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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막걸리가 백년된 항아리 속에서 수런수런 소리를 내며 익어 갑니다.
 생막걸리가 백년된 항아리 속에서 수런수런 소리를 내며 익어 갑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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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런수런' 술익는 신암면 종경리 마을의 농심(農心)은 깊어만 가고...

"캬! 막걸리 맛좋다. 시원한 생막걸리 한 사발 하고 가세유~"

농촌의 논두렁 밭두렁에 앉아 지나가는 이웃에게 막걸리 한사발 권하던 옛 풍경이 있습니다.

"애야, 막걸리 두 되만 사오너라."

어린 시절 힘든 농사일하는 일꾼들에게 낼 농주를 사러 갔습니다. 동네 구멍가게에서 막걸리 한주전자 들고 오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막걸리 다 쏟고 반쯤 남은 찌그러진 빈주전자 들고 울고 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은 구수한 막걸리 향기에 끌려 한두 모금 홀짝홀짝 맛보다가 그만 얼굴이 빨개져 가슴 두근두근하던 시절도 있었지요. 겨울이 깊어가는 계절에 술익는 마을 100년 전통 충남 예산군 신암면 종경리 신암 양조장을 찾았습니다.

 에산군 신암면 종경리에 있는 100년전통 신암 양조장
 에산군 신암면 종경리에 있는 100년전통 신암 양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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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암면사무소를 지나 종경리 마을을 지나는 도로 왼편에 있는 파란 지붕에 노란색 벽돌집 집은 언뜻 보기에도 특이한 민가옥 형태의 집인데요. 지붕 위로 치솟은 빨간 굴뚝이 눈에 두드러진 그 유명한 신암 생막걸리 양조장입니다.

예산군 신암면 둘레에는 창소리 쪽파 마을과 탄중리 수박, 열무 배추 하우스 단지, 그리고 일대의 사과 과수원으로 유명한 동네로 봄부터 가을까지 일꾼들이 시설 하우스에서 일을 하는 동네랍니다.

현대기계식 밭갈이 대신 사람의 힘에 의존하여 농사짓던 시절에는 양조장 막걸리 한잔에 허기를 달래고 지친 노동의 삶을 위로하던 시절이 있었는데요. 논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막걸리를 배달하는 술을 '농주'(農酒) 라고 합니다. 그 당시에는 이곳 양조장에서는 농주를 배달하는 직원들이 30여 명이나 되었다고 합니다.

   신암 양조장이 라는 작은 글귀가 쓰여 있는 단층 민가옥의 신암 양조장
 신암 양조장이 라는 작은 글귀가 쓰여 있는 단층 민가옥의 신암 양조장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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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층 민가옥 형태의 집입구에는 신암양조장이라는 작은 글귀가 쓰여 있는데요.

    낯선 사람을 마중하는 양조장 주인
 낯선 사람을 마중하는 양조장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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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의 갑작스런 방문에 마중 나온 주인장 김윤도(62살)씨는 부인 진순자씨와 슬하에 1남 2녀를 두고 있습니다. 자녀들은 모두 장성했고 지금은 내외가 전통방식으로 누룩을 발효시켜 막걸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신암양조장 집앞에 있는 아름드리 나무 아래에는 쉬어갈수 있는 탁자   와 벤치가 있습니다.
 신암양조장 집앞에 있는 아름드리 나무 아래에는 쉬어갈수 있는 탁자 와 벤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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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큰 고목 나무 아래에는 동네 사람들과 지나가는 길손들이 잠깐 자리를 마련하여 막걸리 한 사발을 기울일 수 있는 작은 밴치도 있고 여러 사람 둘러 앉을 수 있는 평상도 마련되어 있네요. 신암면사무소를 지나 이 동네에 들어가면 아담한 가옥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이 평화로운 곳입니다.

    늦은 오후의 신암면 종경리 마을에 있는 양조장의 정경입니다.
 늦은 오후의 신암면 종경리 마을에 있는 양조장의 정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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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런스런 막걸리 익는 소리에 신암리 마을은 두런두런 옛이야기 소리에 겨울은 깊어만 갑니다. 100년 동안 역사의 흐름 속에서 꿋꿋이 그 명맥을 유지해온 신암 양조장은 서민들의 삶과 애환이 서린 곳이랍니다.

   출하 준비가 된 신암 생 막걸리입니다.
 출하 준비가 된 신암 생 막걸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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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조장이라기보다 가정집같이 아늑한 이곳에서 100년 전통의 자연발효공법으로 맛있는 막걸리 제조기술을 엿듣게 되었는데요. 때마침 예산군 내 마트나 식당으로 떠날 준비가 된 막걸리가 있었습니다.

   신암 생막걸리가 예산군내 인근 마트나 읍내장으로 나갑니다.
 신암 생막걸리가 예산군내 인근 마트나 읍내장으로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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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ℓ짜리 신암 막걸리 맛을 한번 보면 다른 막걸리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탁월한 막걸리 향기와 사이다처럼 톡 쏘는 뒷맛의 개운함 때문에 애주가들은 또 찾게 된다고 하네요. 특히 생막걸리는 100년 전통 방식 자연발효로 만들었기 때문에 막걸리를 마신 후에 뒷골이 아프는 두통이 없습니다. 이웃 마을 회관이나 일하는 사람들이 막걸리를 사러 직접 오기도 하고 읍내 마트나 장터에 가면 막걸리 맛을 볼 수가 있습니다.

