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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금나무의 열매들이 익었으니
오늘은 먼 하늘 빛 넥타일 매어 볼까
<가을 넥타이> 중 -김현승

원효정사
 원효정사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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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금정산은 '억새산'

지난 23일 이른 아침 산벗 대장 형님의 전화를 받고 부산 금곡 전철역에서 만나 금정산을 향했다. 금곡역에서 걸어서 당도한 금정산 소재 원효정사 산문을 지나자 코스모스, 구절초 등 희끗희끗 바람에 날리는 억새들이 산나그네를 반겼다.

울긋불긋 물든 나뭇잎이 바람이 불때마다 우수수 떨어지고, 나무들이 하나 둘 잎을 버리는 상수리나뭇가지에는 아기 청솔모 아기 다람쥐들이 쪼르르 이 나뭇가지에서 저 나뭇가지를 바쁘게 옮겨 다니는 것이 너무 귀여워서 모두들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미소로 지켜보았다.

금정산은 오를수록 더 깊이 산이 사람을 애타게 부르는 산같다. 정말 사계절따라 산이름이 달라지는 금강산처럼,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좋은 산이다.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 여름에는 금정산 등산을 거의 하지 못했다. 너무 더워서 산의 입구의 계곡에서 털썩 주저 앉아 버리곤 했던 것이다.

가을 전령사
 가을 전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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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가을 바람에
나부끼는 코스모스
꽃잎이 날개이냐
날개가 꽃잎이냐
아마도 너의 혼은 호접인가 하노라.
<코스모스>-한용운

아~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
 아~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
ⓒ 김찬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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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은 억새군락지가 명품인 산. 금정산은 약 248만 평의 평야를 품고 있는 산이다. 가을 금정산은 그야말로 억새산이다. 억새밭 사이로 걸으면서 내려다보는 부산 시내 경치도 너무 멋지다. 10월이 되면 하얀 억새밭의 억새들이 은빛으로 물결치면 더욱 장관일 터.

억새밭 근처에는 그 이름을 다 열거할 수 없는 기암괴석들이 즐비하다. 정말 신들이 그들의 정원을 꾸며 놓은 듯 하다. 그래서 숨이 턱 말힐 정도였다. 하늘은 옥빛 넥타이처럼 푸르고 억새는 가을 태양 아래 눈부시게 은빛으로 물결쳤다….

금정산성은 임진왜란의 혹독한 피해를 입은 동래부민이 난에 대비하기 위하여 쌓은 피난겸 항전성이다. 건립연대는 정확히 알지 못하나 위치 및 규모 등으로 보아 삼국시대에 처음 축성된 것으로 추측된다.
 금정산성은 임진왜란의 혹독한 피해를 입은 동래부민이 난에 대비하기 위하여 쌓은 피난겸 항전성이다. 건립연대는 정확히 알지 못하나 위치 및 규모 등으로 보아 삼국시대에 처음 축성된 것으로 추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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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은 부산의 진산. 주봉인 고당봉(801.5m)을 중심으로 북쪽에는 장군봉(727m)과 남쪽에는 상계봉(638m), 원효봉(687m), 의상봉, 미륵봉, 대륙봉, 파류봉, 동제봉 등이 있다. 어느 시인이 "금정산의 은은한 솔바람 소리에 그대를 향한 사랑의 언어 키워봅시다"라고 읊펐듯이, 가을 금정산은 정말 자연의 사랑이 가득하게 메아리치는 산이다.

가을향기
 가을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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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몸, 바위
 신의 몸,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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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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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봉
 원효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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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봉 아침 첫햇살은 매화꽃 빛깔 같아라

원효봉은 금정산의 동쪽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아침 햇살이 그래서 가장 먼저 닿는다. 원효봉의 원효(元曉)는 새벽을 뜻하고, 이곳에서의 아침 햇살은 많은 시인묵객들에게 갓피어난 꽃빛깔에 비유되기도 할 정도이다. 

아주 먼 옛날 이 고장에 살았던 선조들은 신선한 아침 풍광의 산봉우리의 명칭을 '으뜸 새벽'이라고 불러왔다고 전한다. 그리고 이 봉우리의 이름은 신라의 원효대사의 위대한 사상을 상징하기도 한다. 원효대사는 금정산에서 불교의 대중화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한 장소이고, 특히 화엄벌에서, 화엄경을 설파하였다. 

하산길에는 산벗들과 금성동(산성마을)에서 오랜만에 만나 헤어지기 싫어서 산성막걸리를 한잔씩 했다. 산성마을(공해 마을, 중리 마을, 죽진 마을)은 옛날부터 누룩 생산이 유명한 곳이다. 더우기 금정산 물맛이 좋아 산성막걸리는 요즘들어 인기가 급증하고 있다.

한잔 술에 기분은 마치 하늘빛 넥타이를 맨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발 아래 둔 세상이 무척 아름답다는 생각을 문득했다.  

금정산
 금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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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금정산에 가려면, 부산 제1호 지하철 이용하여 범어사 지하철역하차하여, 범어사역-범어사 왕복시내버스(90번) 운행(20분 간격) 이용하여 온천장역 하차 금정산성행 시내버스(203번)을 이용하거나 지하철 2호선을 이용 화명, 금곡, 호포역에서 하차하여 낙동강 방면에서 금정산을 오를 수 있으며, 자가운전(고속도로)부산 고속국도1번 구서IC-울산방향 7번국도-범어사, 이다.



태그:#가을산, #억새, #원효봉, #산성마을, #산성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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