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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이목동 주민 20여명이 지난 20일 경기도청 앞에서 경기도지방토지수용위원회의 토지강제수용 결정을 항의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주민들은 대부분 노인들이다.
 수원시 이목동 주민 20여명이 지난 20일 경기도청 앞에서 경기도지방토지수용위원회의 토지강제수용 결정을 항의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주민들은 대부분 노인들이다.
ⓒ 이목지구주민공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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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 도시개발지구 주민과 시행사가 그동안 갈등을 빚은 토지보상 문제를 다시 협의키로 한 상황에서 경기도지방토지수용위원회(위원장 김문수 경기지사. 이하 경토위)가 토지강제수용 결정을 내려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주민은 "시행사와 주민이 토지 재감정을 통한 보상협의를 추진하고 있는 과정에서 경토위가 시행사 측에 토지를 강제수용토록 한 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며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경기도와 수원시, 이목지구개발주민공동대책위원회(주민공대위)에 따르면 경토위는 지난 6일 경기도청에서 회의를 열어 수원 이목지구단위계획 2, 3구역 개발사업 시행사인 대한토지신탁이 낸 공공부지 강제수용을 위한 재결(裁決) 신청 안을 처리했다.

전체 위원 9명 중 7명이 참석한 이날 경토위 회의에서 위원들은 시행사 측이 산정한 보상가격보다 약 5%를 증액해 전원 만장일치로 재결 처리했다. 이날 회의는 김문수 지사를 대신해 이아무개(변호사) 위원이 위원장을 맡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토위 결정은 민사재판의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 불복 수단은 이의신청·행정소송이 있다.

앞서 대한토지신탁은 이목동 노송지대 부근 322번지 일대 11만 3500여㎡ 부지에 아파트·도로·공원 등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도시계획시설인 도로·공원 등의 건립부지 확보를 위한 주민과 보상협의가 지연되자 지난해 8월 19일 경토위에 수용재결신청서를 냈다.

현행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은 도시계획시설부지 등 공공용지 확보를 위해 토지소유주와 보상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 사업시행자는 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용재결을 거치면 강제토지수용이 가능하도록돼 있다.  

대한토지신탁이 아파트·도로·공원 등 민간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수원 이목동 노송지대 부근 일대. 사진 속 큰 도로를 중심으로 왼쪽은 '수원 장안 현대 힐스테이트' 아파트 단지이며, 오른쪽 건물 주변 일부가 도시계획시설 부지로 수용될 계획이다.
 대한토지신탁이 아파트·도로·공원 등 민간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수원 이목동 노송지대 부근 일대. 사진 속 큰 도로를 중심으로 왼쪽은 '수원 장안 현대 힐스테이트' 아파트 단지이며, 오른쪽 건물 주변 일부가 도시계획시설 부지로 수용될 계획이다.
ⓒ 김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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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토지신탁이 민간도시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수원 이목지구 노송지대 부근 일대. 노란색 우진지전 건물 앞쪽 일대 토지가 도시계획시설 부지로 수용된다.
 대한토지신탁이 민간도시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수원 이목지구 노송지대 부근 일대. 노란색 우진지전 건물 앞쪽 일대 토지가 도시계획시설 부지로 수용된다.
ⓒ 김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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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은 지난해 11월 시행사와 수용토지 재감정에 합의하고, 자율적인 보상협의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토위가 토지강제수용을 결정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주민은 이의신청과 함께 행정소송 등을 통해 대응할 방침이다.

최문태(57) 주민공대위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24일 시행사와 토지 강제수용절차를 중단하고 토지와 장애물에 대한 재감정을 시행해 보상협의를 다시 하기로 합의했다"면서 "이에 따라 경토위에 수용재결 절차 진행을 중단해 줄 것을 수차례 요청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그러나 경토위는 주민공대위의 요청을 완전히 무시하고 주민의 사유재산에 대해 강제수용 결정을 내렸다"면서 "주민의 목숨과도 같은 땅을 헐값에 강제로 수용하려고 한다면 목숨을 걸고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선 행정소송부터 낸 뒤 다른 대응방안들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또 "경토위는 수용재결 심의 때 주민대표를 출석시켜 진술할 기회를 주겠다고 공문으로 약속해 놓고 한마디 말도 없이 약속을 깼다"면서 "준사법기관이 이렇게 무책임하면 어떻게 권위가 서겠느냐"고 일침을 놓았다.

