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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염은 미네랄의 보물창고다. 갯벌을 논처럼 만들어 놓은 염전에서 바닷물을 햇볕과 바람으로 증발시켜 생산하기 때문이다.
 천일염은 미네랄의 보물창고다. 갯벌을 논처럼 만들어 놓은 염전에서 바닷물을 햇볕과 바람으로 증발시켜 생산하기 때문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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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에 생산된 '이것'은 사람들이 먹는다. 늦가을에 나온 이것은 도로 포장이나 건축용으로 쓰인다. 가축 사료에도 들어간다. 소화제 같은 의약품을 만드는 데도 쓰인다. 비누나 유리, 종이나 인조 섬유를 만드는 데도 쓰인다. 씨앗을 고를 때도 쓴다. 천연 습기 제거제로도 맞춤이다. 한때는 훌륭한 치약으로 쓰였다. 요즘엔 마음 치유에도 한 몫 한다.

이것은 무엇일까. 바로 소금이다. 이 소금은 얻는 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뉜다. 염전에 바닷물을 가두어 증발시키는 천일염이 있고, 땅속에서 소금 광맥을 찾는 암염, 지하수에서 염도가 높은 소금물을 찾아 증발시키는 염정, 지각 변동으로 바다가 호수가 돼 만들어지는 호수염도 있다.

소금을 녹여 불순물을 없애고 새로 결정시킨 재제염, 나트륨과 염소를 결정시킨 정제염도 있다. 사람들이 만들어 낸 이것을 기계염이라 부르는데, 99%가 염화나트륨이다. 염전에서 증발시켜 만드는 천일염은 염화나트륨이 85%, 나머지는 철·칼륨·칼슘·마그네슘 같은 미네랄로 구성돼 있다.

소금에 얽힌 이야기, 친절하게 들려주는 책

<아빠와 함께 떠나는 소금 여행>의 앞표지. 김준 박사가 펴낸 소금 문화유산 답사기다.
 <아빠와 함께 떠나는 소금 여행>의 앞표지. 김준 박사가 펴낸 소금 문화유산 답사기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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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염이 건강에 좋다고 하는 건 이런 연유다. 천일염은 미네랄의 보물창고다. 우리나라의 천일염은 갯벌을 논처럼 만들어 바닷물을 햇볕과 바람으로 증발시켜 생산하는 갯벌천일염이다.

이렇게 만든 소금은 칼슘과 마그네슘, 칼륨이 수입 소금보다 세 배나 더 많이 들어있다. 천일염으로 담근 김치·된장·간장·고추장·젓갈 같은 전통 발효식품이 몸이 좋을 수밖에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런 소금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책이 나왔다. '도서출판 이후(웃는돌고래)'에서 펴낸 <아빠와 함께 떠나는 소금 여행 - 어떤 소금을 먹을까?>가 바로 그것.

이 책은 오랫동안 바닷가 마을을 다니면서 섬과 바다 사람들을 취재해 온 김준이 막내딸 별아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형식으로 엮여 있다. 소금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소금의 역사, 소금을 먹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두루 만날 수 있다. 그림은 이장미가 그렸다.

책에는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소금이 예전에는 식품이 아닌 광물로 분류됐다는 사실에서부터 옛날 소금 장수들이 소금을 지고 오가던 길이 오늘날 고속도로가 됐다는 사실도 들려준다. 당시 소금 장수의 인기가 요즘 아이돌 못지 않았고, 전쟁이나 가뭄·홍수에 대비해 나라에서 가장 먼저 챙기는 게 소금이었다는 이야기까지 소금에 얽힌 과학적이면서 재미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1장에서는 소금과 염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금을 어디에서 어떻게 만드는지, 왜 '소금을 만든다'고 하지 않고 '소금 농사를 짓는다'고 하는지…. 소금밭 답사를 통해 알아본다. 2장에서는 소금이 단지 먹는 것만이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쉽게 풀어준다.

3장에서는 소금 장수들이 소금을 지고 전국을 누비던 소금길의 이야기를, 4장에서는 곳곳에서 환영받는 소금 장수 이야기를, 5장에서는 소금에 얽힌 갖가지 옛 이야기를 실어놨다. 6자에서는 소금을 중심으로 우리 역사 속의 장면들을 살펴본다.

7장에서는 우리 할머니, 할머니의 할머니들이 간장과 된장·고추장·젓갈 같은 발효식품을 얼마나 귀하게 여겨 왔는지도 알 수 있다. 가난하고 배고픈 사람에게는 장과 소금이 보약이었다는 이야기, 이순신 장군도 전쟁을 치를 때는 병사들에게 소금부터 준비하게 했다는 이야기에서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소금밭에서 쓰이는 도구, 소금을 만드는 갖가지 방법 등은 부록으로 덧붙였다.

"우리 민족이 5000년을 버텨온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갯벌에서 얻은 천일염에는 칼슘과 마그네슘, 칼륨이 수입 소금보다 3배나 더 많이 들어있다. 천일염으로 담근 김치, 된장, 고추장, 젓갈 등 전통 발효식품이 몸이 좋은 이유다.
 갯벌에서 얻은 천일염에는 칼슘과 마그네슘, 칼륨이 수입 소금보다 3배나 더 많이 들어있다. 천일염으로 담근 김치, 된장, 고추장, 젓갈 등 전통 발효식품이 몸이 좋은 이유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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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준은 "우리 조상들은 옛날부터 소금을 귀하게 여겨 왔고, 짜고 매운 된장과 고추장을 먹고 살아온 우리 민족이 5000년을 버텨 온 데는 분명한 까닭이 있다"며 "우리나라 곳곳의 전통 소금을 찾아보고, 우리 소금에 대한 자긍심도 끌어올리고 싶어서 소금 이야기를 딸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쉽게 풀어서 책으로 펴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소금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은 많았다. 하지만 다양한 각도에서 살아 있는 소금 이야기를 담은 책은 없었다. <아빠와 함께 떠나는 소금 여행 - 어떤 소금을 먹을까?>는 소금을 만드는 사람들, 소금을 파는 사람들, 소금으로 제를 올리는 사람들, 소금에 담긴 역사 이야기, 그리고 소금을 먹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를 두루 담고 있다. 발로 뛰어 취재한 소금 문화유산 답사기인 셈이다.

저자 김준은 지금 전남발전연구원의 책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어촌 사회를 연구하며 20년이 넘도록 갯벌과 섬을 다니면서 어민을 만나고 있다. 어민들을 통해 바다와 인간의 오랜 인연을 찾고 있다. 어민들에게 얻은 지혜를 도시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섬과 바다와 갯벌을 소재로 다양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 어촌사회학> <섬 문화 답사기> <김준의 갯벌 이야기> <바다 맛 기행> 등을 펴냈다.

《아빠와 함께 떠나는 소금 여행-어떤 소금을 먹을까?》의 저자 김준. 그는 어촌 사회를 연구하며 20년이 넘도록 갯벌과 섬을 다니면서 어민을 만나고 있다.
 《아빠와 함께 떠나는 소금 여행-어떤 소금을 먹을까?》의 저자 김준. 그는 어촌 사회를 연구하며 20년이 넘도록 갯벌과 섬을 다니면서 어민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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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금을 먹을까? - 아빠와 함께 떠나는 소금 여행

김준 지음, 이장미 그림, 웃는돌고래(2014)


태그:#아빠와 함께 떠나는 소금여행, #어떤 소금을 먹을까?, #김준, #갯벌천일염, #소금 문화유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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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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