   막걸리 1차 발효에 사용되는 오동나무로 만든 술틀입니다.
 막걸리 1차 발효에 사용되는 오동나무로 만든 술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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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듬히 쌓아놓은 누룩담는 상자 국함은 습기를 잘 빨아들이는 오동나무로 만들었네요. 이 집 막걸리 맛의 비결인 누룩을 이 오동나무 상자 안에 원료를 반죽한 후에 45시간 발효하여 효묘균을 만듭니다. 그리고 항아리 속에서 27~ 28° 에서 일주일 이상 2차 발효하여 생막걸리를 만듭니다.

상처 투성인 오동나무로 만든 나무 발효기, 됫박, 거름채 같은 도구들의 모습에서 오랜 세월동안 전통 막걸리 제조를 하는 곳임을 알게 되네요. 이 집 생막걸리 맛의 또 다른 비결은 이 집 양조장 한가운데에 샘솟는 깊은 우물이랍니다.

일반 막걸리와 생막걸리와의 차이점이 무엇인가 라는 기자의 질문에 김 대표는 일반 막걸리는 오랜 유통기간을 위해 발효진행을 막아 살균주라고 하는데요. 생막걸리는 발효균이 살아있는 생 막걸리로 영하 5도 냉장보관에서 10일이 유효기간이라고 합니다.

생막걸리의 톡 쏘는 사이다맛과 개운한 뒤맛, 그리고 생막걸리 마신 후 머리가 안 아픈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1차 가공실에서 오동나무 틀속에 막걸리 재료를 넣고 1차 발효를 합니다.

   100년전통 신암 생막걸리 2차 발효실
 100년전통 신암 생막걸리 2차 발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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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2차 생막걸리 발효실로 400㎖ 항아리에서 효모와 막걸리 재료가 혼합되어 술이 익어가는 창고입니다. 술 항아리마다 수런수런 소리를 내며 익어가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네요.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의 밥이 되고 즐거움을 더해준 100년 전통 신암 막걸리. 농심의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랜 술도가의 세월의 흔적이 베인 항아리들이 이 집 술맛을 더합니다.

100년 된 숨쉬는 큰 항아리 속에서 막걸리가 거품을 뿜어내며 발효되는 과정은 참 신비하네요. 막걸리는 계절에 따라 발효 온도가 다른데요. 겨울에는 12일 동안 여름에는 10일 정도 실내 온도 26℃를 유지하며 숙성기간을 지나야 사계절 변함 없는 술맛을 낼수가 있다고 합니다.

겨울에는 26℃ 실내온도에서 12일이 지나면서 거품은 가라앉고 위에 연노란 우유가루처럼 효모가 생기는데요. 연노랑 가루가 하얀 가루로 바뀌면 막걸리가 완성된다고 합니다.

    100년 된 생막걸리 400리터 발효 항아리입니다.
 100년 된 생막걸리 400리터 발효 항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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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ℓ 어른 가슴 높이만한 항아리에는 소화(紹和)는 작은 글자가 쓰여있는데요.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100년 된 항아리로 오랜 세월의 흔적과 함께 검사일자 1963년이라는 글씨가 희미하게 남아 있네요. 주인장의 말로는 이 집 막걸리 맛의 비결이 이런 질 좋은 항아리에서 숙성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김 대표는 군입대 전 부터 이곳에서 일하다가 지난 2005년에 이곳을 인수해 지금까지 막걸리 생산을 하고 있습니다. 작고하신 사장님께 일배울 때 혼도 많이 났지만, 되돌아보면 그것이 좋은 경험이 되고 막걸리 맛의 비결이 되었담니다. 농경시대에 사람들의 허기진 배고픔을 달래고 서민들의 지친 삶에 힘이 되어준 신암 생막걸리. 항아리에 새겨진 한자와 숫자들이 오랜 세월의 흔적을 말해 주듯이 희미하게 남아 있습니다.

생막걸리에 들어있는 효모균은 암 예방과 암세포증식억제, 간 손상치료, 갱년기 장애해소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막걸리 농축액을 암세포에 가했을 경우에3.2배의 높은 암 예방효과아 있었으며 60% 정도의 암세포 증식 억제 효과가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세워진 짙은 갈색의 지붕이 그대로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세워진 짙은 갈색의 지붕이 그대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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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암 양조장의 높이 솟은 진갈색의 지붕이 100년 전 일제강점기에 세워진 건물로 이 양조장의 100년 전통의 오랜 역사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신암 양조장의 역사에 대해 묻는 질문에 신암양조장은 고 조은근 대표가 40~50년 동안 하다가 작고하고 이 양조장 직원으로 있던 김윤도 현 대표가 이어받아 40년째 이곳에서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 대표는 군대가지 전에 이곳에서 막걸리 배달을 시작하여 양조 기술을 배우다가 군대를 갔다 제대 후 25살에 결혼하며 신암 양조장 직원으로 일했습니다. 조은근 대표로부터 양조기술을 배웠는데 당시에는 종업원 30명 이상이 있었고, 손으로 모를 심던 모내기철에 논밭으로 탁주를 배달하는 일꾼들이 있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새벽 교회 종소리에 일어나 밀가루 반죽을 하고 종국균(효묘)를 넣고 발효를 시키는 옛날 방식으로 막걸리를 생산합니다. 막걸리가 완성되는 기간은 여름은 10일 겨울은 12일 정도에서 26도씨 실내 온도를 유지합니다. 580리터의 한독을 생산하며 예산읍내 마트와 외지에 택배배달도 합니다.

