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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1일 프놈펜 지방법원 101호 법정의 모습. 수감중인 여성들이 재판이 속개되기를 기다리고 있고, 국과수 법의학팀 김형중 박사(가운데)가 재판에 앞서 재판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점검하고 있다.
 지난 7월 11일 프놈펜 지방법원 101호 법정의 모습. 수감중인 여성들이 재판이 속개되기를 기다리고 있고, 국과수 법의학팀 김형중 박사(가운데)가 재판에 앞서 재판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점검하고 있다.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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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한국인 정아무개씨 사망 사건과 연루돼 캄보디아 교도소에 구속 수감중인 한국인 여성 두 명의 최후진술 공개 재판이 지난 11일 오전 8시 30분경 프놈펜 지방법원 101호 법정에서 속개되었다.

이날 재판에서는 처음 사건 현장을 목격한 아파트 관리인을 비롯해 검안 담당 경찰들이 나란히 증인으로 나서 사건 전말과 조사 내용 등에 대해 1시간 넘게 재판관과 검사측의 질문에 답변했다.

뒤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팀의 김형중 박사가 법정에 섰다. 변호인측 증인으로 나온 김 박사는 지난 3월 6일에 이어 두 번째로 캄보디아를 방문했다. 김 박사는 자살과 타살의 일반적 차이점을 미리 준비해 온 프로젝터 자료 화면을 통해 상세히 설명해 이번 사건이 타살이 아닌 단순 자살 사건이라고 말했다.

"타살 직후 나타나는 신체변화 현상 없었다"

김 박사는 타살 직후 흔히 나타나는 좁쌀 크기의 붉은 반점이 안구나 눈 속, 구강과 같은 점액질 피부에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목이 졸려 살해당했을 때 얼굴과 다른 신체 부위의 피부색이 달라지는 일반적인 신체 변화 현상 역시 없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이 정씨가 살해되었다는 증거로 내세운 일자형으로 된 목 부위 전기줄 자국 역시 전기줄의 압박이 아닌 피부근육에 원래부터 있던 주름자국을 경찰이 오인 추정한 것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자살에 사용된 전기줄 자국이 목 부위를 중심으로 U자형으로 나 있다며 근거사진을 보여줬다.

그 외에도 전면 목부위 전기줄 자국이 비스듬한 이유에 대해서는 자살자가 어떠한 자세로 자살했느냐에 따라 그 형태가 달라질 수 있으며, 정씨의 목에 난 흔적 역시 구부정한 자세에서 목을 맬 경우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일반적 현상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정씨가 자살했다는 정황적 증거로 시신에 상처나 피멍 등이 없다는 점도 예로 들었다. 타살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전기줄 자국이 목 전체 둘레에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90kg에 가까운 거구의 남자가, 더욱이 체구가 작은 두 여성들에 의해 강제로 목이 조였다고 가정했을 때 발목이나 손목 등에 저항한 흔적이나 멍자국 등이 발생하는 것이 매우 통상적인데, 두 여성의 신체는 물론 정씨의 몸에서 그러한 흔적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며, 이는 정모씨가 사건 당일 "우발적 충동에 의해 저지른 명백한 자살"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김 박사는 목을 맨 정씨를 살리려고 애썼다는 두 여성의 공통된 진술과 달리, 정씨를 살해한 후 자살로 위장하기 위해 공모, 살해 직후 방에 있던 전기줄을 가위로 일부로 잘라 거짓 알리바이를 꾸몄다는 현지 검찰측 조사결과 역시도 진실과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 증거로 90kg 가량의 체중이 실린 상태에서 늘어난 상태의 전기줄을 잘랐을 때와 정상적인 상태에서 잘랐을 때 잘려진 전기줄 단면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직접 비교사진을 통해 증명해 보였다.

실제로 경찰에서 증거로 제시한 사진속 현장에서 발견된 전기줄은 무게의 압박 때문에 육안으로도 쉽게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전선을 감싼 내피가 인장력의 미세한 차이로 외피밖으로 돌출되어 있는 상태였다.

