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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7일 정전사고 당시 직접연소시설(Flare Stack) 모습입니다. 불완전 연소된 대기오염물질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굴뚝이 여수국가산업단지에는 54개 있습니다.
▲ 직접연소시설 지난 1월 17일 정전사고 당시 직접연소시설(Flare Stack) 모습입니다. 불완전 연소된 대기오염물질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굴뚝이 여수국가산업단지에는 54개 있습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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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여수산업단지내 여천NCC 석유화학공장에서 전기설비 이상으로 정전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이 사고로 시커먼 연기가 공장 내 직접연소시설(1154.4톤/시 배출)을 통해 공기 중으로 쏟아졌습니다.

석유화학공장에는 두 종류의 굴뚝이 있습니다. 하나는 몸통 굵은 굴뚝과 그 보다 얇은 직접연소시설이라는 굴뚝입니다. 편의상 몸통 굵은 굴뚝은 '굴뚝'이라 칭하고 얇은 굴뚝은 '직접연소시설'이라 부릅니다. 굴뚝은 평상시 공장에서 생기는 대기오염물질을 내뿜는 시설입니다. 물론 법적 기준치 이하로 보냅니다. 문제는 직접연소시설인데 이 시설은 정전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 필요합니다. 공장 폭발을 막기 위해 급하게 이곳으로 온갖 유해물질을 내보내죠. 그런데 아직까지 아무런 규제 장치가 없습니다.

굴뚝에는 굴뚝원격감시체계(TMS, Smokestack Tele-Monitoring System)라는 장치가 달려있습니다. 이 장치는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 중에 어떤 오염물질이 있는지 곧바로 측정합니다. 그리고 자료를 관제소로 보내 오염물질을 연속적으로 관리합니다. 이 장치 때문인지 석유화학공장은 굴뚝에서 나오는 물질에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반면, 직접연소시설이라 부르는 곳에는 아무런 장치가 없습니다. 끝부분 온도가 1000℃에 이르는 터라 측정 장치를 달지 못하기 때문이죠.

여천NCC 정전사고와 같이 갑자기 공장이 멈추면 유해물질이 얼마나 직접연소시설을 타고 대기로 뿜어져 나오는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나마 주변에 '도시대기측정망'이 있어 그 양을 간접적으로 추측할 뿐입니다.

여수산단 정전 때마다 발생하는 시커먼 연기, 걱정된다

2011년 1월 17일 여수국가산업단지 대규모 정전사고 후 월내동 측정소에 기록된 측정결과입니다.
▲ 월내동 측정소 측정자료 2011년 1월 17일 여수국가산업단지 대규모 정전사고 후 월내동 측정소에 기록된 측정결과입니다.
ⓒ 국립환경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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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 사고 직후 측정망에 기록된 수치를 보니 걱정이 됩니다. 한국환경공단은 여수지역 4곳(여수 월내, 주삼, 문수, 광무동)에 측정망을 운영합니다. 고맙게도 실시간으로 자료를 공개(Air Korea)하고 있지요. 자료를 살펴보니 여천NCC 제3공장 정전 사고 직후 '주삼동 측정소(여수시농업기술센터 토양오염종합검사실)'에서는 수 시간 동안 통합대기환경지수(CAI)가 '민감군 영향'과 '나쁨'으로 기록됐더군요. 이 측정소는 여수 시민들이 많이 살고 있는 주거 밀집 지역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습니다.

측정 물질은 대기환경기준물질 5개 항목인 아황산가스(SO2), 일산화탄소(CO), 이산화질소(NO2), 미세먼지, 오존(O3)인데 주삼동측정소에서 측정된 통합대기환경지수는 당일 낮 12시에 156 '나쁨'으로, 오후 7시에 102 '민감군 영향'과 오후 8시에 101 '민감군 영향'으로 기록됐습니다. 이때 주된 오염물질은 이산화질소였고요.

당시 이산화질소는 대기환경기준인 1시간 평균치(시간당 15번 측정한 후 결과를 평균한 수치) 0.1ppm보다 적은 양이었지만 평소보다는 많은 양이었습니다. 또 같은 날 오후, 여수산업단지와 가까운 곳에 있는 월내동 측정소(환경시설공사여천2사업소)에서도 통합대기환경지수가 '나쁨'과 '민감군 영향'으로 기록됐더군요.

정오 때 조사된 '나쁨'은 환자나 어린이, 노약자에게 유해한 영향을 유발하고 일반인도 건강상 불쾌감을 느낄 수준입니다. '민감군 영향'은 환자나 어린이, 노약자에게 유해한 영향을 유발할 수준((Air Korea '지수구간별 개요'참고)이랍니다.

곰곰이 생각하니 정전이 이번만은 아닙니다. 올 1월에는 대규모 정전사태가 있었고 2월에는 같은 회사 1공장에서 정전사고가 있었지요. 궁금증이 일어, 국립환경과학원에 1월과 2월 발생한 정전사고 전후 '도시대기측정망' 자료를 정보공개 청구해 받았습니다.

정보공개청구 자료에 따르면, 1월 17일 오후 4시 정전사고 직후인 오후 7시 '월내동측정소'에서는 이산화질소가 대기환경기준 시간 평균치 0.1ppm을 가볍게 넘긴 0.127ppm을 기록했습니다. 또, 다음날인 18일 새벽 1시에는 0.136ppm으로 더 오염이 심해졌더군요. 이산화질소는 적갈색의 자극성 냄새가 있는 유독성 대기오염 물질입니다. 고농도의 이산화질소는 폐수종, 폐렴, 폐출혈 등 폐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기 중으로 많이 배출되면 좋지 않은 물질입니다(2011년 2월 22일 오후 5시 25분 발생한 여천NCC 제1공장 사고에 대한 측정소 자료는 안타깝게도 정기 점검 때문에 기록이 남지 않았습니다).

