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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등 조중동방송저지네트워크 참여단체들이 27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종편 미디어렙 의무 위탁을 촉구하고 있다.
 민언련 등 조중동방송저지네트워크 참여단체들이 27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종편 미디어렙 의무 위탁을 촉구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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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이 한나라당과 종편 뜻대로 미디어렙법을 야합 처리하려 한다."

민주통합당 의원총회가 한창이던 27일 오전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 참여연대, 진보연대 등 시민단체 대표들은 격앙돼 있었다. 여야가 종편(종합편성채널)의 미디어렙 의무 위탁을 2년 미루고 미디어렙 방송사업자 1인 지분을 40%까지 허용하기로 합의해 사실상 '조중동 방송'의 직접 광고영업을 허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종편 직접 영업 막아야" vs. "미디어렙법 연내 처리 우선"

결국 이날 의원총회에서 최민희 임시 최고위원과 일부 의원들이 재협상을 요구해 미디어렙법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지자 이번엔 언론현업단체에서 발끈했다. 언론노조와 언론개혁시민연대, 종교계, 지역방송 등은 다음날인 28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디어렙법 연내 처리를 촉구했다. 종편뿐 아니라 MBC, SBS 등 지상파방송까지 직접 광고 영업에 나서기로 한 상황에서 미디어렙 연내 처리가 무산되면 지역방송, 종교방송 등 군소 매체가 고사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이란 방송사가 신문사나 케이블방송처럼 직접 광고 영업에 나설 때 생길 폐단을 막으려고 마련된 장치다. 아울러 특정 방송사 광고 쏠림 현상을 막아 군소방송사 수입을 보장해주는 의미도 담겨있다. 여야가 3년 전 위헌 판결을 받은 '코바코(한국방송광고공사)' 독점 체제를 대체할 미디어렙법안 연내 처리를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언론운동진영은 이처럼 양분돼 있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25일과 26일 미디어렙법 6인 소위에서 결정한 여야 합의안을 놓고 언론시민사회 연석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엔 언론노조, 지역방송협의회, 종교방송협의회 등 언론현업단체와 민언련 등 시민단체가 참여했다.

이날 여야 합의안엔 ▲1공영 다민영 ▲MBC의 공영미디어렙 포함 ▲종편 미디어렙 의무위탁 2년 유예 ▲지주회사의 미디어렙 출자 금지 ▲방송사 1인 미디어렙 지분 한도 40% 허용▲중소방송 과거 5년간 평균 매출액 이상 연계판매 지원 ▲이종 매체 간 교차 판매(크로스미디어 판매) 금지 등이 담겼다.

SBS-MBC 자체 미디어렙 설립이 갈등 불씨

가장 큰 쟁점은 종편 미디어렙 의무 위탁을 2년 뒤로 미루고 방송사 지분을 40%까지 허용하는 안이다. 민언련은 이대로 법이 통과되면 사실상 종편 직접 광고영업과 각 방송사의 자사 미디어렙 설립을 보장해 편성·제작과 광고 분리라는 미디어렙 취지 자체를 흔든다며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 양보를 받아내기 어렵다면 미디어렙법 제정을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연기론도 제기했다.

반면 언론현업단체에선 내용이 흡족하진 않지만 '법률 공백'에 따른 폐단을 막으려면 미디어렙법 연내 처리는 불가피하며, 문제가 되는 부분은 나중에 개정하면 된다는 현실론을 들어 일단 수용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런 상황에서 SBS에 이어 MBC가 26일 정오 뉴스를 통해 자사 미디어렙 설립을 공식 선언한 게 불을 질렀다. 마침 27일 민주통합당 의총 결과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지자 언론노조에선 민언련 사무총장 출신인 최민희 임시 최고위원과 MBC 출신인 정동영 의원 등을 겨냥해 미디어렙법 연내 처리 무산은 MBC의 직접 광고 영업을 돕는 행태라며 인신공격성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봉합 노력 물거품... 한나라당-종편 특혜 저지 동력 약화

