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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룡 의원을 제외한 MB 6인 회의 멤버. 왼쪽부터 박희태 국회의장, 이상득 국회의원, 이명박 대통령, 이재오 국회의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김덕룡 의원을 제외한 MB 6인 회의 멤버. 왼쪽부터 박희태 국회의장, 이상득 국회의원, 이명박 대통령, 이재오 국회의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 오마이뉴스·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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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선 직전까지 최대 이슈는 BBK 문제였다. 당시 패배가 확실시된 대통합민주신당은 이명박 후보의 당선 이후까지 감안해 'BBK특검법'을 내놨고, 대선을 사흘 앞둔 12월 16일 밤 이에 반발한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국회 본관에 난입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명박 후보는 이날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특검법을 수용했다. 고민하던 이 후보를 설득한 것은 이른바 '6인 회의'였다. 이 후보와 이상득 국회부의장, 최시중 전 한국갤럽 회장, 박희태·김덕룡 의원, 이재오 최고위원이 멤버였던 이 6인 회의는, BBK 특검법 수용뿐만 아니라 대선 관련 중요사항을 막후에서 결정한 MB 진영의 최고의사결정기구였다.

비공식기구에서 모든 중대사를 결정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2007년 11월초 공식적으로는 해체됐으나 실제 역할은 계속됐다.

2008년 말, 2009년 초 '개국 1등 공신'으로 거칠 것 없던 이들 6인의 현재 모습은 그야말로 '인생무상'이다. 그 맨 앞에 박희태 국회의장이 서 있다.

[박희태] '왕폭탄'으로... 국회의장으로는 두 번째 검찰수사 목전에

'돈 봉투' 파문 속에 해외순방 중인 박희태 국회의장이 지난 14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도착, 르메르디앙호텔의 한 식당을 향해 고개를 숙인 채 걷고 있다. 박 의장은 향후 거취와 심경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귀국해서 얘기하겠다"고만 답한 뒤 굳게 입을 다물었다.
 '돈 봉투' 파문 속에 해외순방 중인 박희태 국회의장이 지난 14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도착, 르메르디앙호텔의 한 식당을 향해 고개를 숙인 채 걷고 있다. 박 의장은 향후 거취와 심경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귀국해서 얘기하겠다"고만 답한 뒤 굳게 입을 다물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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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하반기 국회가 시작된 2010년 6월 그는 오랜 꿈인 국회의장 자리에 올랐다. 5선 의원으로 18대 총선에서 당선만 되면 국회의장이 될 것이 분명했지만, 안강민 공천심사위원장은 대표적인 민정계인 그를 공천에서 배제시켰다.

그러다 이재오 의원이 낙선하면서 다른 대안이 없던 친이계는 2008년 7월 친박(박근혜)과의 관계가 원만했던 그를 당 대표 후보로 추대했고, 정몽준 의원을 물리치면서 대표가 됐다. 그러나 공천도 못받은 '원외 대표'라는 한계가 뚜렷했다. 결국 내리 5선을 한 남해를 버리고 2009년 경남 양산 재보궐선거에서 승리 6선에 성공했고, 끝내 국가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이 됐다.

6인회의 다른 멤버들이 모두 '우울'한 상태에서 그나마 잘 나가던 박 의장도 결국 2008년 전당대회 '돈봉투' 문제로 발목이 잡혔다. 고명진 전 비서가 검찰조사를 받고 있고, 최측근인 조정만·이봉건 보좌관도 곧 검찰에 가야 한다.

'정치 9단',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명대변인 출신임을 자랑해온 그지만 지금은 오로지 "나는 모른다"는 말뿐이다. '폭탄주의 창시자'로 유명하지만 지금은 한나라당의 '왕폭탄'일 뿐이다.

1997년 4월 한보 비리 연루의혹을 받았던 김수한 국회의장은 의장공관에서 검찰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리를 받아 의장직을 지켰다. 국회의장으로서는 두 번째 검찰 조사 위기에 처한 그는 어떻게 될까.

[이상득] 보좌관 비리로 불출마 선언... '돈봉투'로 또 위기

'만사형통(萬事兄通)' '영일대군' 이상득 의원도 위기다. 2008년 총선 때는 정두언 의원 등 의원 55인의 불출마 요구도 이재오 의원의 지원으로 이겨냈지만, 4년 뒤 상황은 달라졌다.

"이상득 의원이 공천을 받으면 2012년 총선에서 수도권은 전멸한다"는 말이 공공연했음에도 7선의 꿈을 버리지 않았던 그는 측근 박배수 보좌관의 금품수수의혹 사건에 결정적으로 발목이 잡혔다. 코오롱에서 따라온 박 보좌관이 이국철 SLS그룹 회장으로부터 7억 원 등 10억 원이 넘는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이 돈은 이 의원의 의원실 직원 4명의 계좌를 통해 '세탁'된 사실도 드러났다. 또 검찰이 박씨의 차명계좌로 의심되는, 코오롱 그룹과 계열사 임원명의 계좌도 찾아냈다. 그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지난해 12월 11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지금은 탈당까지 요구받고 있다. MB 색깔을 완전히 지우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고승덕 돈봉투' 사건이 다시 그를 덮치고 있다. 2008년 7월 전당대회에서 '박희태 후보' 추대는 물론 캠프를 움직인 배후가 그였기 때문이다. 그는 유력한 선거자금원으로 꼽히고 있다.

