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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설산 호미봉 자락에 들어선 식당. 왼쪽 아래로 축사가 자리하고 있다. 조형수 끼가 축사 옆에 지은 식당이다.
 곡성 설산 호미봉 자락에 들어선 식당. 왼쪽 아래로 축사가 자리하고 있다. 조형수 끼가 축사 옆에 지은 식당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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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낱 꿈이려니 생각했었다. 재작년 이맘때 축사 옆에 식당을 짓겠다는 그의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그로부터 1년 뒤, 식당을 개업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빈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의구심은 남아 있었다. 축사에서 냄새가 나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축사 옆에 식당이라….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조합이었다. 그래서 찾아가 봤다. 조형수(58) 씨의 축사와 식당이 있는 전라남도 곡성군 옥과면 주산리 설산 호미봉 자락으로.

정말 축사 옆에 반듯한 식당이 들어서 있다. 크기는 60여 평. 식당과 축사의 거리가 100여m 남짓 될까. 식당에서 악취는 커녕 약간의 냄새도 나지 않았다. 그 동안 품었던 의구심도 한순간에 사라진다.

식당 안에서 본 바깥 풍경. 저만치 축사가 보인다.
 식당 안에서 본 바깥 풍경. 저만치 축사가 보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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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 들어선 식당. 곡성에 사는 조형수 씨가 축사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숲속에 들어선 식당. 곡성에 사는 조형수 씨가 축사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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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안팎이 깔끔하다. 안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도 아름답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파란 가을하늘과 어우러져 멋스럽다. 축사는 그 너머로 보인다. 실내공간도 넓다. 한꺼번에 100여명이 거뜬히 앉아 식사할 수 있을 정도다. 주방도 환히 들여다보인다.

비빔밥 한 그릇을 시켰다. 밥도 반찬도 맛깔스럽게 생겼다. 모든 찬에 직접 재배한 산양삼을 곁들였다는 게 주방일을 맡고 있는 조씨의 부인 박윤희(54)씨의 설명이다. 배추김치도 깍두기도 젓가락을 재촉한다. 정갈함이 고급 음식점보다 더 낫다. 갖가지 나물에 비벼 한 숟가락 넣으니 착착 감긴다. 입안이 호사를 한다.

옆 자리에서 다른 사람들이 먹고 있는 돼지고기 오겹살도 군침을 돌게 한다. 차림판을 보니 돼지고기와 닭고기 전문점이다. 자연농업으로 키운 흑돼지 오겹살구이와 주물럭, 닭 코스요리와 백숙 그리고 산양삼을 넣은 닭요리와 막걸리 등이다.

흑돼지와 닭은 식당 옆 축사에서 조씨가 자연농업으로 기른 것들이다. 산양삼도 직접 재배한단다. 고기와 함께 나오는 상추며 고추, 마늘 등 남새도 손수 농사 짓는다. 쌀도 토착미생물을 뿌려 비료 한 줌, 농약 한 방울 치지 않고 직접 재배한 것을 쓴다. 된장과 고추장도 직접 담근 것이라고.

맛깔스럽게 생긴 비빔밥. 조형수 씨가 직접 키우고 재배한 것들을 재료로 하고 있다.
 맛깔스럽게 생긴 비빔밥. 조형수 씨가 직접 키우고 재배한 것들을 재료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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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의 밑반찬으로 나온 소시지. 조형수 씨가 키운 재료로 직접 가공한 것이다.
 비빔밥의 밑반찬으로 나온 소시지. 조형수 씨가 키운 재료로 직접 가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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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이 직접 축사를 둘러보면서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고기도 사갈 수 있도록 하려고요. 한 마디로 쉬어가는 음식점이죠. 품질과 맛으로 차별화된 우리 음식점이 성공하면 자연순환 생명농업이 빠르게 확산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씨가 말하는 축사 옆에 식당을 지은 이유다. 그는 토양미생물로 돼지를 키웠지만 유통과정에서 그리 차별화를 이루지 못했다. 하여, 악취 없는 축사에서 키운 청정 축산물을 소비자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제 평가를 받고 싶었다고 했다. 청정 축산물과 농산물을 널리 알려 제값을 받고 보람도 찾겠다는 농민의 자구책인 셈이다.

그는 6만6000㎡(2만 평) 규모의 농장에서 자연순환 생명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축산규모는 소 5마리, 돼지 100마리, 닭 1100마리. 축사도 소와 돼지 사육사 각 1동, 닭 사육사 2동(산란계사·육계사 각 1동)을 보유하고 있다.

사료 등을 만드는 자재 제조실도 갖추고 있다. 그는 여기서 가축사료를 직접 만들어 먹인다. 사료는 흙에 들어 있는 미생물을 넣고 부엽토, 쌀겨 등을 발효·숙성시켜 만든다. 음용수도 한방영양제나 천혜녹즙 등을 섞어준다.

조형수 씨는 동물사료도 직접 만들어 먹인다. 조씨가 사료 배합기에서 쌀겨와 부엽토, 미생물을 섞어 발효 숙성되고 있는 자가사료를 보여주고 있다.
 조형수 씨는 동물사료도 직접 만들어 먹인다. 조씨가 사료 배합기에서 쌀겨와 부엽토, 미생물을 섞어 발효 숙성되고 있는 자가사료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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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먹고 자란 돼지와 소는 소화를 잘 시켜 토실토실 살이 오른다. 병치레도 하지 않는다. 그만큼 건강하게 자란다. 자연스럽게 배합사료를 먹이는 축산물과도 품질로 차별화가 이뤄진다. 사료를 직접 만들다보니 생산비도 크게 절약된다.

토착미생물을 먹이로만 쓰는 것도 아니다. 축사의 흙바닥 위에 톱밥과 볏짚, 버섯폐목 등을 깔고 거기에 토착미생물을 희석시켜 뿌려준다. 그러면 발효가 활성화돼 축사에서 악취도 나지 않는다.

환기도 잘 된다. 열 전도방식의 하나인 대류를 활용한 공력이다. 안으로 들어온 바람이 구석구석까지 돌아 빠져나가게 돼 있다. 축사 바닥이 늘 꼬실꼬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조형수 씨의 축사. 사방이 트여 바람이 구석구석까지 돌면서 냄새를 없애준다.
 조형수 씨의 축사. 사방이 트여 바람이 구석구석까지 돌면서 냄새를 없애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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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축사. 조형수 씨의 축사에서 돼지들이 토실토실 살을 찌우고 있다.
 깔끔한 축사. 조형수 씨의 축사에서 돼지들이 토실토실 살을 찌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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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조씨가 축산경력 수십 년의 베테랑 농사꾼이 아니다. 이제 갓 초보딱지를 뗀 경력 3년의 농사꾼에 불과하다. 하지만 "농촌이 살 길은 자연순환 생명농법뿐"이라고 확신한다.

조씨는 "여기서 자연순환 생명농업의 결과물을 직접 보고 먹고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최고 품질의 축산물 생산을 위해 부단히 연구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여건이 되는대로 축사 옆에 축산교육장과 축산물 가공공장도 세울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조형수씨. 냄새 없는 축사를 실현하고 축사 옆에 식당을 연 주인공이다.
 조형수씨. 냄새 없는 축사를 실현하고 축사 옆에 식당을 연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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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조형수, #자연애품, #곡성, #자연순환농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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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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