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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뉴욕총영사관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는 뉴욕한인회, 뉴욕민주평통, 직능단체, 차세대단체, 주재상사, 사회봉사단체 등 각계 대표 동포 20여 명이 참석,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에게 재외국민 선거 공정성 확립, 뉴욕한국학교 설립, 동포 기업인 지원 등을 주문했다.
 22일 뉴욕총영사관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는 뉴욕한인회, 뉴욕민주평통, 직능단체, 차세대단체, 주재상사, 사회봉사단체 등 각계 대표 동포 20여 명이 참석,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에게 재외국민 선거 공정성 확립, 뉴욕한국학교 설립, 동포 기업인 지원 등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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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우려하는 것은 한국에서 가장 후진된 것으로 알려진 정치판이 미국의 안방까지 들어오는 것입니다." (조종무 전 재미언론인)

내년 4월 총선부터 시작되는 재외국민 선거에서 투표율 제고 방안은 물론 부정선거 단속과 처벌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각)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뉴욕총영사관(총영사 김영목)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도 재외국민 선거의 공정성 확보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재미언론인인 조종무씨는 "선거가 과열되어서 한국식으로 득표활동을 하다 보면 선거사범이 발생할 수 있고, (한국법으로 처벌이 불가능해) 미국법에 호소할 수 있다"며 "얼마 전 한국의 어떤 정당이 뉴욕에서 행사를 했는데, 미국법에 접촉되지 않을까 우려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성환 장관도 "상당히 공감하는 문제다. 그것이 사실 제일 걱정되는 부분"이라며 동의를 표한 뒤, "정부차원에서 여러 가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국회는 투표율 제고를 위한 우편투표제 도입 문제를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고, 법무부와 선관위도 선거사범 단속과 처벌에 대한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막막해하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10개월 뒤 이대로 선거가 치러질 경우 5% 이하의 턱없이 낮은 투표율이 예상되는 것은 물론, 부정 시비를 이유로 선거 결과에 불복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공정성 시비 불거지면 정치적 혼란"

사실상 재외선거의 운영을 맡게 될 김성환 장관은 이날 동포간담회 인사말에서 "내년부터 선거가 실시되는데, 그것이 우리 동포 사회를 분열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가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며 "그러나 직접 와서 보니 (동포사회가) 합심해서 하는 것을 보면서 쓸데없는 걱정이구나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이와 관련 곽호수 뉴욕한인수산인협회장은 "(회원들이) 재외동포 참정권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면서 "그런데 회원들이 '투표는 하고 싶은데, 거리가 멀고 시간이 없어서 못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재외공관에만 투표소를 설치할 경우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펜실베이니아, 델라웨어주에 거주하면서 투표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유권자들은 관할지역인 뉴욕 총영사관까지 자동차 등으로 10시간 이상 이동해야 하고, 비용도 적지 않게 소요된다. 타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4만8000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는 인도네시아의 경우 일부 지역은 공관이 있는 자카르타까지 비행기로 7시간이 더 걸린다.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이 22일 뉴욕총영사관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장관이 22일 뉴욕총영사관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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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김성환 장관은 "외교부에서는 우편투표제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지만 이것은 외교부에서 정하는 것이 아니고 국회에서 법으로 정해야 할 문제"라며 "양 정당의 합의가 있어야 투표 절차의 간소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장관은 "다만, 재외동포 사회라는 곳이 본국 정부의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기 때문에 만약 우편투표제가 됐을 때 부정한 사례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대부분은 정직하게 하겠지만 일부에서 좋지 않은 의도를 가지고 악용할 수 있기 때문에 양 정당이 최종 결정을 못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편투표제를 도입할 경우 대리투표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

KBN-TV 보도본부장을 지낸 조종무씨도 "우편투표제를 하는 것도 좋지만, 제가 우려하는 것은 한국에서 가장 후진된 것으로 알려진 정치판이 미국의 안방까지 들어오는 것"이라며 "각 정당의 해외 조직 담당자에게 법을 잘 준수할 수 있도록 사전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재외국민을 상대로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최경희 한나라당 의원(비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앞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최 의원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한인단체 주관 행사에 참석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혐의로 지난 14일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만일 최 의원의 혐의가 인정될 경우, 국외 선거운동에 대한 첫 처벌 사례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여전히 여야 정치권은 외국을 돌며 비례대표 의원 배정을 약속하는 등 조기 선거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외국민 선거의 운영을 맡게 될 외교부에는 일찌감치 비상이 걸렸다. 외교부 직원들은 선거업무를 다뤄본 적이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선거 운동 방법이나 선거 기술에 대한 실무적인 이해도가 낮아 효과적인 선거 운영 업무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 않아도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는 해외 공관의 과도한 업무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김성환 장관이 지난 3월 열린 재외총영사회의에서 "내년에는 역사상 최초로 우리 공관에서 국회의원선거와 대통령선거가 실시된다"며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면 정치적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차질 없이 치러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관위는 재외공관 26곳에 직원 55명을 파견해 부정선거를 감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시·군·구에만 각각 7~12명의 선관위 직원이 상주하고 10명 이내로 구성된 선거부정 감시단까지 별도로 운영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흉내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법 제도의 개선을 주문하고 있다. 불법 선거운동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고, 영사가 조사해도 법원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선거사범에 대한 여권 발급 제한 조치 등이 검토되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국회 정치개혁특위도 투표율 제고 방안과 공정성을 담보할 만한 보완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지만,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30일 2차 모의 재외선거 실시... 선거인단 불과 5000여 명

한편, 사상 첫 재외국민 선거가 10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관위는 이달 30일 전 세계 108개국 158개 공관에서 2차 모의 재외선거를 실시할 예정이다. 참가 대상자는 지난달 27일부터 일주일 동안 참가신청을 받은 결과 5484명이 등록했다.

재외국민 유권자가 230만 명인데 비해 2차 모의 선거인단이 5000여 명에 불과한 것과 관련 선관위 측은 "이번에는 개인정보를 조회해 선거권 유무를 판단하는 전산시스템 점검에 중점을 두고 있어 많은 참가자를 모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21개국, 26개 공관에서 실시한 1차 모의선거에는 1만991명이 선거인으로 등록하고 실제로는 4203명이 투표해 38.2%의 평균 투표율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선거인단이 워낙 적어 참여도나 투표율에 의미를 두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선관위 측은 "모의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파악하고 보완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재외국민이 올바르게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5월 기준으로 재외국민 수는 286만9천여 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재외국민 예상선거인 수는 229만5천여 명이다.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자와 낙선자의 최소 표차는 제16대 3표, 제17대 9표, 제18대 129표 등이었다.

또한, 지난 1997년과 2002년 대선에서 각각 39만 표, 57만 표 차이로 당락이 갈렸던 사례에 비춰보면 재외국민 선거는 내년 총선이나 대선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재외국민 선거에 대한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을 경우 선거 불복 등 심각한 사회적 혼란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된다.


태그:#재외국민 선거, #재외동포, #김성환 외교부장관, #동포간담회, #뉴욕총영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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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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