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SBS특별기획 <청담동 앨리스> 제작발표회에서 지앤의류 신입디자이너 한세경 역의 배우 문근영과 아르테미스 코리아 회장 차승조 역의 배우 박시후가 다정한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SBS특별기획 <청담동 앨리스> 제작발표회에서 지앤의류 신입디자이너 한세경 역의 배우 문근영과 아르테미스 코리아 회장 차승조 역의 배우 박시후가 다정한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가수 싸이를 국제적인 스타로 만들어 놓은 건 '강남스타일'이라는 한 곡이었다. 소위 '잘 나가는 곳'인 강남 지역에선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여자, 밤이 오면 심장이 뜨거워지는 여자'들과 '점잖아 보이지만 놀 땐 노는 사나이, 근육보다 사상이 울퉁불퉁한 사나이'들이 모여 논다는 것이 주요 내용인 노래다.

하지만 또 다른 강남 지역, '청담동'은 이야기가 다르다. 당장이라도 명품을 휘감은 격조 높은 남녀들이 옆을 스쳐갈 것만 같은 곳이라는 인상이 크고, 유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SBS 새 특별기획 <청담동 앨리스>(극본 김지운·김진희 연출 조수원)는 청담동을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신비한 나라로 비유했다. 김지운 작가는 "'풍요로운 시대에 왜 우리가 박탈감을 느끼는가'하는 의문에서 시작했다"며 "가져도 불행하고 못 가져도 불행하다면, 행복하기 위해서 어떤 가치를 갖고 기회를 모색해야 하는지를 담고 싶다"고 전했다.

27일 SBS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는 <청담동 앨리스>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미리 만나볼 수 있었다. 화려한 세계를 동경하는 의류회사 신입 디자이너 한세경(문근영 분)과 여자의 속물근성을 혐오하는 세계적인 명품유통회사 사장 차승조(박시후 분)의 첫 만남이 그려졌고, 학창시절 한세경과 숙적이었던 서윤주(소이현 분)가 잘 나가는 청담동 며느리가 되어 한세경 위에 군림하는 모습이 담겼다.

박시후 "망가짐은 이제 시작일 뿐! 찌질함 나온다"

 27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SBS특별기획 <청담동 앨리스> 제작발표회에서 지앤의류 신입디자이너 한세경 역의 배우 문근영이 디자이너 타미홍 역의 배우 김지석과 아르테미스 코리아 회장 차승조 역의 배우 박시후의 팔짱을 끼고 있다. 왼쪽은 지앤의류 사모님 서윤주 역의 배우 소이현.

27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SBS특별기획 <청담동 앨리스> 제작발표회에서 지앤의류 신입디자이너 한세경 역의 배우 문근영이 디자이너 타미홍 역의 배우 김지석과 아르테미스 코리아 회장 차승조 역의 배우 박시후의 팔짱을 끼고 있다. 왼쪽은 지앤의류 사모님 서윤주 역의 배우 소이현. ⓒ 이정민


 27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SBS특별기획 <청담동 앨리스> 제작발표회에서 지앤의류 신입디자이너 한세경 역의 배우 문근영의 팔짱을 두 남자배우가 껴달라고 부탁하는 사회자의 말에 소이현, 김지석, 문근영, 박시후가 웃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SBS특별기획 <청담동 앨리스> 제작발표회에서 지앤의류 신입디자이너 한세경 역의 배우 문근영의 팔짱을 두 남자배우가 껴달라고 부탁하는 사회자의 말에 소이현, 김지석, 문근영, 박시후가 웃고 있다. ⓒ 이정민


그러나 드라마는 이 과정을 한 편의 칙릿 소설(20·30대 여성들의 일과 사랑을 다룬 대중적인 내용의 소설)처럼 유쾌하게 그렸다. 한세경이 청담동 길거리에서 양 손을 쭉 뻗으며 "나도 잘 나가는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외치는 장면이나, 서윤주에게 과거의 앙갚음을 하려는 듯한 차승조가 자신이 내뱉었던 멋진 말을 녹음해 들으며 양 주먹을 불끈 쥐고 '깨방정'을 떠는 장면은 폭소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를 위해선 배우들의 '망가짐'이 필수일 터. 특히 박시후는 그간 비극적인 사랑을 나누는 조선시대 로미오(<공주의 남자>), 꽃미남 살인범(<내가 살인범이다>)으로서 보여줬던 지점을 뛰어넘으며 로맨스물과 코믹물을 넘나드는 활약을 펼쳤다. 이를 두고 그는 "지금까지 내가 했던 모든 캐릭터의 총집합에 망가지는 모습이 더해졌다"며 "감정의 스펙트럼이 넓고, 마냥 멋있기만 한 캐릭터가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약간 찌질한 모습이 많이 나올 것 같아요. 평소와는 다르게요. (웃음) 농담이고요. 제가 오래 사귀었던 친구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모습들이 캐릭터에 묻어있는 것 같아서 연기하면서 재미있어요. (캐릭터의 모습을) 제 모습에서 찾으려고 하는 편이라, 그런 면이 자연스럽게 카메라에 담기지 않을까 싶어요. 노출신도 있을 것 같은데 제가 아직 준비가 덜 됐어요. 컨디션을 봐서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박시후)