이러한 국과수 한국법의학팀의 과학적 수사를 기초로 한 증거제시와 논리적 반박이 연이어 이어지자, 담당검사는 물론 증인으로 나와 법정에서 이를 지켜보던 현지경찰들과 사건관계자들도 한국법의학팀의 첨단수사기법에 놀라움과 함께 당황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국인 여성들이 수감되어 있는 프놈펜 쁘레이 소 여자교도소 전경.
 한국인 여성들이 수감되어 있는 프놈펜 쁘레이 소 여자교도소 전경.
ⓒ 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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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여성들, 한결같이 억울함 호소

피의자 김모씨는 최후 진술을 통해 1년이 넘는 긴 수감생활로 치아까지 빠진 상태에서 힘없는 목소리로 "본인 역시 이번 사건의 더 큰 피해자"임을 거듭 강조했고, 조모씨 역시 "만약 내가 사람을 죽였다면 도망부터 갈 생각을 하지, 왜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전신 마사지까지 하며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겠냐"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자신의 억울함을 법정에 호소했다.

이날 재판정에는 한인회 박광복 회장과 조성일 수석부회장 등 한인회 임원들이 오전 내내 진행된 재판과정을 지켜보았다.

박광복 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정평이 나 있는 대한민국 과학수사팀이 해외에서 발생한 교민사건에까지 증인으로 참석, 억울한 피해자를 살리기 위해 적극 해명에 나섰다는 사실에 대해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한다"며 외교통상부와 국가과학수사연구소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두 한국인 여성에 대한 1심 최종판결은 오는 26일(목) 같은 법정에서 날 예정이다.

캄보디아 검찰측이 현지 언론을 통해 본 사건이 명백한 살인사건임을 여러 차례 주장한 만큼 만약 1심에서 무죄로 판정날 경우 검찰측이 항소를 할지 여부도 귀추가 주목된다.

사건 개요
지난해 6월 7일 오전 6시 15분께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시내의 한 아파트에서 한국인 정아무개씨(43)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 프놈펜 경찰은 시신에 난 상처 등에 의거해 사건 당시 이 아파트에 정씨와 같이 있었던 두 여성이 정씨를 목졸라 숨지게 한 것으로 보고 이들을 체포했다.

경찰 조서에 따르면, 숨진 정씨의 가슴에는 손톱자국이 있으며, 두 눈과 입술에는 피멍이 들어 있고, 두 여성의 손바닥과 손목에는 전깃줄을 묶었던 자국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여성의 주장은 다르다.

새벽에 술에 취한 상태로 자신들의 아파트에 찾아온 정씨와 김아무개(36) 여성 사이에 약간의 말다툼이 있었으나, 김씨가 밖에 나왔다 다시 들어가보니 정씨가 화장실 안에서 목에 전깃줄이 감긴 채 쓰러져 있더라는 것이다. 즉, 정씨는 타살이 아니라 자살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정씨의 심장이 뛰고 있었으나 경찰이 서류 작업을 해야 한다며 병원 이송을 지체해 정씨가 숨졌다고 주장했다. 또 숨진 정씨가 당시 가지고 있던 현금 3000불을 경찰이 빼돌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의 가족은 또한 조씨가 사건 당시 한국에 있는 어머니와 휴대폰으로 통화중이었다는 사실을 진술했음에도 경찰 조서에는 기록돼있지 않고, 범행 증거로 지목되고 있는 손목의 상처 또한 한국에 있을 때부터 있던 것이라며 경찰 수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더욱이 경찰 조사와는 달리 정작 시체검안서에는 가슴의 손톱자국이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필수적인 사체 부검을 하지않고 나흘 만에 화장해 버린 것도 문제다.

이 사건과 연루된 김씨와 조씨 등 두 여성은 프놈펜 시내의 한국인 가라오케에서 매니저 일을 하고 있었으며 숨진 정씨는 현지에서 중고자동차매매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여성들은 열악한 환경의 현지 교도소에서 언제 받을지 모르는 재판을 장장 9개월간 기다린 끝에 지난 2월 28일에야 프놈펜 지방법원에서 첫 번째 재판을 받았다.

덧붙이는 글 | 재외동포신문에 중복게재할 예정임



태그:#캄보디아, #박정연, #한인회 사무국장, #살인사건, #한인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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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캄보디아 뉴스 편집인 겸 재외동포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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