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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시 사봉면 '반성천'모습입니다. 농로가 물에 잠겨 건너갈 수가 없었습니다. 교통차단 문구가 선명합니다.
 경남 진주시 사봉면 '반성천'모습입니다. 농로가 물에 잠겨 건너갈 수가 없었습니다. 교통차단 문구가 선명합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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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장롱 면허' 16년째입니다. 당연히 무사고입니다. 문제는 바깥 나들이를 갈 때와 아내가 급한 볼 일이 있을 때는 어김없이 제가 운전을 해야 합니다. 어제(18일) 아내가 경남 진주시 사봉면과 일반성면에 할 일 있어 따라 나섰습니다. 반성천을 지나는 데 물이 가득입니다. 반성천에는 '잠수교'처럼 낮은 다리가 있습니다. 동네에서 들녘으로 가려면 반드시 잠수교같은 다리를 건너야 합니다. 그런데 잠겼습니다. '교통차단'이라는 큼직한 글귀와 '통행금지'라는 작은 글귀가 이곳은 지나갈 수 없다는 무언의 압박처럼 보였습니다.

"물이 한 강이예요."
"이곳은 생각보다 비가 많이 내렸네요."
"다리를 건너지 못하면 안 되는 데 어떻게해요."
"어쩔 수 없지. 전화하세요."

경남 진주시 사봉면 '반성천'모습입니다. 농로가 물에 잠겨 건너갈 수가 없었습니다.
 경남 진주시 사봉면 '반성천'모습입니다. 농로가 물에 잠겨 건너갈 수가 없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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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물은 시간이 지나면 빠집니다. 반성천 옆 대추나무를 심었는 데 대추나무가 완전히 물어 잠겼던 것 같습니다. 대추나무가 흙탕물을 뒤집어 쓴 모습입니다. 대추는 아예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나무와 잎사귀에 흙이 묻으면 숨을 쉬지 못합니다. 결국 말라 죽습니다. 물로 어떻게 이 많은 대추나무를 씻을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흙탕물을 뒤집어 쓰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깨끗하게 씻으려면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들 것입니다. 농민들은 이래저래 힘듭니다.

"대추나무가 흙탕물을 뒤집어 쓴 것 좀 보세요."
"큰 일이예요."
"대춧알이 하나도 안 보여요. 다 떨어져 버린 것 같아요."
"온통 흙인데 대추가 붙어 있어도 살아남겠어요."

"아마 다 떨어질거예요."

반성천 옆 대추나무입니다. 대추나무가 완전히 물어 잠겼던 것 같습니다. 대추나무가 흘탕물을 뒤집어 쓴 모습입니다. 대추알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반성천 옆 대추나무입니다. 대추나무가 완전히 물어 잠겼던 것 같습니다. 대추나무가 흘탕물을 뒤집어 쓴 모습입니다. 대추알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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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는 넘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이곳은 벼도 넘어졌습니다. 물이 넘쳐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넘어진 벼를 일으켜 세웠지만 한 번 넘어진 벼는 수확량이 뚝 떨어집니다. 아예 세우지 않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유는 세울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사서 세워도 되지만 인건비가 더 많습니다. 그러니 나이드신 분들은 아예 포기해버립니다. 농약값과 비료값, 인건비, 농기계 사용료 등을 따지면 손에 쥐는 것은 쥐꼬리만큼입니다.

"벼라도 넘어지지 않으면 조금이라도 낫는데, 이곳은 넘어졌네요."
"세운다고 고생했겠어요."
"넘어진 벼 세우는 일 보통 힘든 일이 아니예요. 어떤 분들은 아예 포기하는 분도 있어요."
"이렇게 힘들게 농사짓는 것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은 모를게예요."
"알면 농업을 이렇게 둘까."


진주시 사봉면 한 마을에는 벼가 넘어졌습니다. 겨우 일으켜세웠지만 수확량은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진주시 사봉면 한 마을에는 벼가 넘어졌습니다. 겨우 일으켜세웠지만 수확량은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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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은 아니지만 마음이 아팠습니다. 형님과 동생이 농사를 짓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돌봤는데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되어버렸습니다. 하늘을 탓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정말 농사를 지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농사는 하늘이 짓는 것입니다. 농부는 그저 만날 만날 가서 돌보는 일 밖에 없습니다.

점심 때가 되어 반성을 갔습니다. 그런데 눈에 번쩍 띄는 것이 있었습니다. 방앗간이었습니다. 아직도 방앗간이 방아를 찧는지 궁금하고 신기했습니다. 하지만 먼지만 자욱했습니다.

경남 진주시 일반성면에 있는 방앗간 모습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 옛날 이 방앗간도 쉴새 없이 돌아갔을 것입니다.
 경남 진주시 일반성면에 있는 방앗간 모습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 옛날 이 방앗간도 쉴새 없이 돌아갔을 것입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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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앗간이예요!"
"와 신기하다. 아직도 방아을 찧나?"
"어릴 적에 방앗간에서 방아 찧는 모습이 얼마나 신기했는지 몰라요? 당신도 방아 찧는 모습 봤어요?"
"그럼요. 봤어요."

요즘은 시골에서도 집마다 방아 찧는 기계가 있습니다. 집집마다 집에서 방아를 찧으니 방앗간이 사라질 수밖에 없지요. 방앗간은 있는데 방아 찧는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방아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은 우리 농촌이 점점 쇠락해가고 있다는 작은 방증입니다. 어릴 적 들었던 방앗 찧는 소리 한 번쯤 들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참새도 방앗간이 그리울 것입니다.

경남 진주시 일반성면에 있는 방앗간 모습입니다. 지붕 모습이 쇠락한 방앗간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남 진주시 일반성면에 있는 방앗간 모습입니다. 지붕 모습이 쇠락한 방앗간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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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태풍산바, #방앗간, #반성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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