 27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SBS특별기획 <청담동 앨리스> 제작발표회에서 지앤의류 사모님 서윤주 역의 배우 소이현이 손을 들어 인사하며 미소짓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SBS특별기획 <청담동 앨리스> 제작발표회에서 지앤의류 사모님 서윤주 역의 배우 소이현이 손을 들어 인사하며 미소짓고 있다. ⓒ 이정민


그간 도회적인 역할을 주로 연기해 왔던 소이현 역시 자신의 외연을 좀 더 확장했다. 일면 어느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그렇고 그런 '악역'으로 보일 법한 서윤주가 극이 전개되면서 좀 더 다양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 소이현은 "윤주가 처음부터 잘 사는, 원래 '청담동'인 친구는 아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가끔은 깨는 부분도 있고, 고고한 척 하지만 뒤에 가면 풀어지는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청담동 며느리' 룩을 완성하기 위해 촬영 현장에서 겪는 고충도 있다. 소이현은 "하이라이트 영상에 나왔던 다이아몬드 세트도 진짜 1억 9천만 원 짜리고, 입고 나오는 원피스도 5~6백만 원을 호가한다"며 "그 친구들을 모시고 촬영하느라 너무 피곤하다. 밥도 그냥 먹으러 가면 안 되고, 차에도 그냥 들어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덕분에 FD와 스타일리스트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소이현은 "항상 하얀 면장갑을 끼고 다루고, (의상과 장신구 때문에) 나는 되게 찬밥이다"라며 "고가의 옷만 취급하자니 좀 불편하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문근영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욕망 깨닫고 변화하는 모습 그리고파"

하지만 <청담동 앨리스>의 미덕은 '청담동'이라는 세계와 그 속의 인물들을 유쾌하게 그리되, 결코 가볍지는 않게 주의했다는 점에 있다. "행복해지기 위해 어떤 가치를 가져야 하는지를 담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드라마는 반짝이는 환상 속의 현실을 다룬다.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핵심적인 인물은 청담동을 탐험하는 '앨리스', 바로 한세경이다.

이를 연기하는 문근영은 "(인물이) 그 목적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는 게 이전 드라마의 캔디형 캐릭터와 다른 것 같다"며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을 우연히 만나 '이런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라는 식으로 사랑에 빠지는 게 아니라, 여자가 '나도 멋지고 당당하게 잘 살거야'라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27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SBS특별기획 <청담동 앨리스> 제작발표회에서 지앤의류 신입디자이너 한세경 역의 배우 문근영이 미소를 짓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SBS특별기획 <청담동 앨리스> 제작발표회에서 지앤의류 신입디자이너 한세경 역의 배우 문근영이 미소를 짓고 있다. ⓒ 이정민


패기 넘치는 신입 디자이너 한세경을 이 같은 '청담동 며느리' 지원자로 바꾸는 계기 또한 드라마에서 확실히 설명된다. 구질구질한 현실에 남자친구(남궁민 분)와도 이별하고, 유학파가 아니라는 탓에 일에서도 제외된다. 설상가상 자신이 항상 노력으로 이겨 왔던 서윤주는 신분 상승을 이뤘다. "내가 후진 게 아니라 내가 걸치고 있는 것들이 후져서 센스 없어 보이는 게 아니냐"는 한세경의 일갈은 겉모습 때문에 판단 받는 자신의 처지를 뼈저리게 느끼고, 변화를 꿈꾸게 하는 결정적 한 마디가 된다.

문근영은 "이전까지 세경은 '노력해서 무언가를 이루어내겠다'고 믿고 살아가는 친구였다"며 "하지만 어떤 계기로 변화하는 시점이 있고, 마음속에 숨겨져 있던 욕망을 드러내게 된다는 부분에서 공감이 된다"고 말했다. 과장되거나 허황된 욕심만이 한세경의 모든 것은 아니라는 것. 이어 그는 "누구나 욕망이나 부러움, 질투를 갖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선입견 때문이 이를 숨기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자랑스럽게 드러내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런 솔직한 부분을 깨닫는 것을 잘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든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하지만 드라마는 다시 한 번 한세경에게 진정한 사랑과 행복의 의미를 깨닫게 해 줄 것이다. 이를 두고 소이현은 "'남자를 잘 잡아 팔자를 고쳐보자'는 여자들의 모습과 '그런 여자는 만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는 남자들의 모습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사랑을 해야 할 지 가르쳐주는 드라마"라고 강조했다. 배우들이 "청담동도 그저 평범한 동네"라고 입을 모아 말한 것처럼, 그곳도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세계라는 의미다. 드라마는 오는 12월 1일 오후 9시 50분에 첫 방송된다. 

 27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SBS특별기획 <청담동 앨리스> 제작발표회에서 조수원PD, 김진희 작가, 김지운 작가, 아르테미스 코리아 회장 차승조 역의 배우 박시후, 지앤의류 신입디자이너 한세경 역의 배우 문근영, 지앤의류 사모님 서윤주 역의 배우 소이현, 디자이너 타미홍 역의 배우 김지석이 마무리 인사를 하며 웃고 있다.

27일 오후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SBS특별기획 <청담동 앨리스> 제작발표회에서 조수원PD, 김진희 작가, 김지운 작가, 아르테미스 코리아 회장 차승조 역의 배우 박시후, 지앤의류 신입디자이너 한세경 역의 배우 문근영, 지앤의류 사모님 서윤주 역의 배우 소이현, 디자이너 타미홍 역의 배우 김지석이 마무리 인사를 하며 웃고 있다. ⓒ 이정민



청담동 앨리스 문근영 박시후 소이현 김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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