종합편성채널인 채널A(동아일보), TV조선(조선일보), jTBC(중앙일보), MBN(매일경제) 4사 공동 개국 축하행사가 열린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심상정 새진보통합연대 공동대표가 '언론노조 총파업 기자회견'에 참석해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조중동방송퇴출무한행동 등 언론·시민단체회원들과 함께 불법과 특혜로 개국하는 조중동 방송을 규탄하며 미디어렙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인 채널A(동아일보), TV조선(조선일보), jTBC(중앙일보), MBN(매일경제) 4사 공동 개국 축하행사가 열린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심상정 새진보통합연대 공동대표가 '언론노조 총파업 기자회견'에 참석해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조중동방송퇴출무한행동 등 언론·시민단체회원들과 함께 불법과 특혜로 개국하는 조중동 방송을 규탄하며 미디어렙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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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언론운동진영은 한나라당 미디어법 개정과 조중동매 종편 반대에 뜻을 같이하면서도 서로 이해관계가 달라 한 배를 타지 못했다. 종편 반대 운동이 언론노조와 언론연대 등이 주도하는 '조중동방송 퇴출 무한행동'과 민언련 등 445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조중동방송저지네트워크'로 양분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나마 지난 8월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이 취임한 뒤 민언련 등 시민단체 연대 활동을 강화하면서 갈라진 틈이 봉합되는 듯 했다. 미디어렙법안 연내 처리와 종편 미디어렙 의무 위탁 등에도 꾸준히 한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12월 초 개국한 종편의 영향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당장 SBS, MBC 등 지상파 방송사들 직접 광고 영업이 중소방송사에 더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오면서 다시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당장 위기에 직면한 군소매체 언론 노동자들 처지를 외면할 수 없는 언론노조로서 연내 처리를 양보하기 어렵다. 또 한나라당이 절대 다수인 현재 국회 지형에서 당장 종편 미디어렙 의무 위탁은 무리라는 '현실론'도 무시할 수 없다.     

반면 민언련 등 시민단체에선 연내 처리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종편 직접광고영업 차단'이란 기본 전제까지 허물 수는 없다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대신 지역 종교방송을 위한 '중소방송지원특별법'을 대안으로 내세웠지만 정작 중소방송들은 기금 마련과 정부 지원의 한계 등을 들어 시큰둥한 상황이다.

서로 '소탐대실'... 언론운동진영부터 한 목소리 내야

김유진 민언련 사무국장은 "권력 지형이 불리하다는 이유로 불합리한 법안을 받아들이면 나중에 개정을 요구할 명분이 사라진다"면서 "중소방송은 특별법으로 정당하게 지원하게 하고 MBC와 SBS 문제는 사회적 저항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장지호 언론노조 정책실장은 "4월 총선 이후 미디어렙법을 만들려면 현실적으로 19대 국회가 정상화되는 9월은 돼야 처리가 가능한데 그때까지 중소방송들이 버틸 수 있겠나"라면서 "미디어렙법 연내 처리가 무산돼 일단 종편, 지상파가 직접 광고영업에 나서고 크로스 미디어 광고 판매(신문-방송-케이블 광고 교차 판매)까지 이뤄지면 되돌리기 어려워진다"고 맞섰다.

양 진영은 서로 '소탐대실'이라며 상대방과 민주통합당을 압박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역시 언론운동진영 양대 축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 편을 들기가 쉽지 않다. 당장 여야에 미디어렙법 협상을 요구하기에 앞서 언론운동 양 진영의 전향적인 합의 노력이 아쉬운 대목이다. 결국 이런 상황을 가장 즐기고 있는 건 그들이 그토록 막으려는 현 정부와 한나라당, 조중동 종편이기 때문이다.


태그:#미디어렙, #언론노조, #민언련, #종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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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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