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나 혼자 산다>에서는 김광규가 어머니에게 전셋집을 마련해 드리는 에피소드가 전파를 탔다.

송도 산동네에서 아래쪽 도심 아파트에 전셋집이나마 아파트를 마련하는 데 47년이 걸렸다는 김광규의 감회, 그리고 듣고도 믿지 못하는 김광규 어머님의 모습은 대한민국의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눈물이 핑 돌만큼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사람이란 동물은 늘 위를 바라보고 산다. 살면서 늘 저만큼만 가봤으면, 저기 만큼만 높아졌으면 하는 희망을 품고 산다. 평지에 사는 사람들은 전망이 좋은 아파트에 살았으면 하는 희망을 품는다. 산동네에 사는 사람들은 무릎이 아프고 헉헉거리며 올라가지 않아도 되는 평지에 살았으면 한다. 겨울이면 한데서 시달리는 사람은 그저 따뜻한 곳에 살았으면 한다. 그런 평범한 사람들의 진솔한 속내가 김광규의 에피소드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거기에 더 마음을 짠하게 하는 것은 그런 아들의 성의를 받으면서도, 끝내 내가 해준 것도 없는데 민망해하는 어머니의 내리사랑이다. '오늘 밤 잠을 어떻게 자겠노' 하실 정도로 좋아하시면서도, 그에 앞서 '내가 이런 집 하나 너한테 사줬으면 장가를 갔을 낀데' 하는 어머니의 노파심이 먼저 마음을 적신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바로 이런 모자간의 애틋한 정이 발현되는 곳이 바로 <나 혼자 산다>라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나 혼자 산다>에서는 혼자 사는 사람들의 혼자 살지 않는 모습이 프로그램 대부분을 차지한다.

더더구나, 지난 1일 방송분에서 김광규와 어머니의 사연이 담긴 무지개 회원들의 이벤트에 앞서 진짜 혼자 사는 모습을 보여준 김도균이 사는 모습은 묘하게 대비됐다. 다른 방송에서도 주차장까지만 촬영을 허락했던 기타리스트 김도균은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의 삼고초려 끝에 자신의 집과 하루 생활을 공개한다. 그런데 정말 김도균은 혼자 산다.

홀로 일어나 명상을 하고, 편의점에서 산 두부 등으로 홀로 아침을 먹고, 홀로 커피 전문점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감상하고, 홀로 한강 둔치에서 꽃을 감상한다. 유일하게 사람들과 어울린다 싶은 게 후배가 하는 바이자, 록 공연장이다. 하지만 거기서도 김도균은 홀로 술을 먹고, 홀로 연주를 한다. 그리고 다시 홀로 분식점에 가서 음식을 먹고 사서 집으로 돌아간다.

그간 <나 혼자 산다>라고 하면서 결코 혼자 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던 무지개 회원들과, 많은 게스트들과 달리 온전히 홀로 하루를 보내는 김도균의 모습은 이질적일 정도였다.

언제부터인가 <나 혼자 산다>는 홀로 살지 않는다. 처음엔 혼자 생활하고, 먹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무지개 회원들은 늘 함께 모여 무언가를 '작당'하고 함께 활동한다. 다 같이 못하면 끼리끼리 하다못해 둘씩이라도 뭉쳐서 무언가를 한다. 그게 아니라면 무지개 회원들과 그들의 '측근'들이 항상 함께 한다. 텔레비전을 통해 중계되는 류현진의 경기를 보는 것으로라도, 그들은 누군가와 함께 있다.

<캐스트 어웨이>처럼 무인도가 아니고서는, 애초에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온전히 홀로 사는 삶을 누리기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나 혼자 산다>는 처음 싱글 라이프의 삶을 보여주겠다는 취지와 달리, 언제부터인가 무지개 회원들에겐 늘 누군가와 함께하는 미션들이 프로그램을 채운다.

그리고 이것은 아마도 관찰 예능으로 시작한 <나 혼자 산다>의 한계일 것이다. <1박2일>처럼 어디를 가는 것도 아니고, 게스트 초청 토크 프로그램도 아니고, 자신의 삶을 보여주어야 하는 관찰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혼자 만의 삶을 계속 보여줄 '꺼리'가 희박해지는 것이다.

더이상 함께 할 꺼리가 없는 고정 무지개 회원진도 변화를 줄 수밖에 없고, 김민준이나 김도균처럼 게스트의 삶으로 영역을 확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1일의 방송처럼 김도균의 일상을 보여주고, 이어 무지개 회원들이 측근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보여주는 것, 이것이 <나 혼자 산다>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치일 것이다.

하지만 잠재적 자원을 상대적으로 무한정하게 가진 특별 게스트의 싱글 라이프와 달리, 무지개 회원들의 이벤트성 행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김광규가 어머니를 위해 전셋집을 마련해 드린 것은 자연스런 그의 싱글 라이프의 일부처럼 받아들여졌지만, 이성재가 친구 이봉주를 위해 치킨집 홍보를 나간 건, 그다지 그의 자연스런 삶 일부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심지어 이봉주 치킨집을 홍보해주기 위해서 그런 것은 아니야 하며 가자미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조건>에서 쓰레기 무단 투기 방지 홍보를 위해 동물 옷을 입고 거리에 나선 것이랑은 경우가 다르기 때문이다. 새로운 무지개 회원의 충원에도 불구하고, 무지개 회원들의 자가발전의 한계가 여전히 <나 혼자 산다>의 발목을 잡는다. 아니, 결국은 쳇바퀴 같은 삶을 반복하는 그저 그렇고 그런 인간 삶의 행태가 <나 혼자 산다>의 근원적 한계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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