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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브랜드는 중도 보수, 합리적 보수다. 그런데 합리적 보수가 인터넷 공간에서 난도질을 당하고 있다…. 전통 보수층만 결집되고 합리적 보수층은 저를 떠나고 있다, 가슴 아프다."

 

무상급식 조례안을 놓고 서울시의회와 극한 대결을 벌이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보수 세력'에 섭섭함을 토로했다. 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시정설명회에서다. 

 

오 시장은 시정설명회에서 최근 실시된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지율 상승이 달갑지 않다면서 "(오히려) 정치적으로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상급식 갈등으로) 전통 보수층이 결집됐을 뿐 합리적인 보수, 저를 좋아했던 분들은 저를 떠나가고 있다"며 "가슴이 아프다"고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지지율 올라가서 고무? 정치적으로 손해봤다"

 

▲ 오세훈 “합리적보수 지지층 떠나 가슴 아프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해 시정방향을 밝히는 자리에서 ”대한민국 한 명의 정치인으로서 옳다고 하는 길”을 가겠다며, 마치 대선행보에 나선 듯 한 발언을 했습니다.
ⓒ 오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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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무상급식 반대 '강경 노선'으로 자신의 지지층(합리적 보수층)을 잃더라도 소신을 굽히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신의 정치적 브랜드를 일관성 있게 유지하는 게 정치인의 자산"이지만 "대한민국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옳다고 믿는 길을 가면서 오해와 편견과 싸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그런 정치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이 전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선 지지율 상승으로 재미를 본 오 시장이 무상급식 반대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반대 진영의 폄하논리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5, 6급 서울시 공무원 7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날 시정설명회에서도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오 시장의 공격은 계속됐다.

 

그는 '서울형 그물망 복지'에 대해 "똑같이 혜택을 주더라도 가난한 분들 가운데 자립의 의지가 있고 노력하는 분들에게만 혜택을 준다, 이게 바로 자립형·자활형 복지"라고 높게 평가했다. 그러면서 무상급식은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똑같이 혜택을 주는 무차별적 복지정책을 쓰기 시작하면 마음에 병이 들기 시작한다, 도덕적 해이가 나타난다"고 깎아내렸다.

 

오 시장은 또 "(무상급식 찬성론자들이) 낙인감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기가 막힐 노릇"이라면서 일본의 '자녀양육수당'을 사례로 소개했다.

 

"일본에 자녀양육수당이라는 게 있다. 중학교 이하 자녀에게 한 달에 2만6천 엔씩 현금으로 주는 거다. 이게 바로 작년에 일본 민주당이 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원동력이었다. 결과는 어땠나. 아무리 경제대국이지만 돈이 없다. 그래서 (자녀양육수당을) 반으로 줄였다. 국채 발행하고 세금 올리려다가 못 올렸다. 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이 이 짓들을 하고 있으니 나라꼴이 그 모양이다."

 

이어 "우리가 이제 그걸 따라가고 있다"며 비난의 화살을 야당에게 돌렸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머리가 더 좋다. 그냥 '자녀양육수당'하면 너무 티가 난다. 아이들이 밥 먹는 것 때문에만 멍이 드나. 명분일 뿐이다. 현금 나눠주고 싶은데 아이들 밥 먹는 것과 연관시켜서 포장을 하면 죄책감이 사라진다. 이건 무슨 죄를 짓는 거냐. 국채 발행하면 누가 갚나. 그 아이들이 자라나서 갚는다."

 

 

오 시장 "정신 바싹 차리자"... 무상급식 조례안 공포 거부 

 

오 시장은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고백했더라"며 민주당을 정조준했다. '오세훈 시장은 무상급식 전쟁에서 패배할 거다, 국민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는 정책들을 내놓겠다'는 손 대표의 발언을 전한 오 시장은 "정치인의 수사가 놀랍다"며 웃었다.

 

"모든 국민을 동일한 인격체로 대접한다? 표 앞에 장사 없다. 일본 정책 같은 게 다음 총선, 대선에서 나온다. 정신 바싹 차려야 한다. 깨어있는 국민만이 선진국을 만들 수 있다. 중간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나라들이 많다. 그래서 국민의 선택이 무서운 거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긴장해서 어느 정당과 정치세력이 어떤 정책으로 표를 얻으려고 하는가를 눈을 부릅뜨고 봐야 한다."

 

어제(4일) 서울시의회가 증액·신설한 예산안이 '원인무효'라며 전액 집행하지 않을 뜻을 밝힌 오 시장은 이날 "시의회와 정치적 타협 필요하다면 50%까지는 올릴 수 있다"며 "그 이상은 정말, 질 나쁜 복지 포퓰리즘"이라고 또 한 번 분명한 선을 그었다.

 

오 시장은 이날 시의회가 지난해 12월 30일 재의결한 무상급식 조례에 대해 공포를 거부했다.

 

한편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연대 등 서울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야당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오 시장에 대한 국민감사청구캠페인에 돌입하기로 했다. 이들은 "오세훈 시장의 선거법 위반, 지방자치법 위반, 혈세낭비 등에 대해 국민감사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태그:#오세훈 , #서울시의회, #무상급식 , #시정설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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