[이재오] 불출마 압박에 '돈봉투'사건 측근 연루까지

안병용 한나라당 당협위원장(서울 은평갑)이 지난 13일 오후 은평구 응암동 지역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부인하며, "이번 논란은 특정세력의 이재오 의원 죽이기"라고 주장했다.
 안병용 한나라당 당협위원장(서울 은평갑)이 지난 13일 오후 은평구 응암동 지역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부인하며, "이번 논란은 특정세력의 이재오 의원 죽이기"라고 주장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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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 직전까지, 그는 명실공히 MB정부 2인자였다. 그러나 총선에서 떨어지면서 위상에 금이 갔다. 2010년 7월 재선거를 통해 국회에 재진입해 특임장관을 맡으며 재기하는 듯했으나, MB 정권의 추락으로 상황은 이미 달라져 있었다. 게다가 개헌 동력이 사그라진 정권 하반기에 '개헌 전도사'로 나서는 '똥볼'을 차고 말았다.

이상득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뒤 그가 집중 타깃이 됐다. 이상돈 비대위원이 공개적으로 그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고 당내 분위기도 비우호적이다. 그는 트위터에 "깜도 안 되는 것이 어디서 굴러와서 동네 시끄럽게 하는 거야"라고 반격하고 있으나 힘에 부치는 모양새다.

박희태 의장, 최시중 위원장과 함께 그도 '고승덕 돈봉투' 사건의 타깃이 됐다. 측근인 안병용 은평갑 당협위원장이 2008년 7월 전당대회에서 당협간부들에게 돈을 돌리라고 지시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됐기 때문이다. 사건 당시 미국에 체류 중이기는 했지만 이번 사건이 친이계 전체의 책임이라는 점에서 그 역시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올 4월 총선 당선 뒤 박근혜 위원장에 맞서는 친이계의 대선카드로 나서겠다는 구상이 출발부터 어그러질 수도 있다.

[최시중] '양아들' 문제로 위기.. '정연주 무죄'로 퇴진압박 가중

이상득 의원의 오랜 친구이자 대학 동기인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MB의 멘토'다. "종로 국회의원을 거쳐 서울시장을 하면 대권의 길이 열린다"고 MB를 이끌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상황은 이상득 의원과 '난형난제' 수준이다.

이 의원이 측근 보좌관 때문에 위기에 빠졌다면, 최 위원장은 '양아들'로 불린 정용욱 전 방통위 정책보좌역(해외 체류)이 고리다. 정씨가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에게 교육방송(EBS) 이사 선임 등 청탁 명목으로 뒷돈을 받았고, 차세대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 문제와 관련해 케이블업체로부터 수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 돈들은 결국 최 위원장을 보고 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정씨는 오는 25일 귀국해 검찰조사를 받기로 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한 대법원의 무죄 판결도 큰 압박요인이다. 정 전 사장을 KBS에서 쫓아낸 배후로 꼽히는 그는 이전에 정 전 사장이 무죄가 날 경우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13일 국회에서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거취를 표명하라고 하자 "정치적으로 인간적으로 죄송하다"고 사과는 했지만, "책임을 지겠다고 한 것이 거취 문제와 연결시킨 건 아니었다"고 피해갔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최 위원장이 정권 교체 이후 국회 청문회와 검찰수사의 최우선 대상이 될 것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이들에 비하면 김덕룡 민화협(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은 그나마 상황이 좋은 편이다. 현재로서는 모든 구설에서 비켜 서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부인이 공천 헌금을 받아 18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데 이어 이번 19대 총선에서의 공천 가능성도 극히 낮은 상태다. 사실상 정치적 영향력은 상실했다는 평가다.

[이명박] 국고로 아들 배 채웠다는 의혹받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와 대통령실이 공동으로 구입한 서울 서초구 내곡동 20-17번지 일대 저택의 입구.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를 위해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와 대통령실이 공동으로 구입한 서울 서초구 내곡동 20-17번지 일대 저택의 입구.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를 위해 매입했다고 밝혔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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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몰락의 한 가운데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있다. "첫 닭이 울기 전에 세 번 이상 MB를 부인하는 이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것도 이미 옛날 이야기다. 박근혜 위원장의 수중에 들어간 한나라당은 그의 색깔을 지우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고, 정두언, 정태근 의원 등 상당수 개국공신들도 그와 결별했다. 비리문제도 심각하다. 검찰과 언론이 정권을 견제하기는커녕 입 속의 혀처럼 놀아나면서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의 비리가 창궐하고 있다. 내곡동 사저 문제는 그 중 백미(?)가 될 만한 후보감이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와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공동명의로 부지를 구입하면서 시형씨가 내야 할 몫(일부)을 정부가 부담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청와대는 부인했으나 검찰은 그 부담액수가 6억 원인 것으로 파악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사실이라면 최고 권력자가 아들을 위해 국고를 유용한 유례없는 사건의 장본인이 되는 셈이다.

올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으로 정권이 넘어갈 경우 그 1등 공신이 MB가 될 것이라는 데는 별 다른 이견이 나오지 않는 상태다.


태그:#돈봉투, #6인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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