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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적 <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든 우파의 탄생>의 표지.
 서적 <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든 우파의 탄생>의 표지.
ⓒ 어마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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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든 우파의 탄생>은 미국의 우파, 정확하게는 공화당과 그 주변의 세력이 걸어온 행보를 분석한 책이다.

레이건 대통령 이후의 미국 우파가 보여준 모습들을 되짚은 저자 토마스 프랭크는 자신의 또 다른 저서들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어떻게 실패한 우파가 승자가 되었나>를 통해 미국의 정치지형을 꿰뚫어본 바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미국의 우파가 어떤 전략으로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하고 집권에 성공했는지, 정권을 손에 넣은 뒤 어떻게 운영하였는가를 추적했다. 그 결과물로 발굴된 이야기들은 가히 충격적이다.

왜냐하면, 집권을 위한 그들의 전략이 바로 '정부를 파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든 우파의 탄생>의 원제는 'The Wrecking crew'이다. '난파선원'이라는 뜻인데, 저자가 설명하는 미국의 우파가 자신들이 타고 있는 배인 '미국 정부'를 난파선으로 만드는 듯한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미국 우파의 민낯, 정치 이용한 보수진영 배불리기?

미국의 우파들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냉소를 부추긴다. 냉소주의를 바탕으로 '정부는 무능하고 불필요한 것'으로 묘사한 다음, 유능한 공무원들은 정리해버린다. 그 효과로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에는 '어차피 정부는 실패하는 것'으로 포장하여 자신들의 무능을 변명한다. 그리고 민주정권이 들어서면 온갖 비난의 화살을 퍼부을 준비를 한다.

그다음 단계는 '감세, 규제 철폐, 민영화'이다. 정부는 쓸모없는 것으로 낙인 찍혔으니, 온갖 공적인 영역이 기업에 '아웃소싱' 될 준비는 끝난 셈이라 이 과정은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문제라면 앞서 말했듯이, 문제점을 감시할 '유능한 공무원'은 이미 모두 정리되었기에 정부와 기업의 유착을 아무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정부인사가 기업으로, 기업인이 정부로 '회전문'처럼 오가며 자리를 차지한다.

미국에서는 '갈 곳 없는 다리'로 명명된 토목 프로젝트가 진행된 바 있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된 사업이었으나, 실효성은 찾아볼 수 없는 재원 낭비라는 비판이 생겨났다. 그 결과로 특정기업이 부유해지고, 국민들의 세금은 허공으로 사라졌다.

"이 모든 바보 같은 재정 낭비가 적자 지출에 대한 국민의 냉소주의를 조금이라도 높일 수만 있다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었다. 그들이 돈을 낭비하는 것은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국민이 정부의 낭비가 심하다고 생각하더라도 문제가 아니다. 그로써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질 것이고, 그것이야말로 공화당원들이 원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로버트 라이시 전 노동부 장관이 보수의 관점을 요약해 한 말이다.

"...(중략)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한없이 무능력해도 승리하는 것이고, 마음껏 부패를 저질러도 승리하는 것이고, 실컷 낭비해도 승리하는 것이다." (본문 중에서)

좌파처럼 선동하거나, 희생자처럼 행동하거나

미국의 우파는 경제 위기를 불러온 주범인데도 오히려 당당하다. 당황하지 않고, 곧장 자신들의 전략대로 행동한다. 그것 중 하나는 바로 '피해자 프레임'이다. 자신들이 위기를 몰고 온 게 아니라 피해를 고스란히 겪고 있는 피해자임을 더욱 부각하는 것이다. 그 결과로 자신을 향한 비판을 비켜나간다.

하지만 그 한 가지 전략만을 내세우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동시에, 그들은 자신을 마치 좌파 선동가처럼 구호를 내세워 상대진영에 대한 인신공격과 흑색선전을 일삼는다. 그 배경에는 '뉴라이트'라는 우파 조직이 서 있다. 또한 젊은 세대에서는 '공화당학생회'를 만들어 젊은 우파세력을 양성한다. 생각과 경제적 측면 두 가지에서 진보진영을 궁지에 몰아넣는 것이 이들의 공통적인 목표다.

미국 우파는 끊임없이, 민주-진보진영이 소련과 결탁한 반란군이거나 그들에게 이용당해 미국을 공산화하려는 꼭두각시라는 유언비어를 퍼뜨렸다. 소련이 무너진 뒤에는 그 대상만 '중동의 테러리스트'로 바뀌었을 뿐, 문장은 변함이 없다.

민주-진보 진영에게 '적'으로 규정된 누군가에게 굴복했다는 이미지를 덮어씌우면 국민의 분노는 저절로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동으로 그런 민주당을 비난하는 우파세력은 무엇을 하든 '애국'을 위한 것으로 용서되기 쉽다. 심지어 우파가 정부 재정을 파탄 내고, 그들 자신의 배를 불리는 행위일지라도 더욱 자극적인 안보이슈에 묻혀버리는 것이다.

미국 우파를 거울에 비춘 듯한 한국의 보수진영

지난 여러 번의 선거에서 수십 년 간 승리해 온 미국 공화당의 역사에서 한국의 보수진영이 오늘날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줄푸세'를 내걸고 규제를 완화하며 감세를 추진한다. 그리고 감시기관을 무력화시키고, 22조 원이 들어가는 대운하 사업을 추진한다. 국민의 반대여론이 크다고? 문제없다. 이름을 '4대강 사업'으로 바꾸면 감쪽같으니 말이다.

각종 도로와 철도, 항공 사업 등 정부의 알짜배기 수입원은 모조리 민영화한다. 이에 반대하는 세력은 한국에 가장 위협적인 세력인 '북한'과 결탁한 불순한 분자로 매도한다. 그리고 정작 자신들은 그런 매국노에 공격받는 피해자로 위장한다. 국민의 동정여론은 자연스럽게 더 약한(혹은 그렇게 보이는) 쪽으로 기울어진다.

그리고 젊은 세대에서는 '민주진보' 진영과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집단이 만들어진다. 바로 최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일베(일간베스트)'다. 민주 진영에 대한 인신공격과 비난을 일삼으며 청년들의 반감을 이끌어내는 역할은 미국 우파가 적극 지원했던 '공화당학생회'와 꼭 닮아있다. 지난해 선거 국면에서 일베를 '애국보수'로 치켜세운 새누리당의 발언도 이를 부추기는 듯 했다.

저자는 '경제적 수익을 유일한 유권자로 인식하는 보수철학'을 꼬집으며, 미국 우파의 불편한 진실을 고발했다. '국가를 수익모델'로 삼아온 한국의 보수진영 전략과 일맥상통하는 그들의 전략이 <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든 우파의 탄생>에 담겨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이 쓴 추천사처럼, "대한민국 우파에게 공부 그만하고 불 끄고 자게 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이 땅을 살아가는 보통의 국민이 그들이 무엇을 배워 어떻게 따라 하려고 하는지 알게 되면 얘기는 달라질 것이다"라는 생각에 동의한다. 정치를 '남는 장사'로 여기는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면, 그만큼 유권자로서 우파의 행태를 더 잘 알아야 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든 우파의 탄생> (토마스 프랭크 씀 | 구세희·이정민 옮김 | 어마마마 | 2013.06. | 1만9000원)



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든 우파의 탄생 - 왜 보수가 남는 장사인가?

토마스 프랭크 지음, 구세희 외 옮김, 어마마마(2013)


태그:#정치를 비즈니스로 만든 우파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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