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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6일부터 21일까지 16일 동안 전남, 광주 교직원들의 산행 모임인 '풀꽃산악회'의 주관으로 22명(혜초여행사 인솔자 1 명 포함)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칼라파타르 트레킹'을 다녀왔다. 영혼이 성숙한 느낌이다. 5일부터 21일까지 17회에 걸쳐 날짜에 따라 산행기를 쓴다. - 기자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1월 13(월)일]
딩보체(4410m) - 투클라(4620m) - 로부체(4910m)

잠은 치열했던 시간에 대한 축복이다. 낮에 산행을 하고 여유 있는 시간에 자지 않아서 잠이 올 듯도 하지만 잠은 멀리 있다. 침낭 밖으로 몸을 내놓고 무엇을 하기엔 기온이 너무 차다.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에 빠져 보려할 수록 정신은 더 말똥말똥 해진다. 사랑의 순정을 담아 편지를 쓸 때, 애끓는 가슴으로 맞는 밤은 너무 짧기만 하지만 산에서 불면의 밤은 시간이 참 길다.

새벽에 별들이 가장 많았다. 날씨가 좋을 것이다. 우리가 칼라파타르에 도착하는 날도 날씨가 좋기를 바란다.

더 이상 아프지 말고, 다 같이 무사하자며 결의를 다지기
▲ 결의 더 이상 아프지 말고, 다 같이 무사하자며 결의를 다지기
ⓒ 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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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운동을 하고 출발하기 전 윤영조 '풀꽃산악회' 전 회장이 당부의 말을 했다.

"벌써 출발한 지 일 주일이 넘었습니다. 아픈 사람이 더는 나오지 않도록 서로 신경 써서 칼라파타르 정상 등정을 성공적으로 마칩시다."

딩보체에서 나와 두사로 오르는 길
▲ 길 딩보체에서 나와 두사로 오르는 길
ⓒ 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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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산이 쿠슘 캉카루, 탐세르쿠, 캉테가
▲ 두사에서 멀리 보이는 산이 쿠슘 캉카루, 탐세르쿠, 캉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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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구를 두고 길을 나섰다. 어제 올랐던 길 중간쯤 가는데 롯지 마당에서 신민구가 손을 흔들었다. 어떤 헤어짐도 가슴에 애달픔을 남긴다. 혼자 남은 사람은 눈물을 훔쳤을 것이다.

타부체(Tabuche. 6,495m)
▲ 산 타부체(Tabuche. 6,49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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촐라체(Cholatse. 6,335m)
▲ 산 촐라체(Cholatse. 6,33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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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 강 너머에 타부체와 촐라체를 바로 보면서 걷는 두사(Dusa. 4503m)는 평탄한 초지를 걷는 길이다. 옆에 있는 검고 흰 모습의 타부체와 촐라체 밑으로 가서 오르기 시작하면 쉽게 등반이 끝날 것 같다. 그러나 바위와 얼음으로 된 수직 절벽을 2000m 이상 오를 수 있는 실력과 담력이 없다면 꿈꾸지 못할 일이다.

햇살이 등 뒤에서 비추자 아주 따뜻했다. 껴입었던 옷을 벗었다. 겨울 산행에서는 부지런해야 한다. 땀을 흘리기 전에 옷을 벗어 체온을 낮춰야 하고 쉴 때는 몸이 식지 않도록 옷을 빠르게 입어야 한다. 땀을 흘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투클라까지 완만하게 계속 오르는 길이다. 짐을 진 죱교는 지친 기색도 없이 쉼 없이 움직인다. 나는 다리에 힘이 없어 풀리고 숨은 가빴다. 만성 피로 상태처럼 흐느적거리며 걸었다. 어제 무리한 산행 때문인가 싶었는데 모두 힘들어 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겠는가? 5550m에 가는 길이다.

타부체 앞의 두사에 있는 돌로 된 집
▲ 돌집 타부체 앞의 두사에 있는 돌로 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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촐라체
▲ 산 촐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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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부체, 촐라체
▲ 산 타부체, 촐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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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을 판석으로 이고 돌로 지어진 집을 지났다. 여름에 초지가 형성됐을 때 야크를 몰고 와서 사람이 생활하는 집이다. 뿔이 뒤로 나 있으면 야크, 앞으로 나 있으면 죱교다. 죱교는 10년 정도 일을 한다.

우리가 지나는 분지 바로 밑 강 옆에 페리체가 있다. 내려오면서 처음으로 묶을 숙박지다. 물로 씻는 것이 가능하다. 씻지 못한 지 5일째이다.

로부체(Lobuche. 6,135m)
▲ 산 로부체(Lobuche. 6,13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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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부체, 푸모 리(Pumo Ri. 7,165m. 오른쪽)
▲ 산 로부체, 푸모 리(Pumo Ri. 7,165m.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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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클라(Thokla. 4620m)에 있는 야크 롣지(Yak Lodge)에 도착하니 칼라파타르에 다녀온 3 명의 부산 아가씨들이 있었다. 우리보다 여정이 이틀 정도 빠르다. 날씨가 좋아 풍광이 기가 막혔다고 한다.

