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우리들의 일밤-내 집 장만 토너먼트: 집드림>이 10일 첫 방송됐다.

MBC <우리들의 일밤-내 집 장만 토너먼트: 집드림>이 10일 첫 방송됐다. ⓒ MBC


"오프라 윈프리는 차를 줬습니다. 우리는 집을 드립니다."

현재 전셋집에 살고 있다는 김구라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쳤다. <신입사원>이 서바이벌을 거쳐 최종 3명의 아나운서 지망생에게 직업을 줬다면, <우리들의 일밤 - 내 집 장만 토너먼트: 집드림>(<집드림>)은 집을 준단다.

10일 오후 5시 첫 방송된 MBC <집드림>은 일단 '1500만 가구 중 무주택 가구 수가 700만에 달하는 현실'을 환기시키며 공익적 기능을 강조했다.

<집드림>은 방송 전 2400여 무주택 신청가족 중 제작진이 섭외한 '가족선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16가구를 선발했다. 그리고 16가구 중 10주 동안 '세계의 집과 가족'에 관한 퀴즈를 풀며 서바이벌 토너먼트를 벌일 예정이다. 최종 우승 가족에게는 경기 용인에 위치한 건평 25평, 다락방을 포함 3층짜리 '집드림 1호 주택'이 상으로 주어진다.

공익과 예능, 두 마리 토끼 잡을 수 있을까?

 MBC <우리들의 일밤-집드림> MC 임성훈, 이경실, 김구라. 임성훈은 <집드림> MC를 맡으며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PD인 아들과 경쟁하게 됐다.

MBC <우리들의 일밤-집드림> MC 임성훈, 이경실, 김구라. 임성훈은 <집드림> MC를 맡으며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PD인 아들과 경쟁하게 됐다. ⓒ MBC


일단 공익적 부분. '양심냉장고'로 유명한 <이경규가 간다>부터 이어진 MBC <일밤>의 유구한 전통은 이번에도 유효했다. 전세난이다, '반월세'다 팍팍해진 주택난을 먼저 환기시키기 위해 <뉴스데스크> 장면을 삽입하고는 "집은 꿈이다" "<집드림>이 그 꿈을 이뤄드린다"는 구호를 반복했다.

아이들과 부모들의 기대에 찬 얼굴, 눈물, 환호는 물론 준비된 수순. <집드림> 제작진은 방송 초반 신청가족의 한 아이에게 "딱 우리 스타일이고, 저 집을 우리가 안 가지면 빛이 안 날 것 같아요"란 말을 이끌어냈다. '땅콩집'으로 유명한 건축가 이현욱씨가 등장, 스튜디오 안에 지은 실물크기 집드림 1호집을 공개했을 때, 지원자들의 감동과 감탄어린 리액션을 담아내는 화면은 필수다.

이러한 감동의 중심에는 물론 사연 많은 가족들이 자리한다. 첫 방송은 8자매가 한 집에 살았다는 신청가족, 처제와 그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언니 가족, 방글라데시에서 입양한 딸 조안나의 가족, 세 쌍둥이 가정 등 보기만 해도 구구절절한 사연이 넘쳐날 것 같은 본선진출 16가족이 소개됐다.

MBC의 대표적인 공익적 집짓기 프로그램 <러브하우스>때 제작진의 한 사람이었다는 <집드림> 김준현 PD는 "예전엔 눈물도 짜내고, 어려운 분들에게 베푸는 느낌이 강했다"며 "이번에는 가족과 집에 대해 훨씬 광범위한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또 집의 개념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더욱 근본적인 시각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예능프로그램인 <집드림>이 김준현 PD가 밝힌 제작의도와 더불어 예능으로서의 재미 또한 충족시킬 수 있을까?

트위터 사용자'@pheeree'는 <집드림>을 두고 "일자리, 주택, 교육, 의료 중 MBC는 <신입사원>과 <집드림>으로 두 개를 서바이벌로 처리했다. 학자금 지원 토너먼트나 수술비 지원 토너먼트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너희들이 인질로 잡고 있는 게 뭔지 알아?"라고 말했다.

예능으로서의 <집드림>은 퀴즈 토너먼트를 표방했다. 아프리카와 유럽을 포함한 세계 각지의 집 문화를 살펴보고, 지식과 상식이 필요없는 신개념 퀴즈로 탈락자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퀴즈 형식이 갖는 긴장감과 호기심, 자로 잰 듯한 정확성과 친근감을 겸비한 MC 임성훈의 진행, 김구라, 이경실 등 연예인 패널들의 익살, 해외에서 공수한 이국적 화면 등이 참여 가족들의 눈물 나는 사연과 결합한다면, 의외의 결과를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듯하다.

"이게 소위 말하는 '희망 고문'이 아니고 뭐란 말입니까"

 2000년 11월부터 방송됐던 MBC <일요일일요일밤에 - 러브하우스>

2000년 11월부터 방송됐던 MBC <일요일일요일밤에 - 러브하우스> ⓒ MBC

<집드림>은 전국 시청률 6.5%(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그러나 시청자게시판에 올라온 누리꾼들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첫 방송 후 돌아간 84가족을 비롯해 앞으로 프로가 진행되면서 아쉬워하며 발길을 돌려야 하는 가족들에게 남는 건 뭐가 있을까요. 오며 가며 차비 하시라고 거마비라도 주시는지 모르겠으나 이게 소위 말하는 '희망 고문'이 아니고 뭐란 말입니까." (ID topgunhk)

또 "할 게 없어 집 가지고 서바이벌?"(ID tleod2005), "옛날 신동엽 출연의 집 고쳐주기가 훨씬 감동적, 공익적"(ID cmpd)"이라는 내용의 글도 올라왔다.

트위터에서도 "이제 무주택자가 집 '대박'을 위해 TV에서 행복을 경쟁하는 시대가 되었다"(@EconomicView)거나 "곧 '내가 더 불행 토너먼트' 같은 것도 나오겠다"(@DungeonKim)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한편 "<러브 하우스>처럼 사람 냄새나는 감동이 많은 <집드림>이 됐으면 좋겠다"(@dongjinsama), "모든 무주택 가정에 감동과 희망을 선사했으면 한다"(@_CARPEDM)는 반응도 있었다.

집드림 일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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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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