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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보다 남자. .
ⓒ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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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보기 위해 길을 떠난다. 당연히 애마 로시난테(스쿠터) 그리고 아내와 셋이 함께하는 소풍길이다. 아내가 지난 번보다는 덜하지만 아직까지 춘자(750CC 오토바이) 생각에 로시난테에게 정이 덜 가는 모양이다. 해서 이름 모를 꽃이 만발한 산골짝에 애마 로시난테를 세워놓고 아내와 마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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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곡 가는 길 .
ⓒ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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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좀 봐, 소금 한 숟가락을 종지에 타서 마시면 맛이 어떨까?"
"짜지 뭘 어때?"

"그러면 엄청 커다란 그릇에 타서 마셔보면 어떨까?"
"물 맛 그대로겠지 뭐!"

"지난번 자네 형부가 숟가락 던지고 한줌 재가 되었을 때 자네 언니와 조카들이 흘리는 눈물도 농도가 틀리다네."
"인생의 고통도 마찬가지야! 고통이 소금이라면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서 농도가 다르지. 안 그런가?"

"춘자면 어떻고 로시난테면 어때?"
"몇 천만 원짜리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도 남에게 손가락질 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록 스쿠터지만 로시난테를 타고 길을 떠나면 우리처럼 절로 시인 (詩人)이 되는 사람도 있지!"

"무엇을 소유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즐기느냐가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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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적한 시골길. .
ⓒ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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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로시난테에 대한 망발에 슬며시 삐쳐있는 로시난테를 다독이며 또 다시 길을 떠났는데 꿈에 그리던 그림 한 폭이 나타났다. 커다란 나무가 한그루 있고 뒤에는 야트막한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는 집. 사랑채 안 앉은뱅이 책상위 책장이 뒷산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절로 넘어가는, 그런 풍경이 그려지는 모습이다. 그 집이 부러운 것이 아니라 나무 한그루가, 뒷산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이 부러운 것이다.

모곡 가기 전 길목에 있는 담배가게
▲ 담배가게 모곡 가기 전 길목에 있는 담배가게
ⓒ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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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검푸른 게 뭐라도 내릴 것만 같아 길을 재촉하는데 아침을 안 먹은 탓에 배가 고프다. 마을도 아닌 외딴 곳에 담배와 막걸리, 그리고 주전부리를 파는 구멍가게가 있어 로시난테를 세우고 손에 잡히는 대로 가져와서 우물물 한 사발에 맛있게 먹고 있는데, 아내가 나를 보더니 눈짓을 한다. 빵과 과자의 유통기한이 두 달 이상 지나 있었다. 어쩐지 빵이 바짝 말랐지 싶었다. 암말 말고 그냥 먹으라고 눈짓을 주었더니 피식 웃고 만다.

모곡을 지나 청평가는 길.
▲ 느티나무 모곡을 지나 청평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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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대교, 홍천 양덕원(할머니 산소), 모곡, 중미산 어비계곡, 팔당댐이 나의 명품 소풍코스다. 강물 위의 길고 긴 양수대교를 달리는 맛도 좋고 문둥이 거지들 모두가 내 자식이라던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가 있어 더욱 좋은 그런 곳이다. 모곡을 지나 중미산 가는 길에 있는 느티나무 나를 겸손하게 만들어 좋고, 중미산 꼭대기에서 아래를 굽어보는 즐거움에 나의 호연지기는 높아만 가니 좋다. 이것이 바로 내가 소풍을 떠나지 않고는 못 배겨내는 소이이기도 하다.

"아,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인생이여!"


태그:#소풍, #여행, #춘자와가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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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단어로 짧고 쉽게 사는이야기를 쓰고자 합니다. http://blog.ohmynews.com/han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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