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는 살인범이다>에서 형사 최형구 역의 배우 정재영이 1일 오후 서울 신문로2가의 한 카페에서 미소짓고 있다.

영화<나는 살인범이다>에서 형사 최형구 역의 배우 정재영이 1일 오후 서울 신문로2가의 한 카페에서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영화계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커플, 배우 정재영과 장진 감독을 두고 도는 말이다. 정재영의 배우 데뷔가 바로 장진 감독의 <허탕>(1995)이었다. 그들은 작품에서 뿐만이 아니라 학창시절부터 알아오면서 실생활에서도 말 그대로 동고동락하는 사이로 지내왔다.

장진 감독의 <허탕>이 새삼 무대에 올랐던 2012년, 두 사람은 자기의 위치에서 묵묵히 도약 중이었다. 정재영이 꾸준함으로 작품을 해오고 있었고, 장진 감독은 케이블 프로 연출까지 맡아 활발히 활동 중이었다. 

<내가 살인범이다>로 만났지만 두 사람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시작은 <킬러들의 수다> 속편이었다. 장진 감독이 준비하고 있다는 바로 그 영화다. 애초에 <킬러들의 수다>에 출연했던 신현준, 신하균, 원빈, 정재영이 다시 뭉칠 수 있을지 여부도 내심 회자가 됐던 상황이었다. 장진 감독 이야기가 나오니 정재영은 < SNL코리아 >로 우선 화답했다.

"안 그래도 < SNL 코리아 >에 출연해달라고 얘기가 있었어요. 근데 여건이 안 돼서 못나갔죠. 제가 또 그런 데 나가는 걸 안 좋아하니까(웃음). 재주가 있는 사람이 나가야지. 술자리에서 수다 이런 건 잘하는데 거기 나가면 노래, 춤, 뭐 여러 가지 다 보여야 하잖아요.

그리고 <킬러들의 수다2>요? 몇 년이면 몰라도 그 영화 나온 지 10년이 넘어가는데 제가 또 출연하면 위험하죠. 장진 감독이 지금도 준비하고 있지만 영화라는 게 오래 걸리잖아요. 지금 <트랜스포머3>가 세상에 나오는 마당인데 <킬러들의 수다>도 지금 시대에 맞게 잘 만들어야죠. 이전 영화에 대한 향수로서 2탄을 하기엔 위험성도 있고요. 감독님 시나리오에 달려있죠."

 영화<나는 살인범이다>에서 형사 최형구 역의 배우 정재영이 1일 오후 서울 신문로2가의 한 카페에서 인상짙은 눈빛을 보여주며 미소짓고 있다.

영화<나는 살인범이다>에서 형사 최형구 역의 배우 정재영이 1일 오후 서울 신문로2가의 한 카페에서 인상짙은 눈빛을 보여주며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예능은 재능이 없어...드라마? 작품이 안 들어온다는 게 문제

예능 프로 출연은 애초에 큰 뜻이 없단다. 사석에서의 정재영은 충분히 유쾌하고 매력적이나 멍석이 깔리고 다른 연예인들과 뒤섞여 유머를 뽐내기엔 스스로 멋쩍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단다.

드라마라면 얘기가 좀 다르다. 그간 연극과 영화에서 정재영의 연기력은 공인된 상태. 호흡이 빠르지만 동시에 시청자들의 보다 빠른 반응을 만끽할 수 있는 드라마 출연은 정재영에게 분명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어 보였다.

"특별히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아예 고려대상이 아니었다는 거죠. 물론 겁나는 부분도 있어요. 근데 제가 하겠다 안하겠다가 문제가 아니라 작품이 안 들어오는 게 문제지(웃음). 어떤 작품이 들어오려나? 의학 드라마? 에이, 그건 전문용어가 너무 많잖아요(웃음). 

정장을 입는 역할도 어색하고. 안 어울리거든요. 집에 양복이 없다시피 해요. 결혼식 때 맞춘 게 있고, 한 두 벌 있나? 상갓집이나 극장 무대인사 때만 양복을 입지 누구 결혼식 때도 안 입어요. 이게 체질인 거 같아요. 어렸을 때 막연하게 난 회사에 취직 못하겠다는 생각도 했죠. 양복을 입기 싫어하니까. 근데 누가 취직을 시켜준대요? (웃음) 헛생각이지! 하여튼 지금 연기를 안 하고 회사에 다녔어도 양복은 안 입었을 거 같아요."  

 영화<나는 살인범이다>에서 형사 최형구 역의 배우 정재영이 1일 오후 서울 신문로2가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나는 살인범이다>에서 형사 최형구 역의 배우 정재영이 1일 오후 서울 신문로2가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악역만 하기는 별로, 시대가 원하는 사람이 좋은 캐릭터다

정재영은 그간 공식석상에서 제대로 된 악역을 해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아왔다. 그때마다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지만 분명 정재영이 해내는 악역은 또 다른 느낌일 게 분명해보였다. 허나 그는 악역만 하는 건 별로라며 분명한 생각을 전했다.

"악한 면이든 선한 면이든 결국 양면성이에요. 입체적 인물이죠. 평면적인 인물엔 관객이 잘 안 끌리잖아요. <핸콕>은 기발하죠. <아이언맨>은 엄청 현실적이고요. 이에 비해 <슈퍼맨>은 올드한 거죠. 영웅은 무조건 선하다는 생각에서 <아이언맨>은 굉장히 개성적이었어요. 한참 까불다가 마지막에 반성하며 자신을 드러내 보내잖아요.

이건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에요. 물론 지금의 흐름이 있다가 다시 평면적이며 강한 캐릭터가 인기를 끌겠죠. 결국 캐릭터 자체보단 시대가 어떤 사람을 원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거 같아요. 요즘 시대엔 권위가 있는 사람보단 직책에 비해 권위가 없는 사람, 악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선함이 있는 사람이 더 인기래요. 좋고 나쁨의 구별이 그렇게 바뀌어 가는 거죠."

<내가 살인범이다>로 올 겨울 초반을 뛰게 생겼지만 정재영의 차기작 역시 올 겨울에 들어간다. 영화 <방황하는 칼날>에 전격 캐스팅됐기 때문이다. 올 겨울 역시 정재영, 집에 가만히 앉아 있기엔 그른 거 같다.

 영화<나는 살인범이다>에서 형사 최형구 역의 배우 정재영이 1일 오후 서울 신문로2가의 한 카페에서 강렬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나는 살인범이다>에서 형사 최형구 역의 배우 정재영이 1일 오후 서울 신문로2가의 한 카페에서 강렬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정재영 내가 살인범이다 박시후 장진 원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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