국회에서 고쳐진 환경부 개정법률안, 좀 이상한데

2011년 6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된 대기환경보전법 일부개정안 수정내용입니다.
▲ 수정안 2011년 6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된 대기환경보전법 일부개정안 수정내용입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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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지난해 9월, 이런 '직접연소시설'을 관리하기위해 '대기환경보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법률안'이라 칭합니다)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사실 이 시설은 환경부 입장에서 보면 애물단지입니다. 정전과 같은 예상치 못한 사고에 대비해 만든 것이 직접연소시설인데 공장이 갑자기 멈추면 폭발 등을 하니, 공정 내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해물질을 강제로 태우는 것이지요. 여수산업단지는 석유화학 공장이 많습니다. 직접연소시설이 54개나 됩니다.

환경부의 고민은 이 시설을 통해 나오는 물질입니다. 완전히 타지 않은 채 시커먼 연기와 함께 대기 중으로 뿜어져 나오는 물질 중에는 부탄과 에탄올, 부타디엔 등 발암 물질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공장 폭발은 막았으나 주변 지역에 2차 환경피해는 피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이 시설이 법적으로 허가받은 대기오염방지시설이라 오염물질을 내뿜더라도 마땅히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때문에 환경부는 이 시설을 보다 구체적으로 관리할 목적으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이었지요.

국회에 제출된 법률안이 2011년 6월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보건위원회로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국회로 넘어간 법률안에 이상한 문구가 추가됐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법률안 제38조의2 규정이 '법률의 명확성 및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배된답니다.

그 이유로 '일정한 배출구 없이'라는 표현을 문제 삼았습니다. 보고서는 '일정한 배출구 없이'라는 문구는 일반 국민이 쉽게 알기 힘들고 사업주도 오염물질을 낮출 대책을 마련하는 데 어려운 측면이 있답니다. 그래서 좀 더 법을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며 '일정한 배출구 없이'라는 문구를 빼고 '공정 및 설비 등에서 굴뚝 등의 배출구 없이 대기오염방지시설을 거치지 않고 대기 중에 직접 배출되는'이라고 고쳤습니다.

이렇게 문구를 확 바꾸니 환경부 의도와 전혀 다른 법이 만들어 졌습니다. 환경부가 관리범위에 넣고자 의도한 것은 대기오염방지시설로 허가 받은 '직접연소시설'이었으니까요. 때문에 국회 상임위가 구체적으로 고친 법으로는 정상적인 법적 허가 받아 설치한 대기오염방지시설(직접배출시설)을 통해 나오는 오염물질은 규제할 도리가 없는 겁니다.

발암물질 벤젠, 국내 기준 넘어 3.65ppb까지 검출

늦은 밤 불꽃이 솟아오릅니다. 그 주위가 밝아집니다. 대기오염물질은 펑펑 쏟아집니다.
▲ 직접연소시설 늦은 밤 불꽃이 솟아오릅니다. 그 주위가 밝아집니다. 대기오염물질은 펑펑 쏟아집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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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고친 문구는 직접배출시설을 환경부 뜻대로 관리범위에 넣지 못하게 만드는 모순을 낳았습니다. 이에 대해 환경부 대기관리과 이우원씨는 "법에 모든 사항을 일일이 적을 수 없기 때문에 시행령과 규칙에 관련 시설을 넣어 관리 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법률안을 고친 천병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수석 전문위원은 "처음엔 '대기오염방지시설을 거치지 않고'라는 표현이 없었는데 회의에서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며 문구를 넣었다"며 "다시 읽어보니 직접배출시설이 빠졌다는 오해를 할 만하다"며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법이 만들어지는 동안에도 여수산업단지에서는 정전사고가 종종 발생할 텐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지난해 환경부가 유해대기오염물질을 조사했는데 여수, 광양지역에서 발암물질인 벤젠이 국내외 환경기준을 넘어 최고 3.65ppb까지 검출됐습니다.

또, 지난해 6월 홍희덕 의원(민노당,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 발표한 '여수․광양지역 암 발생 자료(2002-2006)'를 보면 호흡기계 암이 전 연령대별로 전국 평균 발병률보다 높게 조사됐답니다. 더 큰 고민은 노동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발암물질에 무방비로 노출됐답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월 22일 여수․광양 산단에서 일하는 4만 4천명 근로자를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 벤젠과 1,3부타디엔, 염화비닐 등 발암물질이 기준치를 넘었습니다. 특히 건설근로자들은 혈액암, 구강암, 인두암 발생비가 높게 나왔답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대기환경보전법 일부개정법률안'에 국회 상임위 검토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있더군요.

'화학물질 배출량조사(2007년 기준) 결과 388종 유해대기오염물질의 연간 배출량(약 4만 8000톤) 중 약 66%가 굴뚝 외의 시설․공정 등에서 비산 배출되고 있음'

환경부와 국회가 하루라도 빨리 직접연소시설을 관리범위에 둘 충분한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태그:#여천NCC, #여수국가산업단지, #정전사고, #대기오염, #환경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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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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