카트만두에서 다시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까지 트레킹을 마치고 30일에 귀국을 한단다. 한 달 일정으로 네팔에 왔다. 한 명은 세르파가 짐을 지고, 두 명은 가진 건 힘 밖에 없다며 커다란 배낭을 메고 총총히 떠났다. 힘차고 거칠 것 태도에서 당당함이 느껴졌다.

타부체, 촐라체
▲ 산 타부체, 촐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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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점심을 내가 준비하는 것이 아니고 기다리고 있다. 햇살이 가득한 마당에서 의자에 앉아 따뜻한 오렌지주스를 마시며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는 타부체와 촐라체를 바라보고 있다. 이것은 분명 호사다.

카레로 점심식사를 했다. 먹는 중에 음식에 있는 돌을 씹었다.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다른 사람이 보지 않게 처리하는 수밖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허기지고 지친 몸이 음식을 빠르게 해치웠다.

따뜻하게 햇볕이 비치는 창가에서 잠을 잤다. 간밤에 잠을 자지 못한 데다 피곤함이 몰려 왔기 때문이다.

투클라 패스에 오르다 휴식하기
▲ 길 투클라 패스에 오르다 휴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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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클라 패스에 오르기
▲ 길 투클라 패스에 오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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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클라 패스
▲ 길 투클라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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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는 금방 갈 수 있을 것 같은 투클라 패스(Thokla Pass. 4830m)를 아주 힘들어 하며 시간도 많이 걸려서 올랐다. 큐슘 캉카루를 중심으로 한 설산의 비경이 뛰어나다.

송원빈의 추모비(2012. 5. 19. 에베레스트 등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내려오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병목 현상을 일으킨 지점에서 기다리다 크레바스에서 실족사하였다.)
▲ 추모비 송원빈의 추모비(2012. 5. 19. 에베레스트 등정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내려오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병목 현상을 일으킨 지점에서 기다리다 크레바스에서 실족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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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클라 패스에 있는 세르파들의 추모비
▲ 추모비 투클라 패스에 있는 세르파들의 추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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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클라 패스에서
▲ 기념촬영 투클라 패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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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오르다 희생을 당한 사람들의 추모비가 있다. 대부분이 세르파들의 비이고 우리나라 송원빈, 함성헌의 추모비를 확인했다. 그들은 산을 오르려다 산이 되었다.

왼쪽부터 푸모 리, 링트렌(Lingtren. 6,713m), 쿰부체(Khunbutse. 6,639m)
▲ 산 왼쪽부터 푸모 리, 링트렌(Lingtren. 6,713m), 쿰부체(Khunbutse. 6,639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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쿰부 빙하지대
▲ 빙하지대 쿰부 빙하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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쿰부 빙하지대(Khumbu Glucier, 4940m)가 나왔다. 빙하는 사라지고 바위투성이 지대에 얼음 위로 물이 조금씩 흐른다. 전체적으로 회색인 대지에 바위, 얼음, 눈, 돌로 황량하기 그지없다. 앞으로 흙, 모래, 자갈은 급격한 침식이 이루어고 바위만 남을 것이다. 침식으로 인해 가벼워진 지대는 더 강한 융기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로부체(Lobuche, 4910m. 556mbar), '구름 위의 롣지(Above the cloud Lodge)'에 도착했다. 너무 힘든 하루였다.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다. 마늘 스프와 팝콘이 나왔다. 허기지고 지친 상태에서 아주 천천히 달게 먹었다.

산행도우미가 빙하지대가 참 멋있다고 해서 보러 나섰다. 지치고 힘든 몸이지만 좋은 풍경을 그만한 가치가 있다며 마음을 다독였다. 빙하의 흔적만 있고 회색 돌무더기만 있었다. 허망했다. 다시 발길을 돌렸다. 발걸음이 무거웠다.

물휴지로 손발을 닦고 물건을 정리하는 일에도 숨이 가쁘다. 행동이 느려지고 머리가 계속 아프다. 너무 피곤해서 우울하다.

전기 사정이 안 좋아 깜깜한 롯지 식당에서 라면을 넣은 부대찌개에 밥을 먹었다. 식욕이 없지만 안 먹으면 더 힘들 것 같아 억지로 먹었다. 후식으로 여러 가지 과일을 섞은 통조림이 따뜻하게 덥혀져 나왔다. 산행도우미들은 체력이 유지되도록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다.

신애경이 아주 힘들게 산행을 이어가고 있다. 가모우 백에서 고산병에 대한 응급처치를 받았다.

딩보체에서 로부체까지 8km(축적 1:75,000)
▲ 산행지도 딩보체에서 로부체까지 8km(축적 1:7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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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념도는 혜초여행사의 자료임
▲ 산행개념도 이 개념도는 혜초여행사의 자료임
ⓒ 혜초여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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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아주 낮은 새벽 산행에 모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일정을 바꿔 내일 칼라타파르를 오르기로 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겠는가? 그 꽃을 위해 가슴은 더 답답하고 머리는 더 아프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칼라파타르 트레킹, #타부체, #촐라체, #쿰부 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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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놀게하게 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초등학교교사. 여행을 좋아하고,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빚어지는 파행적인 현상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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