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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사 입구에서 바라본 대웅전
 동국사 입구에서 바라본 대웅전
ⓒ 조종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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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36년)를 거치며 전국에 세워진 일본식 사찰 500여 개 가운데 유일하게 문화유산으로 보존되고 있는 전북 군산의 동국사(東國寺)에서 '치욕의 36년, 일제강점기 역사 유물전'이 5월 23일(수)~6월 22일(금)까지 한 달 동안 개최된다.

석탄일(5월 28일)을 맞아 준비한 전시회는 조선총독부 발행 금강사(현 동국사) 창립 인가 서류(24매)를 비롯하여 조선사찰 31본산 사진첩(앨범 23X30), 세계 제2차대전 말 조동종(曹洞宗) 사찰에서 참배를 강요했던 황금 도금 전사자 위패 등 일제강점기 희귀자료 100여 점이 전시된다.

일제가 일으킨 만주사변(1931)과 중일전쟁(1937), 그리고 태평양전쟁(1941~1945) 때 동국사 주지 스님들은 총독부의 명을 받아 만주 일본군 부대로 위문과 격려 연설을 하러 다녔다는데, 당시 관련 사진과 서류들도 선보일 예정이어서 관심을 끈다.

동국사(국가등록문화제 64호)는 1909년 6월 일본 조동종 승려 우찌다(선응불관) 스님이 군산 외국인 거주지 1조통에 금강선사(금강사)라는 포교소를 개창하고, 1913년 현 위치로 옮겨 대웅전과 요사를 신축하였다. 해방(1945) 후 김남곡 스님(1913~1983)이 동국사로 개명하고 1970년 대한불교 조계종 24교구 선운사에 등록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일본 정부 첨병노릇 참회합니다!"

성불사 주지 종걸 스님(동국사 지원 모임 한국회장)은 "일본에서 자발적으로 결성된 '동국사 지원 모임' 회장으로 활동하는 아오모리현 운상사 주지 이치노헤 쇼고(一戶彰晃) 스님이 사비를 들여 수집한 일제강점기 한국 관련 자료들을 기증받아 전시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일제의 ‘남경대학살’을 축하하며 거리를 행진하는 군산 거주 일인들
 일제의 ‘남경대학살’을 축하하며 거리를 행진하는 군산 거주 일인들
ⓒ 종걸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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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노헤 스님은 중국 남경대학살(1937년 12월∼1938년 1월) 관련 참회 서적 <조동종의 전쟁> 저자이며, 올해(2012) 9월에는 일본 조동종(曹洞宗)이 한국에서 저지른 패악을 골자로 하는 <조동종은 한국에서 무엇을 했나?>를 출간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종걸 스님은 "이치노헤 스님은 '일본 조동종은 정부의 하수인이자 첨병 노릇을 했고, 이에 대해 승려 입장에서 '삼보전'에 깊이 참회하고 있으며,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유물들을 군산 동국사에 영구 전시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종걸 스님은 "일제강점기 유물을 고맙게 받아 모으면서도 볼수록 화가 치밀어 혼자 보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특히 군산시 오룡동 거주 한 일본인이 본국으로 보낸 엽서에서 '조선 물고기는 거지 같은 멍청이라 잘도 낚인다'는 내용은 수치와 모욕감을 함께 느꼈다"고 전했다.

종걸 스님은 "이치노헤 스님은 관련 유물을 계속 보내줄 것을 약속했다"면서 "기증받은 사진, 서적, 서류 등 150여 점 가운데 100여 점을 선정해서 전시할 예정이니 바쁘시더라도 한 번쯤 찾아주시고, 자료가 필요한 분에게는 성의껏 제공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동국사 주지 종명 스님은 "전시회를 부처님의 마음으로 관람해주시고, 다시는 이 땅에서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게 다짐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라고 말했다.

주요 전시 유물

(1) 1912년 만들어진 명치 천황의 업적을 기린 대형그림 족자.
(2) 일본 조동종의 한국 관장 고계(高階)의 친필 족자와 친필 서각 작품.
(3) 동국사 3대 주지 일본인 승려 아사노(淺野哲禪) 스님 친필 서예작품 및 저서와 사진.
(4) 동국사를 창건한 우치다(內田佛觀) 스님 사진과 잡지 기고문.
(5) 동국사 전신 금강사(錦江寺) 당시의 전투기 <조동종호> 헌금 납부자 명부.
(6) 조선총독부가 조선어 말살을 위해 보급한 소학교, 보통학교 교과서 66권 전질
(7) 조선인들의 만주 이민을 독려하기 위한 <이주안내> 책자
(8) 기타 실물 엽서 및 전주·군산 사진과 지도, 조선총독부 불교관계 서류 등.
(9) 일본군 제20사단에 배치되었던 조동종 군승 사진.
(10) 1938년 조선인 최초 강제징용자 훈련소 입소 사진(현재 육군사관학교 자리)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군산 동국사, #일제강점기, #유물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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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후광김대중 마을'(다움카페)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정치와 언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올리는 글이 따뜻한 사회가 조성되는 데 미력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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