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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17일 김해 수로왕릉 앞에서 야권 단일후보인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의 지원유세를 펼치고 있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17일 김해 수로왕릉 앞에서 야권 단일후보인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의 지원유세를 펼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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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국민께서 야권단일화라는 성스러운 임무를 주셨는데 완수하지 못한 참담함이 있다. 참여당의 역량부족을 확인한 선거였고 지도부는 이 점을 냉정히 보고 겸허하게 이번 선거결과를 받아들이겠다."

이백만 국민참여당 대변인의 목소리는 묵직했다. 짧은 통화 시간 동안 그는 서너 차례나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예측불허의 혼전 속에서도 초박빙 승리가 예상됐던 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이봉수 참여당 후보는 낙선했다. 이에 대해 국민참여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트위터에서는 지지자들의 책임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guswnsgus03는 "김해... 졌군요"라며 "결국 민주당 조직도 안 움직였고 김두관 조직마저 안 움직인 건가요"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야권 연합 승리보다는 차기 유력 야권 대선주자 아웃시키는 게 훨씬 이득이라는 정치자영업자들의 주판알 결과"라고 말했다.

@photo_jjang는 "지난해 7월 은평구 보선에서 야권 단일후보 민주당 장상 후보가 개박살 났을 때 책임 따지지도 않고 찍소리 안 하더니 왜들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신지요"라고 볼멘소리를 터뜨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기식(@pspdkks)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트윗에서 김해 선거결과 놓고 민주당 탓하고 김두관 탓하고 심지어 김해시민 탓하는 분들, 참 답답하다"며 "그런 말들이 유 대표와 참여당에 대한 거부감을 더욱 증폭시킨다는 것을 왜 모르는 걸까"라고 비판했다.

또한 @leehanseung는 "노무현은 지는 길을 가서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고 유시민은 이길 수 있는 길을 찾다가 마음을 얻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종필(@ststnight)씨는 "적진에 뛰어든 손학규는 그 자체로 이미 승리를 한 거나 다름없었"지만, "같은 이치로 유시민은 지난 선거 때 대구에 출마했어야 했고 그에게 필요한 건 도지사 경력이 아니라 순교자의 피였다"고 비판했다.

유시민 대표 "제가 큰 죄를 지었습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지난 14일 저녁 강원도 춘천시 팔호광장에서 열린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 민주당 최문순 후보 집중 유세에 참석해서 최 후보의 기호와 이름이 적힌 어깨띠를 착용하고 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지난 14일 저녁 강원도 춘천시 팔호광장에서 열린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 민주당 최문순 후보 집중 유세에 참석해서 최 후보의 기호와 이름이 적힌 어깨띠를 착용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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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u_simin) 국민참여당 대표는 28일 자정께 "정말 고맙습니다, 너무나 죄송합니다. 제가 큰 죄를 지었습니다"라고 짤막한 글을 남겼다. 참여당 당원게시판에는 닉네임(당원첨맘)으로 글을 올렸다.

"당원 동지 여러분, 당대표 유시민입니다. 사/랑/합/니/다 오늘은 이 말 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사/랑/합/니/다."

착잡하고도 복잡한 그의 심경이 그대로 드러나는 두 문장이다. 실제 그가 이렇게 느낄 수밖에 없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김해을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야권후보가 당선됐다. 순천에서는 민주노동당이 야권단일화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름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던 김선동 후보가 이름난 지역의 명수를 물리치고 당선되는 쾌거를 얻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선거 막판 이재오 특임장관실 시민사회팀장의 수첩이 발견되는 등 정부의 관건개입, '차떼기 부정선거' 같은 온갖 의혹이 폭로됐지만 김해민심은 김태호를 선택했다. 

김해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이다. 친노의 우물 같은 곳이다. 특히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야권단일후보였던 김두관(무소속) 경남지사가 53.5%(81만표 득표)를 얻어 당선됐고, 김맹곤(민주당) 김해시장도 34.13%를 얻어 당선됐다. 경남도의원, 김해시의원이 다수 포진돼 있는 영남지역의 야당 텃밭이다.

그럼에도 참여당은 패배했다. 김해을의 패배가 시사하는 점은 무엇인가.

"야권지지층 결집 이루는데 부족했던 것 같다"

참여당 홈페이지에는 자성을 촉구하는 글들이 올라 있다. 도산산도는 참여당 토론방에 글을 올려 "패배를 인정한다는 것은 용감하게 내려올 때를 아는 것"이라며 "노무현의 명분도 국민들의 뜻도 유시민의 정치력도 이미 두 번의 선거결과로 확인된 게 아니냐"고 자문했다.

노항래 정책위원장은 "너무 참담한 상황인지라 합리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스스로 평가, 반성의 첫 화두로 삼고자 쓴다"며 "참여당 입장에서는 가장 처절한 패배"라고 썼다. 그는 "분당, 강원, 순천의 결과와 대비되어 더더욱 마음속으로 승리를 확신했다"며 "소망을 합리로 치장한 믿음이었다"고 고백했다.

