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문화상품권을 쓰면 환영받지 못하는 소비자가 된다?
 문화상품권을 쓰면 환영받지 못하는 소비자가 된다?
ⓒ 김귀현

관련사진보기


"에이, 정말! 또 문상이네! 생일선물이라고 '문상'을 줬네"
"문상이 어때서? 책 사면 되지, 아님 00문구점에서 필요한 것 사든가."
"문상 쓰면 더 비싸게 파니까 그렇지. 얼마나 아까운데... "

문상이 뭐냐고? '문화상품권'의 줄임말이다. 요즘 아이들은 문화상품권을 문상이라고 부른다. 말을 줄여서 부르면 멋있게 보이는지 하여간 이런저런 말들을 줄여 부르기를 즐긴다.

또 문상? 환영받지 못하는 생일 선물

얼마 전 딸내미 혜준이가 생일을 맞았다. 아이는 거의 한달 가까이 툭(?)하면 선물이랍시고 이런저런 것들을 받아들고 왔다. 생일 당일은 물론 한참 동안 손거울이며 캐릭터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 약간의 색이 들어간 립글로스, 핸드폰 고리, 이런저런 이름의 각종 주전부리용 과자들이 아이가 받은 선물이었다.

그중 눈에 띄는 선물이 문화상품권이었다. 친구에게 받은 것은 아니고 혜준이보다 3살 아래인 혜진이가 줬단다. 혜진이는 우리 아이들과 같은 태권도장에 다니는 여자아이인데 유독 혜준이를 따르며 좋아했다. 그런 혜진이가 자기가 알뜰살뜰 가지고 있던 문화상품권을 혜준이에게 선물한 것이다.

그런데 그런 귀한 선물을 받은 혜준이의 반응은 예상외로 뜨악했다. 귀한 선물을 받은데 대해서는 고맙고 반갑지만 쓸 생각을 하니 속내가 쓰렸던 모양이다.

요즘 문화상품권이 활성화됐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사는 전남 화순에서 문화상품권을 취급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아니 문화상품권을 취급하는 곳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아니라 문화상품권을 취급하는 곳 중 아이들이 좋아하고 가고 싶어 하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이겠다.

서점에서 쓰자니 책은 사기 싫고, 규모가 작은 문구점은 물건들이 많지 않아 싫고, 그나마 규모도 크고 물건도 많은 데다 정가(어떤 기준의 정가인지 가끔 의문이 들긴 하지만)에서 보통 20~30%정도 할인해서 판매하는 A문구점이 있는데 비싼 수수료(?) 때문에 아이들이 꺼린다.

문화상품권을 사용할 경우 현금으로 내면 받을 수 있는 할인 혜택을 전혀 받을 수 없으니 할인 받지 못하는 금액이 소비자에게는 문화상품권을 쓰는 데 따르는 일종의 수수료인 셈이다. 예를 들면 할인해서 7천 원인 물건을 현금으로 사면 7천 원만 내면 되지만 문화상품권을 사용하면 1만 원을 내야 한다. 3천 원을 그 자리에서 수수료로 떼이는 셈이다.

문상이세요? 그럼 할인 안 되는데

언제였던가. 선물받아 가지고 있던 문화상품권으로 A문구점에서 아이들에게 조립장난감을 사 준일이 있었다. 당시 아이들은 6400원의 가격표가 붙은 물건을 두 개 골랐고, 마침 1만 원짜리 문화상품권 1장을 가지고 있던 나는 문화상품권과 2800원을 주인에게 건넸다.

그런데 주인은 문화상품권은 할인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문화상품권을 사용할 경우 정가대로 계산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 것인지 물었다. 정가가 얼마냐고 했더니 8천 원이란다. 문화상품권을 마냥 가지고 있을 수도 없고, 당장 사야 할 또는 사고싶은 책도 딱히 없었기에 1만 원권 문화상품권과 6천 원을 건네주고 나왔었다.

문화상품권은 선물받은 것이니 어차피 내 돈이 아니었다고 치고, 내 돈으로 6천 원을 냈으니 6400원인 물건 2개를 6천원 주고 샀다고 치자며 스스로 위안하면서... 하지만 현금으로 냈으면 2800원만 내면 될 것을 6천 원이나 냈다고 생각하니 속이 쓰렸다.

내지 않아도 될 돈 3200원을 문화상품권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냈다고 생각하니 한동안 불쾌감이 가시지 않았다. 그 문화상품권 구입을 내 돈을 내고 내가 산 것이라면 아마도 나는 절대로 그 곳에서 문화상품권을 사용하지 못했을 게다. 안쓰고 지갑 한 구석에서 몇 년동안 썩히는 한이 있더라도.  그 이후로 나는 그 곳에서 문화상품권 사용을 가급적 꺼린다.

물론 내가 느낀 불쾌감은 문화상품권을 현금으로 교환하는데 따른 그 점포가 부담해야할 수수료를 내가 냈다는 사실에 대한 불쾌감이 아니다. 어차피 나는 소비자로서 신용카드며 각종 상품권을 사용하면서 점포에서 현금으로 교환하는데 따른 수수료를 소비자인 내가 부담하는데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아니 수수료를 내가 부담하는데 대해 "그러려니..."하고 일찌감치 포기했다는 말이 더 맞다. 기껏 물건값을 흥정하고 가격을 결정하고 포장까지 했다가 막상 돈을 낼때 신용카드를 내밀면 "카드는 수수료가 있어서 그 가격에는 못 준다"는 주인의 말을 듣는 것이 뭐 하루이틀 이야기던가.

그런게 어딨냐고 항의하면 돌아오는 말은 간단하다. 현금으로 그 가격에 사든가, 수수료까지 포함해 카드로 계산하든가, 싫으면 물건을 팔 수 없으니 그냥 가든가. 이때 신용카드를 내민 나는 왠지 작아지는 느낌이 든다. 내 돈내고 물건을 사면서 무언가 잘못을 하는 것같은 묘한 기분이 든다. 나만 그럴까?

문화상품권 쓰는 나... 죄지은 소비자?

신용카드가 활성화됐고 '신용카드=현금'이라는 공식이 성립된 지 오래지만 신용카드가 꼭 현금과 동일한 가치를 갖는 것은 아니다. 문화상품권을 포함한 각종 상품권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신용카드와 상품권을 사용하면서 수수료를 떼이는 소비자는 억울하다. 하지만 억울할 뿐이다. 억울하면 안쓰면 될 것 아니냐는 말에 주눅이 든다. 조금 억울하다고, 소비자가 억울한 것 아니냐고 하소연할 곳도 못 찾겠다.

신용카드며 각종 상품권을 사용하면서도 현금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치를 인정받고 싶은 것은 비단 나만의 욕심일까?

그리고 혜준이는 얼마전 선물로 받은 문화상품권으로 서점에서 학원에서 필요한 교재들을 샀다. 물론 수수료로 5%를 공제한 가치를 인정받고서. 그나마 문화상품권을 쓸 수 있는 곳이 가까운 곳에 있어서 다행이고, 선물로 받은 것이니 내돈 떼인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자며 마음을 달랬지만 그 수수료를 꼭 내가 내야하는 것인가 하는데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신용카드며 각종 상품권을 사용하면서도 현금과 같은 가치를 인정받고 할인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SBS유포터,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화순, #문화상품권, #수수료, #신용카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나 어떤 사항에 대해 알리고 정보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고 글로 남겨 같이 나누고싶어 글 올립니다. 아직 딱히 자신있는 분야는 없지만 솔직하고 공감이 가는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