라 기초생활수급자 지원과 긴급복지 예산이 각각 1/3씩 줄어들게 되었으며, 2010년 최저생계비 심의과정에서 4인 기준 최저생계비를 136만3091원으로 정해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2.75%만 인상되었을 뿐이었다.

 

MB정부 복지정책의 큰 특색은 소위 복지의 '산업화'전략으로 정부의 경제살리기전략에 복지부처가 동원되어 화장품산업 선진화, 의료기기산업 선진화, 해외환자유치 선진화, 첨단의료복합산업 추진 등을 추진하고, 오히려 주 업무인 공공복지, 사회서비스제공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복지의 산업화 전략은 국민연금의 시장화, 의료영리화 정책 등에서 그보다 노골화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2008년 경제위기로 무너진 주식시장을 되살리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었으며(2008년만 19조원의 손실 기록), 시민생활의 노후를 일부 기업 및 주식투자자들의 이익과 맞바꾸는 위험한 도박이 지속되고 있다.

 

'친서민정책', 하면 할 수록 왜 양극화가 더 심해질까

 

 

한편, 의료 영리화정책 추진(외국인 환자유치, 의료법인간 합병절차 신설, 부대사업 범위의 보건복지가족부령 위임조항 등)은 의료의 공공성을 무시하는 정책이며, 이 법안에 포함된 '누구든지' 유인·알선  행위를 할 수 있는 조항에 따라 보험업자가 이 같은 행위를 하게 될 경우에 추후 '국내의료기관-민영보험회사'의 조합(영리추구의 심화)이 등장할 우려가 있으며, 의료법인 합병절차는 자본을 소유한 대형병원에 의한 소형병원의 몰락, 병원의 대형화로 이어져 의료의 접근성 저하와 건강보험 재정악화가 예상된다.

 

전반적으로 경제 제일주의의 기치아래 시행된 이명박 정부의 경제 및 사회정책은 이후 입장을 수정하여 친서민정책을 표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계층간의 이익 양극화를 확대·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되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년간 정부의 각종 세제개편안과 복지정책을 비교해 보면 한편으로는 부자들과 대기업을 위한 감세정책,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일부 서민계층만을 위한 선별주의적 복지정책과 복지의 산업화를 특징으로 하였다.

 

진보정부가 집권을 하든, 보수정부가 집권을 하든 정책집행의 기본 대상은 국민이며, 그 국민은 1등, 2등 국민으로 결코 차별화될 수가 없다. 그러나 지난 2년간의 정책방향을 보면 그러한 차별화가 너무나 당연해보여 음산하다. 집권 2년차의 성적이 이러할진대, 향후 3년이 참으로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임운택 기자는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입니다. 


태그:#이명박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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