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사랑일까>의 포스터

<우리도 사랑일까>의 포스터 ⓒ (주)티캐스트

영원한 사랑은 없다. 33세의 감독이 그걸 알아버렸다. 사랑은 결국 설레고 익숙해지는 과정의 반복이다. 그 감정이 한명에게 머물지 않는 것은 관계의 흐름이 지속되지 않는 까닭이다. 사라 폴리 감독은 <우리도 사랑일까>를 통해 그 과정의 성찰을 담았다.

결혼 5년 차인 마고(미숼 윌리암스)가 그림을 잘 그리고 팔 근육이 근사한 대니얼(루크 커비)을 만난 것은 여행 중이다. 비행기에서 다시 만난 그가 '건들건들한 비호감'이 아닌 다정한 남자라는 사실에 훅 끌리고 만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가 앞집 남자였으며,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마고역시 유부녀임을 안 둘은 대놓고 실망한다.

등을 보이며 요리에 열중하는 남편 루 (세스 로건)는 열정이 식은 재밌는 남편이다. "네 콩팥을 고기 분쇄기에 갈아버리고 싶을 만큼 사랑해"라는 엽기적 표현도 서슴지 않고 샤워하는 마고 몰래 '찬물 끼얹기' 같은 장기적인 장난도 친다.

인력거를 끌며 생활하는 앞집 총각 대니얼은 자신의 예술가적 기질을 세상에 드러내진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거기다 잘생기고 다정하며 팔 근육이 근사한 남자였고, 마고의 주위를 맴돌고 있다. 흔들려선 안 되는 이유 125가지쯤을 속으로 되뇌이는 마고. 그럼에도 시선이 가는 자신을 다잡으려 요리하는 남편의 등짝을 안고 은밀한 유혹을 해보지만 번번이 외면당한다.

"가족인데 무슨 얘기가 필요해"... 소통의 부재가 만든 결핍

 새로운 사랑에 강하게 끌리는 마고

새로운 사랑에 강하게 끌리는 마고 ⓒ (주)티캐스트


그보다 더한 것은, 사랑한다는 말이 전부인 대화의 단절이다. '가족인데 어떻게 잠을 자느냐'는 우스갯소리가 남편들에게 유행했던 시설처럼 영화 속 루는 '가족인데 무슨 얘기가 필요하냐'고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편들은 일관성이 있다.

소통의 부재는 마고의 마음에 커다란 결핍을 만들고 그 공간을 메울 사람은 대니얼이라는 사실을 그가 떠난 후에 깨닫는다. 앞집 총각 대니얼과 정분을 나눌 몇 번의 기회를 마다했고, 30년 후에나 만나자 스스로 말했지만, 결국 그를 향해 달린다.

영화의 거의 막바지에 시작하는 대니얼과 마고의 사랑은 짜릿하다. 새롭게 불타오르는 사랑으로 빛나는 시간을 보내는 마고. 머리카락이 서도록 미친 듯이 행복하지만 그 설렘도 오래가지 못한다. 새로운 사랑도 결국 익숙한 일상이 되고, 그러면서 생기는 빈 공간을 다 채우지 못한다.

<우리도 사랑일까>는 남편을 버리고 다른 남자를 쫓아 떠나는 마고의 이야기다. 이 영화가 뻔하지 않은 이유는 분명하다. 남편을 떠나는 마고의 심리를 이해하고 인정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낸다. 감정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그럴 수 있겠다' 싶은 것들이 있는 것처럼. 더불어 자신이 그토록 원하는 걸 얻게 된 후에야 깨닫는 인생의 성찰을 담고 있다. 

"새 것도 언젠가는 헌 것이 된다"... 영원히 설레는 사랑이 있을까?

 새로운 사랑도 다르지 않음을 깨달아가는 마고

새로운 사랑도 다르지 않음을 깨달아가는 마고 ⓒ (주)티캐스트


이제 두 번째 영화를 만든 사라 폴리 감독의 연출력은 뛰어나다. 남편에 대한 죄책감과 새로운 남자 대니얼에 대한 절절함으로 휩싸인 심리묘사는 섬세하고 디테일해서 보는 이로 하여금 마고의 선택을 받아들일 여유를 만든다.

<블루 발렌타인>으로 이미 사랑이 식은 후의 잔인함을 구체적으로 보여준 미쉘 윌리암스. 그는 이번 작품으로 사랑에 통달하는 여자의 정점을 찍는다. 세로 두 줄의 트레이닝복으로 옆집 대문을 열고 나올 것 같이 자연스럽고 특별했다. 첫눈에 딱 반할 예쁜 얼굴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의 연기를 5분만 지켜보면 눈이나 입언저리 어깨 너머에서 퍼지는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새 것도 언젠가는 헌 것이 된다"는 대사를 알몸의 샤워 신으로 연기한 할머니들과 알코올 중독 시누가 너도 별반 다르지 않다며 던진 "인생엔 당연히 빈틈이 있기 마련이야, 그걸 미친 사람처럼 일일이 다 메울 순 없어"라는 이 두 마디는 이 영화를 한층 더 엄숙하고 깊이 있게 만든다.

판타지는 길가는 개에게나 줘버린 이 영화는 아쉽고 간절한 새로운 사랑역시 다르지 않음을 가장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생각해 본다, 많은 영화나 드라마가 진작부터 날 것 그대로를 알려줬다면 현실은 어쩌면 덜 아팠을지도 모른다고.

사람들은 지금 옆에 있는 사람보다 더 많이 끌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오랫동안 갈망했던 무언가를 손에 쥔 순간, 또 다른 매력적인 것이 우리에게 다가오곤 한다"는 사라 폴리 감독의 말처럼.

하지만 설렘이 익숙함으로 익숙함은 권태로 변하는 과정의 반복이 있을 뿐이다. 사랑을 하며 사는 건 그걸 인정하고 깨닫는 과정이라고 33살 감독은 전하고 있다.

사라 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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