   김대표는 100년전통 신암 막걸리 산 증인에게 전화를 합니다.
 김대표는 100년전통 신암 막걸리 산 증인에게 전화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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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막걸리 발효실을 둘러 본 다음에 조그만 사무실에 들어갔는데요. 신암 양조장의 100년 전통의 증인이 있느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 대표는 어디론가 전화를 합니다. 금방 이장님과 동네 사람들이 한둘 모이고...

 신암 막걸리 100년전통 산증인 입니다
 신암 막걸리 100년전통 산증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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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에 사는 신암 양조장의 100년 전통의 산증인 김영우(78세)님이 오셨는데요. 김영우님 세살 때에 작고하신 아버님께서 6.25 동란 직후 김씨가 15살 때까지 이 양조장에서 일하셨다고 하네요. 어르신은 보청기를 해야 할 정도로 귀가 잘 안 들려서 큰 소리를 질러가며 인터뷰를 해야만 했어요.

   양조장에 모인 동네 사람들입니다.
 양조장에 모인 동네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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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 70년도에는 신암 생막걸리가 하루 400말이 소비될 정도로 호왕이었다고 합니다. 물이 부족해서 우물을 하나 더 팔 정도였고 도내 면단위 양조장 중에 주세를 가장 많이 내던 곳이라고 하네요.

"1980년대까지만 해도 마을회관에 통으로 배달해주고 회관서들 받아 먹었잖아. 그 왜 판자대기 넓게 댄 자전거로 배달도 해줬지."

이 마을의 주민이 마실왔다가 옛추억을 더듬으며 막걸리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옛날에는 먹통 짐빠 자전거에다가 18ℓ짜리 먹통 13개씩 싣고 비포장길을 배달가다 넘어지기도 하고 겨울에는 지게에다 지고 배달하면 보리쌀 두서너 되를 받아 오기도 했지. 그래도 그때는 정이 많았어. 먹고 살기 어려웠지만 막걸리 한사발이면 근심걱정이 없었다니게유."

   방금 더올린 듯한 생막걸리를 김대표님이 떠 오셨다.
 방금 더올린 듯한 생막걸리를 김대표님이 떠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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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조장 사장님 잠깐 나가시더니 금방 건져 올린듯한 생막거리 한바가지를 떠오셨습니다. 기포가 뽀글뽀글 이는것이 살아있는 글자그데로 생막걸리입니다.

생굴을 안주로 하여 마시는 이 기막힌 생막걸리 맛에 반해 한잔 더 마시고... 동네분들의 구수한 입담과 함께 신암막걸리 맛은 이곳 주민들의 행복 촉매제입니다. 막걸리 한사발  주거니 받거니 하니 농심이 민심이고 민심이 천심여라~.

우리 민족 전통의 막걸리가 논두렁 밭두렁에 앉아 열무김치를 안주로 하여 시원하게 한 사발하고 농사를 짓던 힘의 원동력이었습니다. 가나하게 살아도 이웃의 정이 오가던 그 시절, 논밭을 지나던 이웃사람 어여~ 손짓하여 불러 막걸리 한사발 건네던 정이 넘치던 민족정서가 서린 막걸리입니다.

     이웃분이 전화를 받는데..
 이웃분이 전화를 받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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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어르신 어디에서 걸려온 전화에 하시는 말씀이 " 누구여? 어 김씨 양반이구먼, 나여기 신암 양조장 취재 오신 기자님과 인터뷰간 몬가 하고 있어. 어이~ 나  지금 중요한 시간이여."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와 100년 전통 막걸리 한사발에 농심은 풍요로워집니다.

  100년 전통 신암 생 막걸리 맛의 비결은 오랜 세월동안 쌓인 장인 정신입니다.
 100년 전통 신암 생 막걸리 맛의 비결은 오랜 세월동안 쌓인 장인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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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암 생막걸리의 맛의 비결은 발효과정으로 계절에 따른 온도 조절과 좋은 물, 재료, 그리고 숙련된 오랜 경험이라고 합니다. 신암 생먹걸리는 농심을 달래고 즐거움을 더해준 전통 민속주로서 장인의 정신으로 그 맛의 비결을 계승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태그:#오동나무 술틀, #생막걸리 발효과정, #100년된 술독, #100년전통 신암 생막걸리, #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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