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티발 스틸컷

▲ 페스티발 스틸컷 ⓒ (주)영화사 아침


<페스티발>은 거침없는 영화다. 어디에서 거침이 없는가 하면 바로 '성'에 관련된 부분이다. <페스티발>에는 정말 다양한 '성'적 취향이 나온다. 리얼돌, 바이브레이터, SM, 페티시, 마조히즘 등 거의 이 세상에 존재하는 '성'에 관련된 다양한 형식과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에서 이 보다 많은 전문 '성' 용어들이 나온 상업영화는 찾기 힘들 정도다.

장배(신하균)는 보통의 남자들이 그렇듯이 자신이 밤 생활에서 최고라고 믿는다. 여기에다 '물건'에 대해서도 자신이 있다. '물건'이 워낙 좋다보니 분명 애인도 대 만족할 것이란 착각에 빠져 있다. 하지만 웬걸? 애인 지수(엄지원)는 바이브레이터를 이용해서 남자친구에게 느끼지 못한 '성'생활의 즐거움을 찾고 있다. 자신의 '물건'에 자신 있었던 장배가 애인의 자위 장면을 목격하는 것만큼 충격적인 일은 없을 것이다. 이제 어디 가서 자신의 물건이 최고란 이야기조차 하기 부끄럽다.

고등학생 자혜(백진희)는 어묵장수 상두(류승범)에게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다. 어떻게 해서든 유혹해보려고 하지만 이거 도통 쉽지가 않다. 자신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하지만 상두는 이미 마음이 딴 사람에게 가 있기 때문에 자혜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여기에 자혜 엄마 순심(심혜진)은 철물 집 기봉(성동일)을 통해서 새로운 '성'생활에 눈을 뜨게 된다. 진정한 SM 욕망을 알게 된 것이다. 학교 선생인 광록(오달수)은 호기심에 입어보았던 란제리의 실크 촉감에 완전히 정신을 뺏기게 되고….

<천하장사 마돈나>의 이해영 감독의 재능!

페스티발 스틸컷

▲ 페스티발 스틸컷 ⓒ (주)영화사 아침


<페스티발>은 <천하장사 마돈나>의 이해영 감독이 얼마나 재능 있는 인물인지 다시 일깨워준다. 이전 작품은 성적 소수자가 느끼는 현실적인 고통에 대해 진지한 코미디를 추구했다. 웃으면서 볼 수 있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면 깊은 여운을 주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이해영 감독은 이번에 연출한 <페스티발>을 통해 전작이 가지고 있던 무거움을 확 들어냈다. 이런 연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쉽게 예상하지 못했기에 이해영 감독 재능이 범상치 않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페스티발>은 B급 코미디 느낌이 물씬 난다. 어렵고 힘든 이야기 대신 우리 생활에서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성'적 코미디를 가지고 관객들이 웃으면서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등장인물 모두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지 않는 변태들 같이 느껴지지만 어느 누구도 이들의 '성'생활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다. 단 한 번도 이와 같은 '성'생활을 꿈꾸지 않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성인들이 거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뛰어난 점은 이런 상상을 현실로 옮겨 놓은 부분이다.

<페스티발>은 단지 특정 나이의 '성'생활에 집착하지 않고 있다. 10대부터 40대 이상의 사람들까지 그들이 느끼고 열망하는 '성'생활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선택은 상당히 영리했단 생각이 든다. 넓은 연령층들이 이 작품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우리들이 흔히 일상생활에서 하는 '성'적인 화장실 유머 역시 잘 곁들여 놓았다. 이런 것들을 통해 관객들이 적절한 타이밍에서 폭소를 터지게 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천하장사 마돈나>의 진지한 향기를 느끼고자 하는 관객들이라면 분명 실망감을 느낄 것이다. <페스티발>은 더 폭넓고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다룬 B급 코미디형태의 '성'적 소수자 영화이다. 최소한 웃으면서 즐길 수 있는 '성'코미디 영화로서 이 작품은 충분히 본분을 다하고 있다.

물론 너무나 변태적인 '성'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영화라고 느낄 관객들이 있을 만큼, <페스티발>에서 다룬 '성' 이야기는 도발적이다. '성'적인 행위는 분명 개인 취향에 따라서 정상적인 것과 변태가 확연히 구분된다. 이 작품에서 다룬 이야기는 분명 일반적인 사람이 봤을 때 변태 쪽에 가까운 '성'적 소수자의 이야기다. 이런 것들이 단점도 되지만 오히려 자주 다루지 못한 소재를 가져왔기에 즐겁고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성인용 코미디가 되게 만들어준다.

<페스티발>은 <천하장사 마돈나>를 통해 확실한 존재감을 심어주었던 이해영 감독 다음 작품을 무척이나 기다려지게 만든다.

덧붙이는 글 국내개봉 2010년 11월18일.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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