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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co.kr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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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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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속한 단체 사무실에는 일하는 사람도 많고, 업무도 여러 부서로 나눠어 있기 때문에 여러 전화번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회원들과 시민에게 공개된 대표번호가 있고, 부서별로 혹은 프로그램별로 외부에 공개된 전화번호도 있습니다.

반대로 실무자들이 외부로 전화를 걸 때 주로 사용하는 전화도 있는데, 이런 용도의 전화는 번호를 일부러 외부에 공개하지 않습니다. 요즘이야 번호를 공개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발신번호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번호를 기억해두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튼 외부에 공개된 번호처럼 걸려오는 전화가 많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 기억은 할 수 없지만, 주로 외부로 전화를 걸 때 사용하는 비공개 전화번호로 '프로그램 문의'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여러 사람이 일하는 사무실이기 때문에 처음엔 누군가 전화번호 안내를 잘못해 줬나 보다 하고 예사로 생각하였습니다만,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이 번호로 걸려오는 '문의' 전화가 점점 더 많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포털에서 공개를 원치 않는 전화번호를 대표전화로 공개(안내)하는 바람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은 날도 있고, 업무처리에 방해를 받은 날도 적지 않았습니다. 한 마디로 정신적 피해가 컸다는 뜻입니다.

OO 포털 검색 등록서비스에 수정 요청을 하라는 안내 메일
 OO 포털 검색 등록서비스에 수정 요청을 하라는 안내 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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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전화번호, 포털 지도검색에는 대표번호로 공개

그래서 급한 일이 잔뜩 밀려 걸려오는 전화를 받기 싫은 바쁜 어느 날 또 다시 비공개 번호로 '프로그램 문의' 전화가 걸려 왔길래 전화 하신 분에게 조심스레 물어보았습니다.

"죄송하지만 지금 거신 전화번호 어떻게 아셨어요? 저희가 이 번호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는데..."
"아, 예 이 전화번호 OO포털 지도 검색에서 OOOO 단체로 검색하면 대표번호로 나오는데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아 그러세요. OO포털 지도 검색에서 보셨다구요. 예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바쁜 일이 밀려있었지만, OO 포털 지도 검색을 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한국통신 전화번호부나 114 안내에도 등록하지 않는 비공개 전화번호가 대표번호로 떡하니 나와 있었습니다.

참으로 어이가 없더군요. 그런데 더 어이가 없는 것은 OO 포털에 이걸 고쳐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참 복잡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통신전화번호부나 114 안내의 경우 전화 한 통만 하면 이런 정도는 수정할 수 있을텐데, OO 포털 경우 복잡한 양식을 작성하여 고객센터에 보내야 하더군요. 번거롭긴 하지만 원하지 않는 때에, 원하지 않는 전화에 시달리고 싶지 않아서 고객센터에 수정 요청을 작성하여 보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제가 외근을 나간 사이에 OO 포털 고객센터에서 전화를 하였던 모양입니다. 수정 요청을 했던 전화번호로 전화를 한 후에 수정 요청을 했던 제가 제리에 없으니 휴대전화로 전화를 하지 않고 'OO 포털 검색 등록' 페이지에 가서 '관리 권한 신청'을 한 후에 전화번호 변경을 신청하라고 메일을 보냈더군요.

딸랑 전화 한 통하고서, 서류 보내고 서면으로 신청하라 책임 떠넘겨

OO 포털의 복잡한 전화번호 변경 신청 절차
 OO 포털의 복잡한 전화번호 변경 신청 절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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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OO 포털에 가서 관리권한 변경 신청을 하는 것이 번거롭기도 하고, '사업자 등록증' 같은 서류를 도 보내라고 하는 것도 마뜩치 않았는데, 수정 심사에 7일이 걸린다는 친절한(?) 안내까지 포함된 길고 복잡한 내용의 메일이었습니다.

화가 났지만 화를 낼 대상이 없어서 결국 다시 한 번 'OO 포털 고객센터'에 다시 메일을 보냈습니다. "우리가 요청하지도 않은 번호 안내를 OO 포털일방적으로 하면서 이런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서 대표번호를 바꾸는 것이 부당하니, 담당자가 다시 전화를 걸어 달라"고 구하였습니다.

