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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망증으로 시작되었고, 급기야 기억을 잃어간다. 그것도 서른 살, 한창 젊고 예쁜 여자가. 사람들이 나이 들면서 가장 무서워하는 것 중의 하나인 치매, 그 중에서도 알츠하이머 치매란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치매 원인의 60~70%를 차지하고 있고, 알츠하이머는 이 질환을 최초로 보고한 의사의 이름이다.

현재 방영 중인 SBS 드라마 <천일의 약속> 여주인공 서연(수애 분)의 병세는 급속히 악화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치매도 다른 병과 마찬가지로 젊은 나이에 발병하면 진행이 빠르기 마련이란다.

65세 이상 인구의 8%가 치매라고 할 때는 그저 100명 중 8명이라는 숫자로 머물지만, 나를 집어 넣으면 달라진다. 친구 13명이 모였다고 가정할 때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치매라니, 그것도 나 일지 모른다니.

12월 6일(화) 치매 심포지엄을 하루 앞두고 행사 준비에 분주한 한국치매가족협회 이성희 회장(청암노인요양원장)을 늦가을 뜨락이 내다보이는 요양원 원장실에서 만났다. 인터뷰 중간 중간 요양원 어르신들이 손님이 궁금해 방문을 살짝 열어보곤 하셨다.

치매 심포지엄은 12월 6일(화) 코엑스에서 열린다.
▲ 치매 심포지엄 '치매 케어의 새로운 길' 치매 심포지엄은 12월 6일(화) 코엑스에서 열린다.
ⓒ 한국치매가족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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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치매가족협회는 1991년 3월 '한국치매가족회'로 발족해 어언 20년이 넘었다. 그 사이 치매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보는데, 실제로 어떻게 느끼는가?
"치매라는 말은 다들 알게됐다. 예전에는 노망, 망령이라고 해서 노인이 되면 다 그렇게 되는 거라고 알고 있었다. 이제는 치매가 뇌의 질병이라는 것만은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러나 전문 인력 양성이라든가 처우는 여전히 소홀해서 20년 전과 별다를 게 없다. 안타깝고 아쉽다. 하드웨어는 많이 좋아졌지만, 소프트웨어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 치매는 특히 나이가 들면서 발병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고령화 문제와 뗄래야 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초기 치매 어르신들은 몸을 움직이는 데는 별로 지장이 없기 때문에 노인장기요양보호 등급 판정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병이 진행돼서 시설에 입소해 전문적인 돌봄을 받게 되기까지 전적으로 가족의 몫이다. 환자는 환자대로, 가족들은 가족들대로 말로 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다."

- 모든 치매 환자를 다 시설에서 모실 수는 없을 것이고, 과연 어떤 해법이 있을까?
"그래서 2011년 치매 심포지엄의 주제를 '치매 케어의 새로운 길'로 정했다. 치매 문제가 이렇게 심각해진 것은 우리가 오래 살기 때문이다. 치매 환자와 가족 양쪽 모두를 지키려면 민관이 힘을 합해 지역사회 네트워크 조직에 나서야 한다. 한 가지 예로, 지역사회에서 서포터들을 양성해 치매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주위의 치매 노인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준다면 치매 노인들이 익숙한 환경인 집과 동네에 최대한 오래 머물 수 있고, 치매 노인이 길을 잃더라도 지역사회 안에서 쉽게 찾을 수 있게 되는 등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힘이 될 수 있다."

- 요즘 드라마의 영향 때문인지 '노인성 치매'보다 훨씬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초로기 치매'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다. 관심을 넘어 공포를 느낀다는 사람도 많다.
"치매에 대한 세계적인 경향은 예방과 완화케어다. 치매 노인을 묶어 두거나, 아니면 약에 취해 있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병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돌봄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치매에 예외는 없다는 것이다. 너도 나도 결코 치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기만 해도 치매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변할 것이라 믿는다.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역시 약에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사랑이 우선이다!"

- 20년간 치매가족들과 함께해 왔다. 지금 이 시간에도 치매 환자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족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치매 노인에 대한 학대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치매 가족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지지체계가 무엇보다 먼저 마련되어야 하겠지만, 가족들 자신의 마음도 다시 한 번 정리할 필요가 있다. 치매 걸린 부모님을 마치 쓰레기 처럼 취급하는 경우가 있는데,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귀하게 여겨 마지막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드려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 응어리는 자신이 죽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고, 눈을 감을 때까지 후회가 따라다닌다. 부모님이 우리 어릴 때 진 자리 마른 자리 갈아 뉘여 주셨다. 이제는 부모-자식 사이가 역전된 것이다. 은혜를 되갚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는 법과 제도의 뒷받침이 꼭 필요하다."

- 이번 치매 심포지엄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달라.
"2011년 치매 심포지엄은 '치매 케어의 새로운 길'이라는 제목으로 일본과 한국의 전문가들이 치매 케어의 현실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치매 가족 체험 사례 발표와 함께 치매 환자에게 나타나는 정신 증상과 행동 증상에 대한 이해를 담은 DVD <안개 속의 추억> 시연을 한다. 작년에는 치매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인식 개선을 위해 <마음의 행로>라는 DVD를 제작해 배포한 바 있다. 앞으로도 치매에 대한 바른 인식과 치매 환자와 가족을 돕기 위한 일을 계속 해나갈 것이다.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란다."

덧붙이는 글 | 2011 치매 심포지엄 <치매 케어의 새로운 길>
일시 : 12/6(화) 13:40~17:30
장소 : 코엑스 컨퍼런스 룸(남) 401호
주관 : 한국치매가족협회, 주최 :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후원 : 보건복지부
연락처 : 한국치매가족협회(www.alzza.or.kr) 02-431-9963



태그:#치매, #한국치매가족협회, #치매 심포지엄, #치매 가족, #치매 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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