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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영씨는 올해 60세로, 두 손자를 둔 할아버지다. 올해 말경 실전에 나가게 해주겠다는 박슬기 관장의 말처럼 꾸준히 실전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 할아버지 파이터 김희영씨는 올해 60세로, 두 손자를 둔 할아버지다. 올해 말경 실전에 나가게 해주겠다는 박슬기 관장의 말처럼 꾸준히 실전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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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0세인 김희영씨. 5세 된 손자 등이 있으니 그는 분명 '할아버지'가 맞다. 그런 그가 무슨 이유로 이종격투기(무에타이)에 도전하는 걸까.

"첨엔 안 받아 줄까봐 걱정했는데..."

지난 22일 경기도 안성의 설봉무에타이 체육관을 찾았다. 한눈에 그를 알아봤다. 관원들 중 월등하게 나이든 사람이었으니까. 관원들이래야 초등학생부터 10~30대가 대부분이었다. 바로 인사를 건넸다. 얼마나 쑥스러워하던지 기자가 다 쑥스러웠다.

김씨는 올해 1월에 정년퇴임을 하고, 놀기 싫어서 체육관을 알아봤다고 했다. 처음엔 태권도장을 알아봤지만 마땅치 않았다. 어디로 갈까 생각하다가 평소 보아둔 무에타이 체육관에 들어갔다. 입구에서 무척 망설였다. 나이가 많다고 받아주지 않으면 어떡하나 싶어서 말이다.

뜻밖에 체육관에선 대환영이었다. 지나고 나서 알게 된 일이지만, 체육관에선 운동하겠다는 누구라도 말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속마음은 '한 달 버텨 내시겠나'였다는 것.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는 젊은이들도 따라 하기 힘든 강도 높은 훈련 스케줄을 소화해내며 다섯 달을 이어왔다. 젊은이들은 이 훈련이 힘들다고 1~2개월 안에 도중 하차한다고 했다.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훈련을 해왔다는 것만도 대단한 거라고 박슬기 관장은 말했다.

스파링에서 박슬기 관장을 상대로 미드킥을 날리는 김희영 할아버지. 이것이 무에타이를 배운 지 5개월 된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앞으로 체력과 기술을 보강해 올 말경엔 실전에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박슬기 관장이 말했다.
▲ 미드 킥 스파링에서 박슬기 관장을 상대로 미드킥을 날리는 김희영 할아버지. 이것이 무에타이를 배운 지 5개월 된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앞으로 체력과 기술을 보강해 올 말경엔 실전에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박슬기 관장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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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영씨도 처음엔 자기 힘으로 철봉 매달리기조차 못하는 체력이었다. 복근운동도 처음엔 10개도 겨우 했지만, 지금은 100개도 거뜬히 해낸다고 했다. 철봉 매달리기 실력을 뽐내 듯 기자 앞에서 철봉운동을 하는 그를 보며 흐뭇한 웃음이 나왔다.

"노인일수록 격투기를 해야 해"

이런 그의 행보에 대한 주위의 반응은 그야 물론 뜨거웠다, 그것도 비판하는 쪽으로. 친구들은 말했다.

"이런 미친놈. 곧 환갑도 다 된 나이에 무슨 짓이냐. 몸 생각도 해라."

지금은 친구들 반응이 180도 달라졌다. "자네니까 해내지.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 혀"라고. 왜 반응이 달라졌을까. 자신들은 여전히 무릎이 아프다고 주사를 맞으러 다니는 데 반해, 김 할아버지는 무릎이 튼튼해지고 허리도 좋아진 걸 보았기 때문이다. 그랬다. 처음엔 무릎이 좋지 않아 체육관을 찾았는데... 병원 대신 체육관을 찾은 그의 선택이 탁월했다고나 할까.

김 할아버지는 여기에서 멈출 수 없다고 했다. 체육관에 노인반을 개설할 것을 건의하겠다고 했다. 어느 정도 자신이 해보고 감이 오면 친구들에게 권유해서 같이 하자고 할 계획이다.