지난해 9월 21일 경토위 위원장 명의로 주민공대위에 보내온 공문을 보면 "경토위 수용재결신청 심의 시 토지보상법 제58조 규정에 따라 대책위 대표가 출석해 의견서 제출과 진술할 기회를 부여하겠다"면서 "이에 대해 준비를 하기 바란다"고 적혀있다.

이에 대해 경토위 업무를 맡고있는 경기도 지역정책과 관계자는 "토지보상 문제로 도시계획시설 공사가 계속 지연되고 있어 조속한 공사 진행을 위해 경토위에서 강제수용 재결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경토위에서 그동안 주민공대위가 제출한 서류들이 있다며 거부해 수용재결 심의 때 주민대표를 출석시키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9월 21일 경토위 위원장 명의로 주민공대위에 보내온 공문. 공문에는 “경토위 수용재결신청 심의 시 토지보상법 제58조 규정에 따라 대책위 대표가 출석해 의견서 제출과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겠다”면서 “이에 대한 준비를 하기 바란다”고 적혀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해 9월 21일 경토위 위원장 명의로 주민공대위에 보내온 공문. 공문에는 “경토위 수용재결신청 심의 시 토지보상법 제58조 규정에 따라 대책위 대표가 출석해 의견서 제출과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겠다”면서 “이에 대한 준비를 하기 바란다”고 적혀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 김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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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토지보상 문제의 핵심 쟁점인 도시계획시설구역 토지 재감정결과 애초 1차 감정 때보다 높게 평가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시행사와 주민의 합의에 따라 선정된 2곳의 감정평가업체가 지난달 재감정한 결과로, 주민의 주장이 힘을 얻게 됐다.

실제로 일부 주민을 통해 감정가를 확인한 결과 A씨의 토지는 3.3㎡당 1차 감정에서 650만 원, 2차 감정 때는 730만 원으로 80만 원이 높게 평가됐다. 또 3차례 감정을 시행한 공원조성구역의 B씨 토지는 3.3㎡당 1차 574만 원에서 2차 610만 원, 3차 693만 원으로 평가됐다. B씨는 1차 감정가와 3차 감정가는 무려 119만 원이나 차이가 났다.

최 위원장은 "이번 재감정결과는 시행사의 1차 감정에서 수용지역 토지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음이 확인된 것"이라며 "따라서 시행사가 재감정결과를 토대로 보상가격을 다시 산정하면 만족하지는 않지만, 보상협의에 응할 수 있다"고 협상의 여지를 남겨놓았다.  

주민은 그동안 "시행사 측이 근처 아파트 건축부지는 3.3㎡당 최고 1800만 원대에 협의매수를 해놓고 도시계획시설구역에 편입된 수용토지 보상가격은 정상 시가의 절반 수준인 400~600만 원대로 낮게 산정했다"며 보상협의를 거부하고 재감정을 요구해왔다.

이 때문에 현대건설이 시공한 '수원 장안 힐스테이트'(927세대) 아파트 외에 도시계획시설 공사는 부지확보 실패로 답보상태에 빠졌다. 시행사는 도로·공원 등 도시계획시설을 건립해 수원시에 기부채납조건으로 지난 2009년 10월 아파트건설사업 승인을 받았다. 

대한토지신탁의 도시계획시설 수용 대상 토지는 전체 사업부지 11만 3500㎡ 가운데 아파트 건설부지 5만 1500여㎡와 국유지를 뺀 사유지 약 3만여㎡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공대위는 이들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주민은 70여 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목동에 친정을 두고 있는 박아무개(45·여)씨는 "부모님께서 이곳에서 30년 넘게 살아오셨는데, 집과 토지를 강제로 수용당하면 어디로 모셔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현재의 토지보상금으로는 어디 가서 집 하나 장만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걱정했다.

토지수용 지역에는 현재 2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대부분 70~80대 고령자들이고, 60% 정도는 원주민들이다. 한 주민은 "이목동이 집성촌인 홍씨, 장씨 등은 조상 대대로 이곳에서 살아왔고, 외지에서 온 주민도 보통 30~40년 이상 거주했다"면서 "이들이 삶의 터전을 공익사업에 내놓고 떠나야 하는 처지를 배려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그:#경기도토지수용위원회, #토지강제수용, #이목지구, #도시계획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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