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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월 농사를 준비하면서 찍어두었던 사진
▲ 화재로 소실되기 전의 우리집 작년 2월 농사를 준비하면서 찍어두었던 사진
ⓒ 박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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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불이 나서 공들여 지은 집이 절반이나 타버렸다. 무일(기자의 호)은 물론이고 연로하신 부모님도 엄청난 충격을 받으셨다. 게다가 목조주택이라고 화재보험도 들어주지 않아서 그 손실이 몽땅 실현되고 말았다.

화재의 원인은 보일러의 연통이 과열 때문이라고 했다. 처음 집을 지을 때 화목보일러가 화재 위험이 있다고 해서 대기업이면서 오랫동안 보일러를 만든 회사의 보일러(기름·화목 겸용)를 설치했다.

이 보일러에는 1억 원 짜리 화재보험이 가입되어 있어서 보일러로 인한 화재 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화재 원인이 보일러의 폭발이나 과열이 아니면 보일러회사에서는 보상을 해 주지 않는다고 했다. 참으로 억울하고 답답한 일이었지만, 연통 과열에 의한 화재는 보일러 회사의 책임이 아니라고 했다. 판례를 찾아 보지는 않았지만, 담당 직원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아서 더 이상 알아보지 않았다.

화재보험도 참 묘했다. 집을 지은 지 7년이 되는 동안 서울에서 근무하면서 여러 보험회사에 화재보험 가입을 문의했었는데, 모두 보험가입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런데, 화재가 나서 소방서로 경찰서로 보일러 회사로 돌아다니면서 여기저기 물어 보았더니 목조주택이라도 화재보험은 들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시골에 사는 사람들의 경우 농협에서 공제회 형태로 주택 화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다.

만일 화재보험에 가입했었더라면, 화재로 인한 재산 손실 중 상당 부분을 보상받아서 집수리에도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분들은 지금 즉시 가입하실 것을 권유한다. 화재가 나서 재산 피해를 보기는 했지만,
천만다행인 것은 아무도 다친 사람이 없고, 다른 분들에게도 전혀 손실을 끼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픈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집수리를 위해 여러 목수들을 만나 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3월 2일 2개월 동안 고민해 온 집수리의 첫발인 집수리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우리집을 지어주셨던 장목수님이 마침 목조주택학교를 연다고 하기에 우리집을 실습장 겸 교육장으로 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한 것이 문제를 푸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번 집 수리 결정이 어려웠던 이유는 ▲무일과 함께 집을 고치고 ▲무일에게 기술을 전수해 달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와서 감독하는 것도 모자라 집 짓는 기술까지 빼앗아 가겠다고 하니 좋아할 목수가 누가 있겠는가? 서너 명의 목수들을 만나 보았지만 한결같이 난색을 표했다.

무일의 입장에서 본다면, 농사를 통해 많은 수익을 내지 못하는 농부의 입장에서 수 천 만 원이 드는 집수리를 손놓고 앉아서 지켜만 보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까다로운 조건을 내놓았던 것이다.

남자들은 누구나 자기가 살 집이나 가구를 스스로 만들고 싶어한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목수의 길을 가지 않는 사람들이 집을 짓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비록 화재가 나서 커다란 재산 손실을 입었고, 농사철인데도 농사를 지을 수 없어서 안타깝지만, 내 손으로 내 집을 짓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데 대해 무한한 기쁨을 느낀다.

앞으로 집 짓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단련되지 않은 몸으로 노동을 해야 하고, 예산을 아끼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충돌할 것이기 때문이다. 양보한다는 자세로 끊임없이 토론을 해 가면서 서로가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해 나가도록 것이다.

마음을 잘 가라 앉히고, 오직 우리집을 살린다는 기쁜 마음으로, 새로운 일을 배운다는 즐거움으로 시작하자. 좋은 일에는 희생이 따르는 법이다. 3월 17일에 열리는 제2서해안 고속도로 개통 기념 자전거 대회를 시작으로 해서 자전거 전국 일주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집짓기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바람에 아무래도 계획을 수정해야겠다.

집을 완공하고 집들이가 끝나면 시작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무일농원, #무일, #집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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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없이 살아도 나태하지 않는다. 무일입니다. 과학을 공부하고, 시도 쓰며, 몸을 쓰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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