왼쪽부터 한영진 관장, 김희영 할아버지, 박슬기 관장. 여기는 공동 관장제라 관장이 두 명이다. 이 두 관장은 김희영 할아버지가 포기하지 않고 훈련 스케줄을 따라 온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했다.
▲ 관장들과 함께 왼쪽부터 한영진 관장, 김희영 할아버지, 박슬기 관장. 여기는 공동 관장제라 관장이 두 명이다. 이 두 관장은 김희영 할아버지가 포기하지 않고 훈련 스케줄을 따라 온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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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우리 이야기를 듣던 박 관장은 노인반 개설을 쾌히 승낙했다. "그거라면 우리 체육관도 좋죠"라면서. 노인반이 개설되면 어르신들 체력에 맞는 훈련시스템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김 할아버지의 도전이 새로운 역사의 계기가 될 듯도 싶다. '격투기 노인반 개설'이란 새로운 역사 말이다.

김 할아버지는 자신이 해보니 알겠다며 "나이가 들수록 이런 운동을 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관장은 "노인이라고 노인끼리 게이트볼 등을 하는 것보다 젊은이들과 함께 격한 운동을 하게 되면 심신 모두에 도전을 받아 젊어진다"고 했다.

"올 연말에 실전에 나가도 될 듯"

처음엔 무슨 운동인지 모르고 시작했다는 김 할아버지. 태권도 비슷한 운동이려니 했단다. 처음 두 달 동안엔 주야장천 체력단련(복근운동, 줄넘기 등)만 했으니 말이다. 두 달이 지나고 무에타이가 격투기라는 걸 알았다고. 그것도 자신이 15년 전에 본 태국 영화<옹박>과 같은 무술이라는 것을. 태국의 자존심을 위해 싸운 옹박의 정신이 독립운동 정신과도 관련 있어 보여 더 매력에 빠졌다고 했다. 체력단련뿐만 아니라 정신수양까지 되는 운동이니 말이다.

평생 직장생활 하면서 간단한 산책조차 하지 않았다는 그. 가장으로서, 직장인으로서 살다보니 짬이 나지 않았다고 했다. 이제야 자신의 노후를 위해 건강보강에 나선 것.

김 할아버지는 실전에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젊은이들과 한판 승부를 겨뤄보고 싶다고 했다. 젊은이들의 파워가 얼마나 대단한지 겪어보고 싶다고. 육순의 나이에도 아직 그는 사나이 기질이 살아 있었다.

사나이들은 안다. 어린 시절, "야! 너 쟤하고 싸우면 이기냐"가 무슨 뜻인지를. 이런 느낌을 아직도 그는 간직하고 있었다. 그는 발차기가 멋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미드킥(발로 허리 부분을 가격하는 킥)'이 그렇게 멋있어 보인단다.

그는 손자를 둔 할아버지다. 정년퇴임 후 운동을 해서 무릎을 고쳐보려는 게 무에타이에 입문한 계기였다고 했다. 이젠 소극적인 이유에서 적극적인 이유(격투기 실전 참가)로 이유가 바뀌었다.
▲ 할아버지의 미소 그는 손자를 둔 할아버지다. 정년퇴임 후 운동을 해서 무릎을 고쳐보려는 게 무에타이에 입문한 계기였다고 했다. 이젠 소극적인 이유에서 적극적인 이유(격투기 실전 참가)로 이유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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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관장은 "이 정도면 올해 연말쯤 실전을 잡아보겠다"며 약속을 했다. 당장 이번 주 금요일엔 연습경기를 치르겠다고 했다. 인터뷰 한 번 잘하는 바람에 김 할아버지의 꿈이 성큼 다가왔다. 이런 그가 이 운동에 도전하게 된 평소 소신을 말해줬다.

"하고자 하는 사람은 방법을 찾지만, 하지 않고자 하는 사람은 핑계를 찾는다."


태그:#격투기, #무에타이, #김희영, #격투기 할아버지,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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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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