OO 포털 고객센터에서 딸랑 전화 한 통 걸어보고 통화 안 된다고 이렇게 복잡하고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의하였습니다. 그랬더니 다음날 OO 포털 고객센터에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고, 요청한대로 대표번호를 변경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화가 났던 것은 포털은 허락도 없이 남의 전화번호를 마음대로 안내해도 되는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한국통신 전화번호부나 114안내의 경우 가입자의 신청 혹은 허락을 받아서 전화번호를 안내하는데, OO 포털 같은 인터넷 포털의 경우 어떤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고 비공개 전화번호를 대표전화로 안내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OO 포털, 114안내 정보 그대로 했다...책임없다 발뺌

허락도 받지 않고 원하지 않는 대표 전화번호로  안내 해놓고, 수정 요청했더니 사업자등록증 보내라 요구
 허락도 받지 않고 원하지 않는 대표 전화번호로 안내 해놓고, 수정 요청했더니 사업자등록증 보내라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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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전화번호가 대표번호로 공개된 경위를 확인하기 위하여 OO 포털측에 추가로 확인을 하였습니다. 고객센터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저희단체 비공개 전화번호가 대표번호로 안내되고 있는지 경위를 확인해 달라"는 민원을 접수하였습니다.

다음날 담당 상담원이 다시 전화를 걸어와 모두 세 차례에 걸쳐서 통화를 하였는데, 첫 번째 통화에서는 등록일자와 과정만 알려주더군요.

"고객님, 확인해보니 2011년 11월 24일부터 저희 회사 자체적으로 유용한 정보로 판단해서 등록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회사가 어떤 경로를 통해서 저희단체 전화번호를 수집하여 등록하였는지 알려달라고 했더니 말을 얼버무리면서 다시 확인해보고 연락해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주말을 보내고 다시 상담원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고객님 회사 내부에서 확인해봤더니 114 등록 정보를 그대로 등록했다고 합니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 반영되었는지는 정확히 확인이 되지 않습니다."

상담원의 답이 납득이 되지 않아서 도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서 114 등록정보를 OO포털에서 등록하여 안내하고 있는지 확인해달라고 다시 요구하였습니다. 이틀 후에 다시 통화가 이루어졌습니다.

"고객님 요청하신 민원을 확인하였는데, 저희 회사와 114쪽이 계약을 맺어 114 등록정보를 넘겨받아 받은 대로 등록을 하였다고 합니다. 따라서 100번으로 전화하셔서 KT쪽에 비공개 번호가 대표번호로 공개된 경위를 확인하셔야 합니다."

OO 포털 상담원의 대답을 요약하면 "114 안내 등록정보를 그대로 받아서 회사 자체적으로 유익한 정보라고 판단하여 공개하였기 때문에 책임은 114안내쪽에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114 안내를 확인해보니 OO 포털의 이런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지금 현재도 114안내에는 OO 포털에서 대표번호로 안내했던 전화번호가 아닌 전혀 다른 번호인 070으로 시작되는 번호가 대표번호로 안내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114 안내 측에 책임을 따지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나 OO 포털 고객센터 상담원과의 통화로는 더 이상 자세한 상황을 확인할 수가 없었습니다. 인터넷을 확인해보면 지금도 114안내는 다른 번호를 대표번호로 안내하고 있다고 따져도 114안내에 나온 대로 등록했다는 답변만 되풀이하였기 때문입니다.

저희 단체 대표번호 변경에 무슨 큰 이해관계가 걸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OO 포털 측에서 고의로 이런 일을 벌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OO 포털 내부 업무처리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이 분명한 것 같은데 인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한편 OO 포털의 경우 전화번호 변경 절차를 까다롭게 해놓은 것도 문제입니다. 아마 콜센터를 운영하는 비용을 절약하기 위한 방편이겠지만, 남의 전화번호와 주소를 수집해갈 때는 허락도 받지 않고 가져가서 버젓이 인터넷에 공개(OO 포털은 안내라고 생각하겠지만) 해 놓고, 수정과 삭제 요구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도록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저희 단체 주소와 전화번호를 공개해서 OO 포털이 직접 수익을 얻는 것은 없겠지만, 넓게 보면 결국 OO 포털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이런 사소한 정보들을 한꺼번에 모아서 서비스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OO 포털은 공짜로 수집한 정보를 모아서 돈을 벌고 있는 셈이지요.

아무튼 허락이나 확인 없이 마음대로 전화번호를 공개(안내)하는 것도 문제지만, 원하지 않는 전화번호를 마음대로 안내해놓고, 수정요청을 까다롭게 만들어놓은 것은 그야말로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OO 포털에 책임을 묻고 싶은데 뭐 좋은 방법 없을까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포털, #개인정보, #전화번호,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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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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