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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지금 재방, 삼방 하고 있거든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 1층 로비 '민주의 터'에서는 한숨이 터져 나왔다. MBC 노동조합(위원장 이근행)이 MB정권의 홍위병이 되지 않겠다면서 파업 8일째를 보내고 있지만 회사는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업 초기엔 보도 중심으로 방송에 차질을 빚었지만, 파업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면서 예능, 시사 등 여러 프로그램에도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MBC 프로그램의 대규모 결방사태도 예고하고 있다.

 

김재철 MBC 사장은 노동조합의 출근저지투쟁을 이유로 회사에 거의 얼굴을 나타내고 있지 않다. 회사 밖에서 외부일정을 소화하면서 주로 전화로 결제하고 있다고 MBC 홍보시청자부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파업은 진행중, 회사는 모르쇠

 

노조는 이날도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오전과 오후로 두 번 나눠 집회를 열었다. 오전 임원회의에 맞춰 출근저지투쟁도 계속 이어갔다. 13일 노조는 봄꽃놀이에 나온 시민들에게 MBC 파업의 정당성을 알리는 거리홍보에도 나선다. 이뿐 아니라 매주 수요일 저녁 열리는 촛불문화제도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문제는 현재 MBC 파업을 정리할 해법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회사는 노조의 파업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면서 관심조차 주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노조는 지난주에 비해 좀더 투쟁 수위를 올리고 거리홍보와 촛불문화제 등에 나설 방침이다. 현재까지는 노사 간 큰 충돌이 빚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비화할 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회사는 노조와 대화하려고 하지만 좀체 성사가 되지 않는다면서 '노조 책임론'을 제기했다. 최기화 MBC 홍보국장은 12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파업 전부터 노조에 대화를 요청했지만 노조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대화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전제조건은 황희만 부사장의 보직해임"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 국장은 "노조는 방송문화진흥회에 인사개입하지 말라고 주장하면서 왜 회사의 인사에는 개입하려 드느냐"면서 "회사는 노조가 사장의 이사 임명권에 개입하려고 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재철은 왜 김우룡을 고소하지 않을까?"

 

"노조는 회사 경영의 파트너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방문진이 오히려 대주주로서 경영진을 임명할 수 있는 명분과 권한을 갖고 있다고 본다"면서 "노동조합은 그럴 권한이 없다"고 잘랐다. MBC 이사의 선임은 MBC이사회의 권한이라는 게다.

 

특히 그는 "노조가 경영진에게 무슨 임무를 요구하는 게 참 웃긴다"면서 "김재철 사장이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고소하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파업 영향으로 MBC 보도가 축소됐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정보욕구가 많은 사람들에게는 뉴스가 짧아진 점이 안타깝겠"지만, "내가 만나는 시청자들은 나이 든 고참 기자들이 나와서 리포팅을 하니 중후하고 좋다는 평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주 중반부터는 MBC가 결방으로 시청률이 상당히 하락"하게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별다른 해법도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김 사장의 김우룡 전 이사장의 고소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때가 되면 본인 스스로 할 것"이라며 "그 때가 언제인지는 누가 알겠냐"고 답답해하기도 했다.

 

회사의 여러 사안들이 정리되고 안정되면 그때는 김 전 이사장을 고소하지 않겠느냐고 전망해 사실상 김 전 이사장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는 물 건너 갔음을 암시했다.

 

김 사장이 회사에 나타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는 "물리력을 동원해 출근하라는 뜻이냐"고 묻고 "노조와는 끊임없이 대화하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낙하산 아니시라면서요?"

 

이 같은 김 국장의 발언에 대해 MBC 노동조합은 발끈했다. 연보흠 MBC노동조합 홍보국장은 "인사권 개입 발언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며 "김재철 사장 스스로 노조와 만나 자신이 낙하산이 아님을 증명하겠다면서 황희만과 윤혁 두 이사에 대해 하나는 특임이사로, 나머지는 자회사 사장으로 돌린 것"이라고 밝혔다.

 

연 국장은 또 "본인 스스로 노조와 약속하고 낙하산이 아님을 증명하겠다고 했던 사람이 이제 와서 인사권 개입 운운하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며 "노조의 인사개입을 문제삼으려고 했다면 그때 문제 삼아야 했던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자신은 낙하산이 아님을 증명하겠다면서 두 이사에 대해 인사조치했을 때는 노조의 인사개입을 인정했다는 뜻이냐고 묻기도 했다.

 

노조와 두 이사에 대해 인사조치하기로 약속한 뒤 청와대에 불려가 '조인트 폭행'을 당한 다음 황희만 특임이사를 전격 부사장에 승진시키는 것이야말로 스스로 낙하산임을 입증하는게 아니고 또 무엇이냐고 개탄하기도 했다. 앞뒤가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 이율배반이라는 게다.

 

특히 연 국장은 "김재철 사장은 노동조합의 출근저지투쟁 이전부터 회사 일에는 신경 안 쓰고 밖으로 돌아다녔다"며 "마치 노동조합이 출근저지투쟁을 해서 회사에 못 오는 것처럼 말하는데 그것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김재철 사장이 회사 밖에서 회사 일을 챙긴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정치권에서 자신의 미래를 도모했다는 게다. 연 국장은 "MBC 내부에 5도1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사장이 5일은 서울에, 2일은 사천에 머물러 생긴 말"이라고 개탄했다.

 

또한 연 국장은 "MBC 구성원들의 공분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아직도 김 사장이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시스템에 의해 관리 받아야 할 MBC 사장의 일정파악이 제대로 안 돼 일찌감치 그의 별명이 '바람난 사장님'이 됐다"고 지적했다.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명예훼손고소를 "때가 되면 할 것"이라고 늦추는 것도 "사실은 안 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김 사장 스스로 공영방송 사장이 수사기관에 불려다닐 수 없다고 말한 대목을 보면 알 수 있다"고 전했다.


태그:#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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