또한 그는 "지도부가 모두 김해에 머물고 있어서 서울에 남아있는 당직자들과 중앙당에서 개표방송 보고 완전 넉다운 되었다"며 "왜 생긴 당이냐고 몰아칠 주위의 공세, 특히 가까운 이들(친노 세력? 민주당? 그리고 개혁적인 평론가들??)의 힐난을 견디며 당을 수습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창당의 정당성, 현 정치구도에서의 필요성, 장기적 전망 등에 대해 회의하지 않는 사람"이라며 "이번 선거의 패인은 이명박정권의 실정에 대한 비판과 대안세력의 필요성을 더 진중하고 단순하게 제시하지 못한 점"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노 위원장은 "노무현정신 계승과 김해 사람이라는 것 이외에 선거의 집중점을 만드는 데 부족했다"며 "이것이 야권지지층의 결집을 이루는데 부족했던 것 같다"고 진단했다.

또한 그는 이번 선거에서 거창 사람 김태호에 대한 네거티브 선전을 강조했는데 결국 선거는 매주 노란색으로 치장한 전국에서 몰려온 지지자들 중심으로 치러졌다는 점에서 역시 스스로 제시한 선거구도와 선거운동의 불일치를 이루었다고 평가했다.

또 야권단일화 과정에서 지지층의 확장이 없지 않았으나 상처도 작지 않았고, 지역에 대한 이해, 대중과 호흡하는 세밀한 공약 등에서 여전히 취약했다고 말했다.

제오르지오는 "내실을 다져야"라는 글을 통해 "정말 패배의 원인이 무엇일까요?"라고 묻고 "정말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참여당의 한계인가 보다"고 자성했다. 그는 이어 "다음 총선은 당선자를 내려고하기보다는 내실을 탄탄히 다져가는 것이었으면 한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이름에만 기대지 말고 알찬 공약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남 김해을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 선거사무소 모습
 경남 김해을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 선거사무소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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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단일화가 꼭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교훈

외부에서는 어떻게 평가할까.

김기식 위원장은 "김해선거는 참여당과 유시민 대표에게 치명적인 선거결과가 됐다"며 "질 수도 없고 져서도 안 되는 지역에서 지리한 야권연대 협상을 통해 단일후보가 됐음에도 패배했다는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경기지사 선거와 이번 김해선거에서 두 번이나 패배했다는 점에서 유 대표와 참여당은 자신들의 노선을 재진단해야 한다고 본다"며 "야권연대 후보단일화가 꼭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도 야권 모두가 받아들여야 하는 교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이 짜증나도록 야권연대 협상과정에서 후보단일화 방법을 관철시켜도 결국 승리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이 드러난 선거"라며 "과연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이번과 같은 정치협상으로 야권연대를 해야 하는 것인지 근본적으로 돌아볼 때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설혹 후보단일화가 되더라도 국민들이 보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 그에 대한 심판은 피할 길이 없다는 게다.

문성근 '백만민란 국민의 명령' 대표는 "패배한 참여당에게 위로를 보낸다"면서 "다만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가 최선이 아니라는 게 또 다시 확인됐으니 그 점을 깊게 생각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시민 대표가 1개월여 창원터널 앞에서 출근인사를 했다는 점에서 그가 3보1배하는 심정으로 야권의 승리를 기원한다고 느꼈다"며 "선거 직전 손학규 대표의 승리를 기원한 글에서도 같은 마음을 읽었다"고 평가했다.

'국민의 명령'은 이날 논평을 내고 "우리는 이번 선거를 통해 야권 통합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얼마나 큰지 확인하였다"며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야4당은 국민을 얼마나 고문했으며, 서로에게 상처를 입혔는가? 협상과 선거운동과정 및 결과를 보더라도 '여론조사를 통한 후보단일화'가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다시 확인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들은 "야5당은 야권통합에 대한 국민의 간절한 여망을 받아 하루빨리 범야권 단일정당 건설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며 "민주당의 순천 무공천 등은 2012년 4월 총선을 내다보고 야권통합의 발판을 마련하려 한 것으로 이해하고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백승헌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백승헌 '희망과 대안' 상임운영위원장은 "비단 정치연합 뿐 아니라 야당이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보여준 선거결과"라며 "이번 선거는 내년 양대 선거와 미래 세력에 대한 선택의 화두를 던진 만큼 정치권이 국민적 요구를 얼마나 잘 소화해내느냐가 관건이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한대희 시민주권 연대소통위원장은 "가혹했던 연대연합 과정의 결과가 고스란히 드러난 선거결과가 아니겠냐"며 "참여당이 패배하긴 했지만 큰 틀에서는 야권연대가 승리를 이룬 선거로 평가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벼랑끝 전술을 통한 막판 단일화는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는 교훈을 얻은 선거결과"라며 "국민의 염원을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미흡한 그릇이었다고 평가한다"고 지적했다.


태그:#4.27 재보선, #김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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